On Love : Rethinking Tillich's Interpretation of Love in Dialogue with Heyward's Concept of Love = 사랑에 관하여, 폴 틸리히와 카터 헤이워드 교차 읽기
저자
Baik, Soyoung (Ewha Womans University) 연구자관계분석
발행기관
이화여자대학교여성신학연구소(Ewha Institute for Women's Theological Studies)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2014
작성언어
English
주제어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119-153(35쪽)
제공처
소장기관
이 논문은 21세기 전지구적으로 지배적인 사랑의 형태가 된 ‘합류적 사랑’의 확산 현상을 지켜보며 기독교 사회윤리의 전통에서 사랑이라는 덕목을 재고한다. 후기 근대사회의 특징과 연관된 사랑의 변화를 분석하는 사회학자들은, 경쟁적이고 불안정한 직업 환경이 일상이 되어 있는 후기-근대 사회에서 더 이상 성별분업에 기초한 핵가족이 개인에게 사회적, 정서적, 경제적 지지기반으로 기능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글로벌한 이동성과 시간제약 없이 일하는 전문기계가 되어야 하는사회에서 젊은이들은 물론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영역에 손해가 되지 않는 시간과 상황에 한정하여 일시적으로 ‘합류’하는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을 선택한다. 여기에 자본의 논리까지 가중되어사랑의 대상마저도 대상화, 타자화, 상품화되어버린 상황을 ‘문제적’이라 판단하며, 본고는 폴 틸리히와 카터 헤이워드의 ‘사랑’에 대한 신학윤리적 해석을 교차읽기하며 사랑의 존재론적 본성과 가치를 다시 짚어보았다.
20세기 서구 남성 신학자로서는 드물게 통전적인 시각에서 ‘사랑’을 이해했던 틸리히는, 신론에 입각하여 존재론적 측면에서 ‘사랑’의속성을 풀어내었다. 그는 개별화와 참여, 독립과 연합의 긴장과 리듬이 신이 부여한 인간 존재의 실존적 상황이며 능력이라고 보고,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삶의 원동력이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전통적인 신학자들이 취해왔던 사랑의 위계적 범주화를 비판하며 틸리히는, 리비도와 에로스, 필리아가 별도의 존재론적 위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랑에 참여하는 힘의 다양한 속성들이라고 보았다. 또한 인간의 사랑은 위계적인 다른 존재론적 사랑으로 분화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신적 사랑에 구체적으로 참여해가며 개별적 특성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임시적’이고 ‘단편적’이라고 했다. 틸리히가 건설한 ‘사랑의 존재론’에서 아가페의 위치는 위계적 상층부를 차지한다기 보다는 개별적, 단편적 사랑 안에 거하되 모든 특수하고 개별적인 사랑을 품는 보편적 특성을 지닌다. 아가페는 실존 안에서는 결코 완성태가 불가능하나 모든 사랑의 실천이 이를 지향하게 하는 일종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너의 바운더리와 중심주체가 나에게 대상화되어 사용되지 않도록 이끄는 아가페적 힘 안에서, 육체적 사랑을 포함하여 모든 구체적인 사랑의 모습은 좋은 것이며 신적이라는 선언이다.
여성주의적 입장에서 사랑의 존재론을 주장한 헤이워드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신적 관계성으로서의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하나님을‘관계적 에로스’라고 불렀다. 비록 헤이워드는 틸리히를 서구남성중심적 자유주의자라고 비판하지만, 그녀가 피력하는 하나님 이해와 사랑의 존재론은 틸리히와 상당부분 공동의 기반을 소유하고 있다. 헤이워드에게 하나님은 사랑 그 자체로서, 인간의 구체적 관계 안에서 체현되고 작동하는 감각적이고 변혁적이며 정의로운 힘이다. 그러나 그 힘은 한 개개인의 편파성이나 개별성을 초월하는 보편적 힘이라는 점에서 신적이다. 헤이워드의 ‘에로스’는 그리스철학의 형이상학적, 추상적 열망을 넘어서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성적 열망만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본고는 헤이워드가 이분화, 위계화된 사랑의 담론이 주도적인 기독교 신학 전통 안에서 의도성을 가지고 ‘에로스’라는 단어를 재점유하면서 육체적 사랑의 영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주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독성, 임의성을 외치는 포스트-모던, 후기-모던 시대의 한복판에서, 개별성을 넘어, 그러나 개별성을 담보하고 존중하면서, 개별성을 포함하는 보편성으로서의 사랑을 말했다는 점에서, 본고는 틸리히와 헤이워드가 말한 ‘사랑의 존재론’이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탈성적 전문가 개인’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나의 개별성과 자기 확장만이 중요한 시대, 육체적 사랑이 전인격적 사랑의 매개체가 아니라 일상탈출의 엑스타시로 여겨지는 이 시대에, 잘못된 관계성을 바르게 재조정하는 힘으로서의 사랑, 의애(just love)의 존재론적 본성을 재고하는 작업의 정치성을 고려할 때, 틸리히와 헤이워드의 차이보다 공동점, 즉 창조적 힘, 관계적 힘, 통전적 힘으로서 삶을 이끄는 사랑이라는 존재론이 더 주목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고의 주된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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