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나타난 가치상대주의 문제와 극복 방안
저자
발행사항
청주 :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2022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석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 윤리교육학과 초등도덕교육전공 2022. 2
발행연도
2022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DDC
372.932 판사항(22)
발행국(도시)
충청북도
기타서명
The problem and overcoming of value relativism in Dostoevsky's The Brothers Karamazov
형태사항
v, 132 p ; 26 cm
일반주기명
한국교원대학교 논문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지도교수 : 임병덕
참고문헌 : p. 120-127
UCI식별코드
I804:43012-000000039760
소장기관
본 연구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담긴 도스토예프스키의 사상과 윤리를 도덕교육과 관련지어 해석한 시도로서 도덕교육실천에 의해 실현되는 ‘소보르노스찌’가 가치상대주의 문제의 극복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가치상대주의는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피해갈 수 없는 중대한 문제 중 하나이며, 그것으로부터의 도피는 필연적으로 교육의 불필요나 불가능 둘 중 하나로 귀결된다. ‘가치상대주의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나타나고 극복될 수 있는가’를 해명하는 면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보여준 통찰은 가치상대주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도덕교육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 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신과 불멸이 도덕의 논리적 조건이라는 것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전체를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이성에 의해 ‘요청’되는 것으로 취급되었을 때의 문제를 이반과 대심문과의 반역을 통해 보여준다. 이반과 대심문관은 이성에 의지하여 신과 불멸이 도덕의 논리적 조건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반은 어린아이들이 흘려야 하는 부당한 눈물을 근거로, 대심문관은 지상의 빵을 멸시할 만한 힘이 없는 약한 자들이 겪는 고통을 근거로 신에 대한 반역을 저지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반역의 근거로 제시한 어린아이를 모욕하고, 약한 자를 화형에 처함으로써 근본적인 자기모순을 보여준다. 대심문관은 “무섭고도 영리한 자기파괴와 무(無)의 정신”이 제안한 ‘기적’, ‘신비’, ‘권위’를 받아들임으로써 반역을 수행한다. 하지만 반역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은 현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아버지마저 죽이는 가장 극단적인 강제와 자의뿐이며,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를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으로 표현한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은 ‘선의 강제’와 ‘악의 자유’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양자는 결국 신과 불멸을 부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실체를 공유하지만, 선의 강제는 신과 불멸을 향한 실천을 도외시한다는 점에서, 악의 자유는 신과 불멸 그 자체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외견상 신과 불멸을 강하게 긍정하는 듯 보이는 선의 강제는 신과 불멸을 향한 실천을 도외시하여 사실상 신과 불멸을 부정하게 되고 자의로 귀결된다. 외견상 자유를 강하게 긍정하는 듯 보이는 악의 자유는 도덕을 성립시키는 신과 불멸을 부정하여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부정하게 되고 강제로 귀결된다. 선의 강제와 악의 자유는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며 끊임없이 이어진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선의 강제와 악의 자유 사이의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신과 불멸이 도덕의 논리적 조건이라는 것과 더불어 그것이 실천에 의해 드러나고 확립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신과 불멸에 대한 확신을 향한 실천의 적극적인 방안으로 ‘다성적 문학’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형식을 창안하였다. 다성적 문학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주인공의 ‘자의식’과 독자들의 무한한 해석을 존중하면서도, 작품이 세계의 속기록 이상의 ‘예술’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는 데 있다. 그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작품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작가의 능동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주인공의 능동성을 함께 인정하면서도, 작가와 주인공이 속해있는 차원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각기 다른 차원에 위치하는 작가와 주인공 사이의 관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작품이 예술이 된다는 것은 주인공의 입장에서 작가와 관련을 맺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것은 주인공에게 있어 신과 불멸을 확신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주인공에게 작가의 존재는 ‘신’, 작가의 시간은 ‘불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과 불멸에 대한 확신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노력이 작품의 예술적 형식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대심문관」에 대한 ‘부정’으로서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전체와 「러시아 수도사」, 「알료샤」를 통해 소보르노스찌의 가치와 의미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소보르노스찌는 신과 불멸에 대한 확신 또는 그러한 확신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공동체적 정신과 다르지 않다. 소보르노스찌는 아무런 대가없이 선을 행하는 ‘기적’에 의해, 그 기적을 행하는 자가 투명하게 드러내는 ‘하느님의 형상’을 거울삼아 자신 안의 하느님의 형상을 발견하고, 그 하느님의 형상을 향한 삶을 살아갈 것을 선택할 때 가능하게 되는 ‘신비’이다. 소보르노스찌는 하느님의 형상이라는 ‘삶과 교육의 이상적 표준’을 닮아가기 위한 삶을 선택한 ‘마음과 마음의 이어짐’이라는 점에서 가치상대주의의 극복 가능성을 시사한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삶과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소보르노스찌에 있으며, 그것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비워내고 희생하는 ‘실천적 사랑’을 통해 성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느님의 형상이란 사실상 ‘우리 마음속의 신’, 즉 ‘심성’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것에 닮아가도록 노력하는 전형적인 사태 중 하나는 도덕교육실천의 사태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각자는 ‘개념’을 매개로 한 실천적 사랑, 즉 교과를 통한 도덕교육실천에 의해 하느님의 형상에 닮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도덕교육은 그것에 참여하는 당사자를 소보르노스찌로 이끄는 실천이며,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그 실천의 가치와 의미를 실천에 의해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메타프락시스적 관점을 예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도덕교육실천에 참여하는 당사자인 교사와 학생은 개념을 매개로 일어나는 도덕과 수업을 통해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 앞에 모든 일에 대해 죄인’이 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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