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림책 발달 과정 연구 : 삽화에서 그림책으로의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저자
발행사항
인천 : 인하대학교 대학원, 2019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 인하대학교 대학원 일반대학원 , 한국학과 , 2019. 2
발행연도
2019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인천
형태사항
ix, 216 p.; 26 cm
일반주기명
인하대학교 논문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지도교수:원종찬
참고문헌 : p.206-216
UCI식별코드
I804:23009-000000022446
소장기관
본 논문은 계몽기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그림책의 발전 양상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 시기는 삽화에서부터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다양한 양식의 시각적 이미지가 활용되었고, 동서양의 교섭·충돌을 이루며 그림책이 발전하였다. 본 논문은 단순히 시각 이미지를 구분하는 기준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아동을 수신자로 하여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미학적인 텍스트를 구현하는 과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한국 그림책의 형성과 발전은 근대의 삽화라는 표현 양식과 맞닿아 있으며, 이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실증적인 자료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삽화라는 표현 양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었고, 서양의 그림책의 개념이 유입되면서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었다. 때문에 그림책의 과거와 현재의 좌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실증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삽화에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변화·발전하는 과정을 조명하여야 한다.
한국 그림책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 이후 출판된 그림책에 집중되어 있으며, 서양 그림책의 개념을 중심으로 연구되었다. 때문에 그림책 개념 안에 포함될 수 없는 삽화는 주체적인 해석의 가능성이 차단됨으로써 한국 그림책의 발달사에서 배제되어 왔다. 한국 그림책의 기원과 발전 과정은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교섭을 포함하여 삽화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의 분화·발전 과정이 재평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picture book’ 형태의 서양 그림책만을 한국 그림책의 시작으로 삼는 연구 경향을 넘어서서 우리나라 그림책의 발달사를 바로 세우고자 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그림책의 분화·발전을 살펴보기 위해 시각적인 이미지가 들어간 자료를 우선으로 하였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라는 두 개의 소통방식이 상호작용하며 조화를 이루어내는 독특한 예술의 형식이다.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며 발생된 ‘빈자리’는 아동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게 된다. 또한 그림책이 다른 아동문학 텍스트와 구별되는 특징 중에 하나는 나름의 형식과 디자인을 가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글과 그림이 가진 서사를 분석하기 위해 디에게네스(말하기, diegesis)와 미메시스(보여주기, mimesis)에 주목하고, 파라텍스트의 다양한 구현 방식을 함께 살펴보았다.
계몽기 교과서 삽화는 아동을 수신자로 하여 삽화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삽화는 단순히 글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각적인 이미지는 아동의 교육에 실질적인 효과를 높여 주었다. 특히 이솝우화는 삽화의 활용의 폭을 넓혀 주었고, 이미지 재현 방식에 따른 의미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교과서에서 삽화의 활용 횟수는 줄어들고, 그 기능도 점차 축소되었다.
1920년대는 주요 4대 아동잡지를 중심으로 삽화와 표지화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아동잡지의 표지화는 단순히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장정의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표지화는 내포독자를 표상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아동잡지가 지향하는 바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였다. 삽화는 서사가 있는 이야기에서 주로 활용되었지만, 근대적 산물을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박물도를 그려 넣기도 하였다. 그러나 박물도에서도 삽화가의 자의적인 해석이 덧붙여진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서사가 있는 이야기에서 삽화는 도상 기호와 관습 기호 사이의 소통 방식이 드러나고, 배경을 묘사하는 방식과 그림틀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보이기도 하였다. 즉, 삽화는 단순히 글의 의미를 재현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림책’에 대한 장르적 인식이 발아된 것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유년에 대한 교육이 촉발되던 1930년대 이다. 이전까지 아동수신자를 대상으로 삽화가 활용되었다면, 1930년대에는 ‘유년’이라는 특정한 연령을 대상으로 하여 시각이미지가 활용되었다. 유년독자의 소환은 그림책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어른과 이를 수용하는 유년의 이중독자 개념이 적용되었다. 그리고 내포독자의 연령구분에 의해 ‘유년동요’, ‘유년동화’, ‘유치원동요’ 등의 용어가 사용되었고, 내용과 편집에 있어서도 차별성을 갖게 되었다.
1938년에는 유년을 위한 자료로서 ‘그림책’이라는 장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의 ‘그림책’은 현대적 의미의 그림책 형식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년독자의 소환과 함께 ‘그림책’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아동문학에서 삽화의 의미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근대의 흐름 속에서 한국 그림책은 제대로 된 발전적 토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굴절되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연구자는 유년을 독자로 하여 생성된 텍스트와 ‘과도기적 그림책’을 통해서 획득된 ‘그림책’의 특징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해방 이전까지는 일본의 영향으로 그림책의 개념이 수용되었다면, 해방 이후에는 서양의 영향을 받으며 동서양의 다양한 화법이 존재하던 시기였다. 그림책의 특성에 있어서도 하나로 정의 내리기 힘든 복합적인 양상이 존재하였다. 글과 그림이 서사를 이루는 단행본 그림책은 해방 이후에 비로소 출간되었는데, 김기창의 <토끼와 원숭이>(1946)는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며 민화적인 기법으로 ‘보여주는 소리’를 표현한 단행본 그림책이다. 한국 그림책의 발달사에서 김기창의 <토끼와 원숭이>를 기준으로 전후시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시그림책’의 지형과 계보를 그려나갈 수 있게 되었다. 1930년대 발현된 ‘그림동요’는 주요 일간지와 아동잡지에서 그림틀을 가진 작은 삽화와 동요 형태로 되어 있었다. 이후 <유년>(1938)의 ‘그림동요’에서는 두면을 펼침 면으로 하는 그림이 들어가게 되었고, 글과 그림의 관계에서도 그림이 심상을 담아내는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단행본 그림책 <우리마을>(1946)과 <우리들 노래>(1947)로 이어지며 ‘시 그림책’의 형식으로 발전하였다.
해방 이후에는 을유문화사의 조선아동문화협회를 중심으로 ‘그림얘기책’ 시리즈가 발간되었는데, ‘그림얘기책’은 우리나라 옛이야기와 서양의 명작동화를 중심으로 출간되었다. 시리즈 그림책은 우리나라 옛이야기와 서양의 명작동화의 두 축을 유지하며 1980년대까지 꾸준히 이어가게 된다. 1960년대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적 과도기를 겪으며 그림책에서도 1920년대 풍미했던 낭만주의적 성향의 삽화가 지속되었다. 1960년대에는 글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화법이 시도되었고, 일러스트레이션에 사용되는 재료의 폭이 넓어지면서 외국 그림책을 흉내 내는 방식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는 1970년대에 들어서서 점차 그림책의 안정화 시대를 걷기 시작하였다.
한국 그림책은 1979년 ‘세계 아동의 해’를 기점으로 많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미 1970년대부터 싹트기 시작한 그림책의 성장 자양분은 1980년대에 이르러 체계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동화서적에서는 1978년 ‘세계 어린이 책잔치’를 열게 되는데, 외국 그림책을 접한 국내 그림책 관계자들에게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져 주었다. 이후 동화서적은 전문 글 작가와 그림 작가를 구성하여 ‘그림나라 100’ 시리즈를 기획하였고, 그림책과 함께 그림책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이드북을 함께 출간하였다. 우리나라 작가들로 구성된 창작 그림책을 시리즈로 기획하여 출간한 ‘그림나라 100’은 획기적인 시도였으며, 그림책 출판업계의 자극제가 되었다.
1980년대에는 아동용 도서에서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조되면서 그림책의 그림을 지칭하는 용어에서도 ‘삽화’에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현상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은 글과 그림이 대응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담당하며 그림만으로도 단독 서사가 가능한 의미로 발전하였다. 1981년 창립된 ‘무지개 일러스트회’ 회원들은 한국 그림책의 전문화를 이끌며 그림책의 발달을 성큼 앞당기는 역할을 하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어린이 도서와 일러스트레이션’의 논의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그림 작가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이 촉발된 것은 시대적 현실에서의 억압된 자유로움이, 개성을 살린 작품을 생산하기 위한 욕구로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서 류재수의 백두산 이야기(1988)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창작 그림책 시대로 나아가게 되었다.
본 논문은 한국 그림책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리된 한국 그림책의 개념서나 발전사가 부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한국 그림책의 과거와 현재의 좌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계몽기 삽화에서부터 1980년대 일러스트레이션까지 한국 그림책의 발전 양상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한국 그림책은 1980년대 서양의 그림책의 영향으로 출현한 것이 아니라, 삽화에서부터 현대의 그림책에 이르기까지 사회·문화·역사적 교섭과 충돌을 이루면서 발전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한국 그림책은 서양의 ‘picture book’ 형태뿐 아니라 글을 재현하는 시각이미지까지 폭넓게 정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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