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진단서 : 이상 문학에 나타난 중첩의 양상
저자
발행사항
서울 : 고려대학교 대학원, 2021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2021. 8
발행연도
2021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Modern medical certificate : aspects of superposition in Lee Sang's literature
형태사항
i, 114 p. : 삽화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종훈
참고문헌: p. 103-109
UCI식별코드
I804:11009-000000251454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이 논문은 이상 문학 텍스트(시·소설·수필)에 상당히 만연해 있는 병리적 모티프와 의학적 모티프를 종합적으로 연구해야할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출발하였고, 일찍이 김기림이 이상 문학을 ‘현대의 진단서’로 명명한 것에 입각하여 그의 전반적인 텍스트를 일종의 ‘진단서’로서 사유하고자 하였다. ‘진단’이라는 것은 크게 두 부분으로 분절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병리적 증상을 포착하는 것과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그에 해당하는데, 본고에서도 그러한 임상의학적 단계성을 바탕으로 이상 문학의 진단적 성격을 ‘병리성의 발견’과 ‘치료의 모색’으로 나누어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여 보았다.
이상 문학의 진단적 성과를 세밀하게 목도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는 ‘중첩(superposition)’이라는 이론적 개념을 도입했다. 그의 문학은 소위 난해하다고 일컬어지는데, 그 난해성의 기저에는 각종 다질적 성분들이 상호 분열된 채 긴장구도를 형성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았다. 이때 ‘중첩’은 분열된 비동일적 존재들을 접합시킴으로써 그들의 관계성이 새롭게 도출되는 일종의 ‘교호작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상 문학의 분열된 요소들을 상호 교호적 관계로 포섭하고 그 경계성을 사유할 수 있는 적확한 방식이라 판단되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상 문학의 ‘진단’의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중첩’의 양상을 심도 있게 고찰해 보았고, 그 세부적인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Ⅱ장에서는 이상 문학에 틈입해있는 여러 ‘증상’들을 포착하고 유형화하여 그가 구현한 ‘병리성’의 실체에 대하여 탐구하였다. 이상은 다양한 층위의 증상들을 복합적으로 앓아온 환자였다. 한 명의 병리적 개인에게 ‘중첩’된 다양한 증상들은 그를 더욱 병리적 극한으로 유도하였다. 그런데 이상은 오히려 자신의 병력을 치열하게 고민하여 솔직한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을 병리적인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삼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Ⅱ장의 1절에서는 이상의 신체 내부에서 나타나는 개인적 증상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먼저 ‘결핵’은 이상 문학의 병리적 세계관을 구성하는 기원이자 주제가 되는 증상으로서 작품 속에 실체적으로 투영되었다. 그 반영의 정황은 단순히 고통스러운 내면이 표출되는 형태가 아니라 증상의 양태가 객관적으로 형상화됨으로써 예술적 승화를 이뤄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의 생애를 잠식했던 위중한 질환이 충분한 성찰 과정을 거쳐 미학적으로 구현된 모종의 의지가 된 것이었다. 다음으로 살펴본 ‘성욕 과잉’과 ‘권태’는 표면상으로 감지되는 활력의 차이로 인해 서로 무관하거나 대척되는 증상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상당한 접점을 지닌 정신 병리적 증상에 해당하였다. 모두 ‘결핵’이 파생시키는 대표적인 2차적 증상에 속하였고, 각각 근대를 상징하는 정신 질환의 사례였다. 또한 두 증상은 이상에게 실존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활용되어 왔는데, ‘성욕 과잉’은 수용하고 함몰되는 방식으로 ‘권태’는 배척하고 탈피하고자 노력함으로써 실존의 감각을 끊임없이 반추하도록 유도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종국에는 두 증상에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병리적 개인의 비극적 운명을 한층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2절에서는 이상이라는 병리적 주체에게 ‘중첩’된 증상의 범위를 사회적인 영역까지 확장시켜 보았다. 사회에 만연한 여러 징후들을 병리적으로 내면화하는 이상의 관찰력과 집중력은 매우 섬세하고 집요했으며, 육체적 병환의 이미지를 통해 개별 사회상의 부조리한 단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었다. 우선 이상은 ‘절름발이’ 혹은 ‘절뚝발이’라는 병리적 이미지를 은유적 기표로 활용하여 사회적 관계의 비대칭성을 표현하였다. 가족관계의 부조화를 상징하는 것에서부터 남녀관계의 파행적인 표상을 형상화하는 데까지 ‘절름발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데, 특히 남녀 간의 비대칭적 관계성은 이상 문학 전반에 걸쳐 매우 비중 있는 모티프로 자리했다. 이때 ‘절름발이’라는 불치의 형상은 이상에게 남녀관계가 회복에 대한 기대가 부재한 것으로서 병리적 필연성을 부여해주었다. 다음으로 이상이 근대인으로서 근대 도시의 부정성을 폭로하는 순간에도 병리적 상상력을 개입시킨 것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는 도시 경관 및 도시화가 야기한 사회적 현상을 관조할 때에도 실제 병리적 증상에 의거하여 비판적인 시선을 노출하였다. 이상이 부조리한 근대 도시에 신체적 자질을 부여하여 병리적 특질들을 투영시킨 시도는 자기 자신을 근대적 환자의 위치에 올려놓는 그만의 고유한 특색이자 효과적인 수사법이 되었다.
3절에서는 이상에게 다양한 증상이 ‘중첩’되어 병리적 극한으로 다다르는 모습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다수의 증상이 한 명의 개인에게 겹쳐서 발현된다는 것 자체도 증상의 ‘중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이상 문학은 더 나아가 개별 작품에서부터 여러 층위의 증상을 직접 ‘중첩’시켜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상은 작품 내부에서 증상이 전이되고 합병되는 맥락을 형성하고, 그 증상 간의 경계성을 통해 하나의 증상으로 환원되지 않는 모종의 ‘병리적 총체’를 만들어내었다. 증상끼리의 인접성이 미미한 신체병리 간의 ‘중첩’에서부터, 신체병리와 정신병리의 ‘중첩’, 그리고 사회병리까지 아우르는 ‘중첩’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깊이 있는 병리적 심화를 이룩한 것이었다. 이에 이상 문학에 나타난 증상의 ‘중첩’은 개인 및 시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자 세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그의 저항과 사투가 얼마나 고된 작업이었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라 볼 수 있게 되었다.
Ⅲ장부터는 이상 문학이 증상을 ‘중첩’시켜 자신을 병리적 극한으로 유도하는 것과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 ‘치료’를 모색하는 지점에 대해 사유해 보았다. ‘치료’에 대한 소망이 담겨있다는 것은 이상 문학의 진단적 성격을 방증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때의 ‘치료’라는 개념은 완전한 회복을 담보해주는 것이 아니라 치유에 대한 가능성과 불가능성 사이에서 행해지는 모종의 작업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치료’는 하나의 불확실성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상 문학에서 처절한 분투와 반복된 실패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상은 지속적으로 ‘치료’를 도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불확실한 과정 속에서 다양한 분열적 양상들이 파생되었는데, 각각의 분열적 자질들은 서로 ‘중첩’되어 다채로운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Ⅲ장의 1절에서는 ‘칼’, ‘약물’, ‘인공신체’라는 의학적 치유도구를 중심으로 치료과정 내에서 발현되는 이중적 욕망에 대해 살펴보았다. 각각의 대상물들은 ‘쇄신’을 모색하는 치료의 도구가 되면서 그와는 대척되는 무언가를 동시적으로 지향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우선적으로 ‘칼’은 수술로 환기되는 ‘치유’와 자살로 상징되는 ‘죽음’에 대한 욕망이 ‘중첩’되어 나타났다. 회복에 대한 갈망과 삶을 포기하고 싶은 태도가 한꺼번에 뒤섞인 양면성을 암시했던 것이었다. 그 중 ‘면도칼’이 작품 곳곳에서 빈번하게 등장하였는데, ‘면도’라는 행위는 사회에 이상적으로 편입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다는 측면에서 치유의 방향성과 맞닿았지만 역시나 동맥을 따고 싶다는 자살 충동을 동시에 반영하는 모습을 내포하였다. 결국 이상은 ‘칼’을 작품에서 거의 부재한 대상으로 묘사하였는데, 이는 칼에 ‘중첩’된 욕망이 분출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시킴으로써 삶과 죽음에 대한 동시적 갈망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그로 인해 실존적 인식을 계속 도모하려는 것에 해당하였다. 다음으로 ‘약물’은 ‘치료제’로서의 기능과 ‘독약’ 혹은 ‘환각제’로서의 기능이 공존하는 대상이었다. 이 역시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표류하는 존재에게 실존적인 사유를 환기시키는 것으로 작용하였고, 약물에 탐닉되는 방식이나 정도에 따라서 주체의 다층화된 욕망을 효과적으로 체감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이에 이상은 스스로 그 경계적 상태인 ‘환각’을 지향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향유의 형태는 현실에 대한 도피가 아니라 도리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방편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인공신체’는 가장 진보된 의학적 상상력이 반영된 것으로서 ‘실존’과 ‘환상’의 개념이 ‘중첩’되어 나타났다. ‘인공신체’는 자연의 성질과 인공의 성질을 모두 갖춘 대상이라는 점에서 치유가 되었다는 환상성과 인공적인 요소에 불과하다는 현실성을 한꺼번에 자각시켰다. 즉, 완전한 자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치유의 환상과 불안한 실존이라는 양가감정을 ‘중첩’시켜 담아내기에 ‘인공신체’는 매우 적확한 대상이었던 것이었다.
2절에서는 ‘치료’ 행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주체의 ‘중첩’을 논의해 보았다. 먼저 이상은 본인이 직접 ‘책임의사’가 되는 것을 통해 자신의 병리적 증상을 진료해줄 의학적 주체를 구성하였다. 이로써 그는 ‘환자’와 ‘의사’라는 양면적인 신분을 동시에 거느리게 되면서 자신의 병리성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거울’ 시편을 중심으로 나타난 그의 자가진단은 반복적으로 ‘실패’의 결과만을 드러냈다. 이때의 ‘실패’는 병리적 심화를 시사해주기도 했다. 실제로 시도된 치료과정에서 치유 불가능성이 대두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실패’는 의학적 장이 형성되는 조직 원리를 의미하면서 궁극적인 치유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치료의 실패는 치유 불가능성이라는 심연을 실재로서 보여주었지만, 그 치유 불가능성에도 병리적 심화와 치유 가능성에 대한 꾸준한 모색이 이중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것이었다. 결국 ‘환자’와 ‘의사’의 대면은 치유의 성패를 떠나 병리적 증상을 성찰하고 치료를 계속 시도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한편, 들뢰즈는 의학적인 사유와 문학적인 사유가 교차되는 것을 징후학적이라 보았는데, 이상 문학은 ‘환자’와 ‘의사’라는 주체적 역할의 ‘중첩’을 시작으로 ‘작가’의 개념까지 겹쳐지는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지극히 징후학적이라고 판단될 수 있었다. 따라서 그의 글쓰기 자체는 하나의 ‘진단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었고, 또 그의 기록은 반복되는 치료의 실패 속에서도 끊임없는 실존적 인식을 위해 분투한 궤적으로 남게 되었다. 이상의 투철한 의지와 사명감은 ‘죽음’마저도 그의 진단적 글쓰기를 저지할 수 없었는데, 그로 인해 이상 문학이 그의 종생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영속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었다.
분석정보
서지정보 내보내기(Export)
닫기소장기관 정보
닫기권호소장정보
닫기오류접수
닫기오류 접수 확인
닫기음성서비스 신청
닫기음성서비스 신청 확인
닫기이용약관
닫기학술연구정보서비스 이용약관 (2017년 1월 1일 ~ 현재 적용)
학술연구정보서비스(이하 RISS)는 정보주체의 자유와 권리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계 법령이 정한 바를 준수하여, 적법하게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개인정보 보호법」 제30조에 따라 정보주체에게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절차 및 기준을 안내하고, 이와 관련한 고충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수립·공개합니다.
주요 개인정보 처리 표시(라벨링)
목 차
3년
또는 회원탈퇴시까지5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3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2년
이상(개인정보보호위원회 :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조치 기준)개인정보파일의 명칭 | 운영근거 / 처리목적 | 개인정보파일에 기록되는 개인정보의 항목 | 보유기간 | |
---|---|---|---|---|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이용자 가입정보 파일 | 한국교육학술정보원법 | 필수 | ID, 비밀번호, 성명, 생년월일, 신분(직업구분), 이메일, 소속분야, 웹진메일 수신동의 여부 | 3년 또는 탈퇴시 |
선택 | 소속기관명, 소속도서관명, 학과/부서명, 학번/직원번호, 휴대전화, 주소 |
구분 | 담당자 | 연락처 |
---|---|---|
KERIS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 정보보호본부 김태우 | - 이메일 : lsy@keris.or.kr - 전화번호 : 053-714-0439 - 팩스번호 : 053-714-0195 |
KERIS 개인정보 보호담당자 | 개인정보보호부 이상엽 | |
RISS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 대학학술본부 장금연 | - 이메일 : giltizen@keris.or.kr - 전화번호 : 053-714-0149 - 팩스번호 : 053-714-0194 |
RISS 개인정보 보호담당자 | 학술진흥부 길원진 |
자동로그아웃 안내
닫기인증오류 안내
닫기귀하께서는 휴면계정 전환 후 1년동안 회원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재동의를 하지 않으신 관계로 개인정보가 삭제되었습니다.
(참조 : RISS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처리방침)
신규회원으로 가입하여 이용 부탁 드리며, 추가 문의는 고객센터로 연락 바랍니다.
- 기존 아이디 재사용 불가
휴면계정 안내
RISS는 [표준개인정보 보호지침]에 따라 2년을 주기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하여 (재)동의를 받고 있으며, (재)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 휴면계정으로 전환됩니다.
(※ 휴면계정은 원문이용 및 복사/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휴면계정으로 전환된 후 1년간 회원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재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 RISS에서 자동탈퇴 및 개인정보가 삭제처리 됩니다.
고객센터 1599-3122
ARS번호+1번(회원가입 및 정보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