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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드로와 모페르튀 논쟁 = La polemique entre Maupertuis et Dide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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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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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289(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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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드로는 1753년에 쓴 『자연의 해석에 관하여』에서 모페르튀가 바우만 박사라는 가명으로 발표했던 『자연의 체계』가 비록 새롭고 과감한 생식이론을 제기하여 과학과 신앙을 결합하고자 했던 기존의 전성설을 극복하고 있지만, 결국 신이 곧 자연이라고 주장하는 스피노자주의로 귀결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모페르튀는 부모의 유기분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동물의 생식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때 이들 유기분자는 신이 부여한 ‘지성’을 갖추었기 때문에 무질서하게 결합하지 않고 특정한 신체 기관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디드로는 기본적으로 모페르튀의 혁신적인 체계에 동의했지만 그가 이 체계를 여전히 신의 섭리와 경이를 통해 설명하고자 했던 점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디드로가 모페르튀를 스피노자주의라고 비판했던 것은 그의 생식과 발생 이론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가 유물론과 섭리주의 사이에서 취한 어정쩡한 입장이었다고 본다. 사실 모페르튀는 디드로의 말처럼 ‘자신의 체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잘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저작에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여러 철학자들의 체계를 교묘히 이용하여 비판을 피하고자 했다. 이런 입장을 잘 알고 있었던 디드로는 『자연의 비너스』와 『자연의 체계』에서 다소 신(新)스피노자주의적 입장을 피력했던 모페르튀를 스피노자주의자로 몰면서 그가 스스로 자신의 과감한 유물론을 인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모페르튀는 『디드로 씨의 반박에 대한 답변』을 써서 디드로의 ‘부당한’ 비판에 답하면서 스피노자주의의 누명을 벗고자 한다. 그의 답변의 요점은 유기분자들의 결합으로 구성된 세계가 ‘전체’를 이루는가, 그 전체를 신으로 볼 수 있는가 묻는 것은 잘못 제기된 문제라는 것이다. 모페르튀는 전체와 부분, 충만과 공백, 연속과 인접을 구분하는 것은 제한되고 불완전한 감각에 기대어 세계를 관찰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관점이며, 완전한 존재로서의 신의 지성에서는 이러한 차이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면서 디드로의 비판을 벗어나고자 했다.
모페르튀의 사망과 『백과사전』의 과업으로 인해 두 사람의 논쟁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모페르튀는 이십년 후 디드로의 철학적 대화 『달랑 베르의 꿈』에서 간접적으로 다시 등장한다. 디드로는 자신의 저작에 등장하는 명민한 사교계 여성 레스피나스 양의 입을 통해 모페르튀가 사용한 거미와 꿀벌집의 비유를 다시 등장시킨다. 디드로는 분명 18세기 중반 유럽의 과학계와 철학계가 보여주고 있던 섭리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유력한 가능성을 모페르튀에게서 찾았다. 그러나 모페르튀는 야심만만한 자신의 유물론을 자연의 경이 속에서 신의 존재와 신의 전능을 발견하고자 하는 동시대의 섭리주의자의 외관으로 감추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디드로는 모페르튀의 입장에 공존하는 이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교묘히 드러내면서 어느 입장이 든 다른 입장과 단 ‘한 걸음’의 차이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모페르튀는 디드로의 비난을 솜씨 좋게 피해가며 결국 자신의 체계를 감싸고 있던 섭리주의의 베일을 끝끝내 벗지 않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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