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민주주의와 한국정치
저자
장동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2006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KDC
350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1-17(17쪽)
제공처
심의민주주의는 이성적 토론을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도입시키고자 한다. 심의민주주의자들은 현대 자유민주사회의 핵심적 문제로 도덕적 불일치(합당한 불일치)와 시민의 사적주의(civic privatism)경향을 제기한다. 한국사회에서의 개인주의 및 집단이기주의, 사회경제적 갈등의 심화, 이념적 갈등의 표면화, 초기 단계의 다문화 현상 등은 심의민주주의자들의 문제인식과 깊은 관련성을 지닌다.
심의민주주의의 한국적 적용은 두 가지 방향에서 가능하다. 하나는 간접적 방향이다. 이러한 방향은 실제 시민사회 내의 여러 단체 및 대학교육, 토론중심의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국민의 여론형성에 간접적 및 부분적 영향을 미쳐서 심의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배경적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다른 하나의 방향은 직접적 방향이다. 이것은 다시 두 가지 방향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하나의 방향은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또는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의원 선거 시, 정부의 주관 하에 전국적 규모로 시민들 중 직정수가 쟁점 및 후보에 대한 토론을 갖는 기회를 구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부가 주관하는 방식은 자발적인 합당한 토론을 불러일으키는데 실패할 것이라는 반론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전국적 실험과 관계된 막대한 비용의 소요 문제가 대두된다. 결국 이 두 문제를 결합시키면, 막대한 비용에 비해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직접적 방향은 비정부적 차원의 자발적 단체들이 주관하여 정부 및 지방자치 단체의 주요 선거나 정책을 결정할 시 심의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적극적 의미가 있긴 하지만, 정치과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심의민주주의의 실험이 한국의 정치문화와 양립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 문제가 대두된다. 한국의 정치문화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치적 및 도덕적 부담감을 느끼게 함으로, 공적 토론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거나, 설사 참여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여 적극적인 공적 토론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관계중심의 인간관계 자체가 공적 타당성의 추구를 제약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성적 토론과 실제의 투표행위는 무관할 수 있다는 반론이다. "토론은 토론대로, 투표는 투표대로" 하는 행위는 한국적 문화·사회적 맥락과 쉽게 결부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의 심의민주주의 현실적 실험에는 많은 제약과 한계점이 예측된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직면하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표중심의 민주주의를 통해서는 그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민주주의가 현재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심의민주주의를 부분적으로, 그리고 비정부적 차원에서 실험을 하는 방향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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