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납북자 가족의 생애사 연구 : 납북자 가족의 피해 경험을 중심으로
본 연구는 한국전쟁 시기 납북된 피해자의 생애사 연구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납북자와 그 가족에 대한 피해실태를 심층 분석하고, 역사사회학적 관점에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국가폭력, 그리고 사회적 차별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있다.
전시 납북자는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한국 전쟁 중에 인민군 또는 북한에 동조하는 자에 의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북으로 납치된 민간인이라고 정의한다. 한국전쟁 중 납북된 민간인의 수는 9만 명에서부터 12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납북자 피해 가족은 수백만 명이 태동하게 되었다. 이처럼 납북자 피해 가족들은 가족 간의 이별이라는 아픔과 함께 정부로부터 연좌제 적용 대상이 되어 이중적인 피해를 수십 년 동안 겪어야만 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피해사례를 파악하고, 이산가족 중에서도 가장 큰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전시 납북자 가족의 생애사를 연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질적 연구방법 중 하나인 생애사 연구와 양적 연구방법인 코퍼스 분석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생애사 연구를 위해 우선적으로 77명에 대한 설문자료를 통해 피해의 규모 및 양상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이후 납북피해자 가족들 중 30명을 선별하여 인터뷰를 실시하였으며, 일대일 심층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참여자들의 특성상 고령인 점을 고려하여 여러 번에 나누어 자료를 수집하였고, 경우에 따라서 눈덩이 표집 방법도 사용되었다.
수집된 자료는 역사사회학적 관점에서 범주적(categorical), 통합적(holistic), 담론적(discourse) 영역에서 분석하고, Mandelbaum(1973)의 차원(삶의 영역: dimension), 전환점(turnings), 적응기(adaptation) 이상 세 가지 틀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코퍼스 분석으로는 참여자들의 인터뷰 자료를 중심으로 핵심어의 빈도수를 분석하였고, 참여자들의 삶에 있어서 중요시 되어온 맥락들을 짚어보았다. 특히 앞서 연구된 질적 연구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양적 연구를 통해 검증함으로써 생애사 연구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 납북자 가족은 월북자와의 혼용 등으로 인해 납북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 활동 중 다양한 제약과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북자 가족의 발생 이후 북한에 협조했다는 오해와 우려, 그리고 자진 월북자라는 의혹으로 인해 연좌제의 대상으로 적용받게 됨에 따라 취업, 해외여행, 훈장, 공직진출 등 각종 권리와 기회가 차단되고 제한되었다.
납북자 문제는 북한에 의해 납북된 본인뿐만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과 주변인이 함께 연결되어 있는 역사적 산실(産室)인 동시에 해결되어야만 하는 사회적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의 대부분은 납북규모와 현황 파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납북자 가족의 애환과 상처의 깊이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가폭력으로 인한 납북자 가족의 피해 사례와 보상에 관한 연구는 전무하다. 합법적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국가의 폭력은 유가족을 몸과 정신을 멍들게 하였기에 이에 대한 보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법・제도적 장치들이 부재한 상황이며 이와 관련한 연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납북자와 그 가족들은 북한에 의해 1차적인 폭력을 당했으며, 남한의 ‘반공주의’ 담론에 의해 또 다른 2차 폭력의 피해를 당해왔던 것이다. 한 쪽에 의해 가족을 잃고, 다른 한쪽에 의해 감시당하는 삶을 살아왔던 전시 납북자 가족의 생애사를 통해서 국가폭력으로 빚어진 삶의 진실을 밝혀내고 그 피해는 어떠한 형태로 나타났는지에 대해 분석하였다.
납북자 가족들은 먼저 6.25전쟁에 대한 인식보다 북한에 의한 가족의 납북 사실에 대해 더 주목하였고, 가족의 생사확인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납북자 가족들이 고령화되어감에 따라 납북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가족을 잃은 슬픔에 더해 정부의 감시와 차별로 인한 암묵적인 폭력, 연좌제를 적용한 점에 대해 정부로부터의 사과와 명예회복을 원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시간의 흐름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납북자 가족들의 감정 또한 분노에서 침묵으로, 침묵에서 원망으로, 원망에서 체념과 회한으로 바뀌는 모습도 보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납북자’를 ‘피해자’라는 단순한 개념 범주 하에서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생애사적 관점에서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국가폭력의 다양한 양상을 밝힐 수 있었다. 납북자 가족들에게 연좌제는 국가에 의해서 자행된 국가폭력인 동시에 분단 상황으로 인해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편견의 멍에였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납북자 가족들은 분단국가에서 강요된 이데올로기에 의해 하위주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납북자 가족들의 생애사는 한국전쟁이 남긴 우리민족의 상흔의 역사와 함께 했다. 납북자 가족들이 경험한 가족의 피랍(被拉) 및 이산(離散)의 상황은 극도의 공포와 분노로 전이되었고, 이러한 상황의 지속은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침묵으로 이어졌다. 전쟁은 끝났지만 돌아오지 않는 가족의 그리움마저 사회적 시선과 제약으로 인해 표출할 수 없었고, 어디에서도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 이러한 삶의 구조 속에서 납북자 가족들의 침묵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었고, 가슴의 한(恨)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이처럼 오랜 시간의 침묵은 원망과 회한으로 남아 삶의 질고(疾故)가 되어 있었다. 전후 산업화와 민주화시기를 거치면서 생계유지에 급급했던 납북자 가족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성장해가는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체념으로 수용하고자 했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국가폭력의 특성인 은닉성 차원에서도 재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납북자 가족들이 자신의 상처를 애써 외면하려는 경향에서 사실 관계를 자위적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납북자 가족들의 감정 변화의 과정들을 통해서 전쟁과 가족의 이산이 남긴 심리정서적 트라우마의 잔재도 확인되었다.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의 납북자 가족들이 아동기에 경험한 전쟁 공포와 가족의 이별은 전쟁 트라우마로 남아 있게 되었고,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공포를 넘어서서 가족의 이별로부터 오는 심리적 압박을 안고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즉,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납북자 가족의 감정 변화는 전쟁 트라우마의 잠재적 연속이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납북자 가족들의 나이는 평균 80세를 넘기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의 적응은 이제는 세상에 대한 적응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적응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납북자 가족들은 67년 전에 북에 끌려간 가족의 만남을 기다리고, 헤어진 가족의 소식이라도 알기 위해 또 기다리고 있다. 납북자 가족들은 6.25전쟁으로 인한 이산의 고통과 아픔을 국가가 기억해 주기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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