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과 국민 : 정체성의 재구성
① 국민국가의 건설과 다원적 민족주의 /
해방 이후의 새로운 정치적 공간 속에서 일제에 의한 국민국가를 넘어 우리 민족의 주체적 입장에서 새로운 국민국가를 수립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를 시도한 주체는 실로 다양했고, 이들이 모두 민족주의의 담론을 통해 자신들의 의도를 정당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민족주의의 담론으로 정치적 이념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동일한 내용을 민족주의의 담론 속에 담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김구가 주장하는 민족주의와 이승만의 민족주의는 정치적 지배계급이 주장하는 민족담론과 농민층의 피지배계급이 제시한 민족담론만큼이나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 기반하여 이 연구는 해방공간에서 분단체제로 연결되는 시점에 일어난 국민국가 설립의 다양한 시도와 이를 뒷받침한 민족주의의 다원성을 검토하려고 한다. 국민국가 건설에 참여한 다양한 주체들이 제시한 민족주의 담론이 어떤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살펴보며, 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며, 결국 민족주의 담론의 광범위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통합은 왜 이루어지지 못했는가를 검토하려고 한다.
민족주의의 핵심은 누구를 우리 민족으로 인식할 것인가에 관한 집합적 정체성의 형성과 민족이라는 집합체 속에서 결속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모아진다. 이러한 이론적 방법론적 틀에 입각하면 다양한 정치적 주체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결국 모든 정치적 주체가 민족주의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를 해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곧 새로운 국민국가의 건설이라는 희망으로 시작했던 해방공간이 분단체제의 구축이라는 절망의 공간으로 전환된 한 이유일 것이다.
② 한국자유주의의 전개와 그 속성 /
해방 이후 남한의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 결합하여 <지배이념>임과 동시에 <저항이념>으로 작동하면서 한국의 정치를 이끌어 왔다. 냉전과 반공주의를 배경으로 하여 자유주의의 외재적 가치(국제정치적 수단)를 강조하면서 권력강화를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세력이 지배이념으로서 자유주의를 이용하였다면, 자유주의의 본래적 가치의 실현을 통해 진정한 '승공'을 추구하는 세력이 저항이념으로서 자유주의를 활용하였다. 자유주의는 또한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민족통일운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그런데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자유주의는 그 이념과 세력의 측면에서 새로운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화운동과정에서 민주주의와 결합한 자유주의는 이제 '자유' '자율' 자체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평등'의 가치를 우선하는 민주주의와 조심스런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민족주의와 관련하여 '민족'가치 우선인지 '자유'가치 우선인지를 놓고 갈등을 노출시키고 있다. 냉전 이후 세계화와 관련하여 '사회적 자유주의' 전통은 경쟁과 시장의 절대적 가치를 주장하는 '시장 자유주의'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 속에서 한국의 자유주의는 변화, 발전하고 있다. 본 연구자는 2단계 연구과제의 하나로 진행된 <근대적 개인의 형성과 민족>을 통해 한국에서 자유주의가 처음 소개되는 개화기에서부터 일제시기를 거치는 동안 변용되고 굴절되는 과정을 검토하였다. 이제 3단계 연구과제의 하나로 제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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