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시의 새로운 영역 = A New Area of Meta-poetry

국문 초록 (Abstract)

통상적으로 메타시는 시를 쓴 시인과 관련하여 ‘시에 대한 시, 시 쓰기에 대한 시’로 정의되고 있다. 한 시인이 자신의 다른 시를 시에 포함하거나, 자신의 시 쓰는 과정을 시로 쓰는 경우를 흔히 메타시라고 부른다. 메타시 논의가 처음 제기되었을 때, 메타시는 시대적인 절망의 표현이자 근대 시학의 궁지라고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를 그 제작자(시인)와 관련지어 읽지 말고 시가 다루는 대상과 관련지어 보면 새로운 논의의 영역이 열린다. 재래의 메타시 정의에 부합하는, 곧 시인 자신의 시 혹은 시작(詩作)과 관련되는 메타시가 있는 반면, 시인과 연관되지 않은 메타시, 시가 다루는 대상이 시적 언어 그 자체인 메타시가 있다. 전자의 성격을 메타시의 ‘성찰성’, 후자의 성격을 메타시의 ‘재현성’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다. 전자는 ‘주체 → 대상’의 관계에서 주체에 초점을 맞춘 메타구조인 반면, 후자는 ‘주체 → 대상’의 관계에서 대상에 초점을 맞춘 메타구조다.
재현적인 메타시는 시의 언어가 대상을 의미화(곧 시가 시 바깥의 대상을 지시하는 것)하지 않고 언어 자체를 의미화(곧 시가 언어기호를 대상으로 삼는 것)하는 시다. 예술의 발전과정에서, 이처럼 예술작품이 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는 자의식적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최근의 현대시에서도 이런 현상은 흔히 관찰된다. 이 논문에서는 이런 양상을 넷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1) 기호들의 배열에 의한 메타시. 이것은 언어를 이루는 기호들을 대상화했을 때 나타나는 메타시다. 2) 기표들의 형상에 의한 메타시. 이것은 기표들의 도상적 요소에 따라서 출현한 메타시다. 3) 기표들의 소리에 의한 메타시. 이것은 기표들의 리듬적 요소에 따라서 출현한 메타시다. 4) 기의들의 전개에 의한 메타시. 이것은 이미지의 특별한 배열에 따라서 적어간 메타시다. 재현적인 메타시는 기호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살린 시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서 시가 가진 언어의 힘은 최대치에 이른다. 메타시를 제작자(시인)의 의식과 의도 아래 두지 말고, 작품이 그 자신의 기호와 맺는 관계에 집중한다면 새로운 시학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Reference)

• 1 마르틴 하이데거, "형이상학" 까치 2001
• 2 권혁웅, "현대시의 리듬 체계" 국제비교한국학회 22 (22): 11-36, 2014
• 3 권혁웅, "현대시와 이미지― 감각, 비유, 사건으로서의 이미지" 한국시학회 (55) : 157-178, 2018
• 4 권혁웅, "현대시에 나타난 병렬과 병행 - 리듬 충동을 중심으로 -"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45) : 129-150, 2014
• 5 권혁웅, "현대시에 나타난 리듬의 변주" 한국문학연구학회 (56) : 335-367, 2015
• 6 김민지, "한국 현대 메타시 연구" 전남대 2015
• 7 이수명, "표면의 시학" 난다 2018
• 8 남기택, "이성선의 메타시학 양상" 인문과학연구소 31 : 1-20, 2013
• 9 한주희, "오규원 시의 시공간 의식 연구" 충남대 2020
• 10 전형철, "오규원 시 연구 - 메타시와 광고시를 중심으로" 국제언어인문학회 11 (11): 163-182, 2009
• 11 권혁웅, "시와 리듬" 포지션 (31) : 2020
• 12 김준오, "시론" 삼지원 2002
• 13 권혁웅, "비유의 단위에 대하여" 한국시학회 (60) : 43-72, 2019
• 14 이은정, "부재의 존재론, 역설의 시학 －김춘수의 후기 시집을 중심으로" 한국문예창작학회 9 (9): 71-102, 2010
• 15 김준오, "문학사와 장르" 문학과지성사 2000
• 16 이승훈, "모더니즘의 비판적 수용" 작가 2002
• 17 정원정, "김춘수의 시쓰기 방식 연구" 한양대학교 대학원 2013
• 18 김홍중, "근대적 성찰성의 풍경과 성찰적 주체의 알레고리" 한국사회학회 41 (41): 186-214, 2007
• 19 슬라보예 지젝,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인간사랑 2004
• 20 안나 모진스카, "20세기 추상미술의 역사" 시공사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