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시대’의 ‘타락한 글쓰기’ 방법 ―현경준의 아편서사 연구 = The Method of Corruptive Writing for an Era of Corruption

국문 초록 (Abstract)

「유맹」과 그 개작들인 「도라오는 인생」과 「마음의 금선」 등은 그동안 현경준 논의의 중심을 이루어 온 대표적인 아편서사들이다. 1930년대 후반, 일제가 만주국 금연총국을 앞세워 추진한 아편 단금정책을 제재로 한 이들 작품은 만주국 각지에 설치 운영된 ‘보도소’의 실상을 그려 보이고 있다.
이들 작품의 국책성 시비를 살펴본 결과, 그것을 제기한 논의들이 적잖은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첫째, 적절치 못한 논거들에 의지해 있는 점, 둘째, 선행 연구 성과에 대한 맹목적 경사, 셋째, 텍스트 정독과 분석에 대한 성실성의 결핍, 넷째, 일제의 검열제도와 이로 인한 작가들의 자기검열에 대한 고려의 배제 등을 들 수 있다.
현경준의 아편서사들은 국책문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제의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식을 주제로 한 진보주의 서사문학의 성과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작품들은 표면서사와 이면서사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이중구조를 띠고 있다. 표면서사는 다분히 국책협력인 성격을 띠고 있으나 이는 다만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위장에 불과한 것이며, 작가의 실제 의도와 주제는 이면구조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글쓰기는 L. 골드만이 말하는 ‘타락한 시대의 타락한 방식’의 글쓰기나 G. 루카치가 말하는 ‘주제의 간접화 방식’에 정확히 일치한다. 이 점에서 식민주의의 집단적 광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던 시기에 창작된 현경준의 아편서사들은 일제 말기의 허약한 우리 문학사를 보강할 수 있는 문학사적 의미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문헌 (Reference)

• 1 김 현, "프랑스비평사:현대편" 문학과지성사 1981
• 2 박강, "중일전쟁과 아편" 지식산업사 1995
• 3 현경준, "중국조선민족문학대계 9" 보고사 2006
• 4 "윤기정․현경준 단편소설집" 작가동맹출판사 1957
• 5 박강, "아편제국 일본" 지식산업사 1999
• 6 루시엥 골드만, "숨은 신" 연구사 1986
• 7 루시엥 골드만, "소설사회학을 위하여" 청하 1982
• 8 "만선일보(영인본), 인문평론, 문장, 춘추"
• 9 현경준, "마음의 금선" 홍문서관 1943
• 10 王承禮, "苦難與鬪爭十四年" 中國大百科全書出版社 332-, 1990
• 11 李茂杰責任, "滿洲國史 上-下" 滿洲國史編纂刊行會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