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 연구 : '늪'과 '바다' 이미지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 A Study on Kim, Chun-Su poetry
저자
강경희 (숭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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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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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03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KDC
700.000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17-47(31쪽)
제공처
본 연구는 김춘수 초기시의 상징 이미지인 '늪'과 '바다'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그의 시정신의 뿌리가 무엇인지 밝히는데 초점을 두었다. 김춘수는 많은 시편에서 상반된 이미지의 병치를 통해 새로운 실험시와 시적 아름다움을 완성해 내고 있다. 그의 주된 '미의식'의 근저에는 주로 '고독', '슬픔', '눈물'과 같은 개인적 상처와 아픈 기억이 존재한다. 특히 그의 시의 상당부분 등장하는 유년에 대한 기억은 '불안과 공포', '슬픔과 아름다움'이라는 정서로 표출된다. 이러한 개인의 특수한 정서는 '늪'과 '바다'라는 시적 상징과 긴밀히 관계된다. 따라서 김춘수의 시를 이해하는데 핵심적 이미지인 '늪'과 '바다'의 상징성이 각기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또한 그것이 관계 맺는 양상을 살펴보는 것이 본 논문의 중심 주제이다.
먼저 '늪'으로 대표되는 초기시의 특징은 정형화되거나 고착되지 않는 의식의 유동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고정되고 굳어져 있는 것들을 그가 본능적으로 기피하고 있는 태도와 깊이 관련된다. '정지'와 '고착'은 인간의 의식을 고정화하며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김춘수에게 있어 응고화되고 화석화되는 것은 곧 세계에 대한 시인의 의식이 단절되고 멈추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각기 슬픔의 뿌리로서의 '늪'과 비극적 아름다움의 진원지인 '늪'으로 요약된다. 김춘수에게 있어 '늪'은 생성하는 사물의 본성을 체험하는 공간이며 또한 이러한 생명성을 통해 삶의 아픔과 고통을 동시에 목격하는 이중의 공간이다. 이것은 이후 '바다'의 세계로 확장된다.
다음으로 '바다'를 소재로 한 시편은 '늪'의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의식의 연장선상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바다는 원초적 생명성과 '설청'의 빛깔로 상징되며, 또한 침잠과 부활이라는 양가성을 지닌 '바다'로 드러난다. 그에게 있어 '바다'의 상징은 지상과 천상, 탄생과 소멸, 밝음과 어둠, 순수와 타락, 하강과 상승이라는 동시성을 지닌다.
결론적으로 '늪'이 유년의 '불안과 공포', '슬픔과 아름다움(美)'이 집중된 곳이라면, '바다'는 유년의 상처를 치유, 화해, 극복하는 공간으로 설정된다. 따라서 '늪'이 존재의 슬픔의 정서에 기초해 있다면, '바다'는 그 슬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확대함으로써 슬픔을 절망이 아닌 부활의 공간으로 승화시킨다. 그럼으로 '늪과 바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그의 상상력은 존재 자체의 비극적 근원에 대한 탐색과 그것을 극복, 승화시키려는 의식 현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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