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환상과 현실사이
본 논문의 목적은 현대 독일 청소년 문학의 경향을 소개하고 한국에서의 수용가능성을 고찰하는 데 있다.
첫 장의 문제제기에서는 현재의 청소년 문제와 현금의 문학과 문학교육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독일 청소년 문학 연구의 필요성이 언급된다. 아울러 독일 청소년 문학의 연구 동향이 간략하게 소개된다. 국내의 청소년 문학 연구는 매우 미진하다. 국내 문학시장에서 청소년 문학이 거의 창작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자료수집이나 이론정립도 미비하다. 또한 문학 교과서나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도 동. 서양 고전명작과 성인문학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서, 청소년의 관심과 경험에 맞추어서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청소년 문학은 전무하다. 이점에서 독일 청소년 문학과 그 수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문화공간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우리의 청소년에게 의식과 문학의 차원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지표를 열게 한다.
2장과 3장은 본 연구의 핵심이 된다. 독일 청소년 문학의 수용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독일 청소년 문학의 흐름과 내용을 소개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제 2장에서는 20세기 독일 청소년 문학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그 대표적인 유형과 구체적인 작품을 통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20세기, 특히 1945년 이후 독일 청소년 문학의 흐름을 살펴보면 청소년 문학은 한편으로는 문제 지향적인 사실주의적 방향과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 도피적인 환상적 색채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차 세계대전 후 독일 청소년 문학은 마치 나치 체제의 존재는 없었던 것처럼 현실세계와의 연결고리를 끊는다. 나치 만행이라는 역사적 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청소년 문학 작가들과 문학교육학자들은 청소년 교육에 해악이 되는 “저속한 작품 Schmutz und Schund”에 투쟁을 선포하고 소위 “좋은 청소년 책 Das gute Jugendbuch”을 선발하는데 모든 관심을 쏟았다. 청소년 문학의 문학적, 미학적 가치는 철저하게 배제되고 교육적 효과만이 판단의 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이 시기 청소년 문학은 외부 현실과 동떨어진 순진한 환상의 세계인 “건전한 세계 Heile Welt”를 묘사하면서 현실의 모순을 은폐하고 이상화하고 있다.
1960년 대 말 사회 비판적인 학생운동의 여파로 반권위적인 청소년 문학이 새롭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소위 “건전한 세계”를 묘사했던 환상적인 청소년 문학은 현실을 왜곡하는 작품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좋은 청소년 책” 개념 역시 반동적인 이데올로기로 폭로되었다.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 에리히 케스트너 Erich Kästner의 정치적인 문학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 반권위적인 청소년 문학은 터부시되었던 주제에 접근하면서 청소년 문학의 독자를 사회적 구속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했다. 반권위적인 청소년 문학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환상 soziale Phantasie’ 혹은 ‘환상적 사실주의 phantastischer Realismus’로 불리는 새로운 환상적인 문학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주의적인 문학으로 발전해 나갔다.
70년대 말 이후 이미 이러한 사회 비판적인 청소년 문학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Die unendliche Geschichte 』(1979)가 단초가 되어 사실주의를 탈피하고 환상적인 물결로 대체되기 시작한다. 문학을 통한 정치적 변혁이나 이성과 계몽에 대한 믿음에 회의를 품으면서 청소년 문학은 다시 인간의 내면세계, 감정과 환상의 세계로 침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70년대 말과 80년대의 환상적인 청소년 문학은 50, 60년대의 청소년 문학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환상의 세계로 몰두하는 것은 더 이상 기존의 질서를 긍정하고 이상화하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환상주의자든 현실주의자든 청소년 문학 작가는 사회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서, 그리고 인류가 살아 남으려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현 사회가 더 이상은 지속될 수 없다는 믿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앞서 개략적으로 살펴본 독일 청소년 문학의 흐름을 사실주의적 청소년 문학, 환상적 청소년 문학 그리고 사회적 환상으로 구분하여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내용과 구조 측면에서 심도 있게 고찰해 보았다. 각기 흐름의 분석대상으로 삼은 작품은 다그마 히도루에 Dagmar Chidolue의 『그러나 난 모든 걸 다르게 할거야 Aber ich werde alles anders machen』,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그리고 크리스티네 뇌스트링어 Christine Nöstlinger의 『오이대왕 Wir pfeifen auf den Gurkenkönig』이다.
제 3장에서는 제 2장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독일 청소년 문학이 어떻게 수용될 수 있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우선 설문조사를 통해 국내 청소년 문제와 청소년 문화, 문학이 분석되었다. 그리고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청소년의 문제의식과 문학요구에 따라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청소년 문학교육의 필요성 측면이 검토된다.
독일 청소년 문학의 수용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청소년의 문제와 문화 그리고 문학에 관한 실태와 욕구를 파악할 필요가 있겠는데, 본 논문은 그 방안으로 설문조사 형식을 선택하였다. 설문조사에 응한 청소년은 총 121 명으로 서울 시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다. 설문조사는 크게 청소년의 취미생활, 청소년의 고민과 문제 그리고 청소년의 독서경향과 독서욕구를 조사하는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설문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독일 청소년 문학교육의 필요성이 수용자 중심, 문학적 가치 그리고 교육적 가치의 측면에서 논의되었다. 설문조사의 결과 분석을 통해 나타났듯이, 청소년의 독서는 그 수용과 욕구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의 현재의 문학수용은 학교내의 문학수업과 대학입시에 좌우되어 있지만, 청소년의 문학욕구는 대학입시라는 고정된 틀을 벗어나고 싶은 경향을 보인다. 청소년은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문학보다는 외국문학에 큰 관심을 보였고, 자신들의 문제와 눈높이를 고려한 청소년 문학에도 관심을 보였다.
독일 청소년 문학은 ‘노동자 문학’, ‘농민 문학’처럼 그 대상이 정해져 있는 일종의 ‘목표집단 문학 Zielgruppenliteratur’이다. 특별히 청소년을 위해 쓰여진 작품이기 때문에, 그 생성단계에서부터 수용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문학의 목표집단과의 친밀성은 청소년 독자의 수용능력을 고려하고 그들의 관심사를 다루며 그들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수용자 중심의 독일 청소년 문학은 학생들의 흥미와 동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학생들 역시 문학작품과의 친밀성과 흥미 때문에 문학감상에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문학감상은 이제 전문가 집단의 것이 아닌, 바로 학생들 자신의 것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국내에는 실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문학텍스트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청소년 문학 연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독일 청소년 문학의 수용은 외국문학과 외국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또 다른 욕구까지 만족시켜주는 효과까지 덤으로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독일 청소년 문학 연구에 있어서 청소년 문학을 ‘고립화 Ghettoisierung’ 하는 경향도 있었고, 일반문학과의 동등한 위치를 주장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우리의 문학교육 현실을 고려할 때에는, 문학으로의 안내 역할을 하는 ‘입문문학 Einstiegsliteratur’의 가치가 오히려 청소년 문학의 본질적인 가치로 떠오른다. ‘입문문학’ 역할의 청소년 문학은 수용자의 독서능력을 고려하면서 책에 대해 친숙함과 흥미를 갖게 한다. 또한 청소년 문학에서는 작가에 대한 선이해, 즉, 작가론, 작품론, 문학론에 대한 선이해가 없어도 곧바로 텍스트와의 만남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청소년 문학은 조각조각 문학 읽기라는 파행적인 현행 문학교육을 바로잡고 작품 전체를 주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아울러 독서능력과 독서동기를 확대시켜 주기 때문에, 청소년 시기를 지나 성인기에 들어서더라도 문학 텍스트와의 계속적인 만남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의 독일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의 시각에 맞추어 그들의 관심과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반영하고 있다. 청소년의 주변 생활에서 소재를 찾기 때문에, 환상적인 경향보다는 문제 지향적이고 사실주의적인 경향의 작품이 더 많은 편이다. 특히 청소년 폭력과 알코올 문제, 자아 정체성, 부모의 이혼과 무관심, 친구와의 갈등과 이성문제, 죽음의 문제, 진로선택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젯거리가 독일 청소년 문학의 테마로 다루어진다. 청소년 문학의 교육적 가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묘사하고 다양한 가능성의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형성에 도움을 주는 데 있다. 청소년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낯선 삶을 알게 되고, 자신의 삶과 비교하여 자기 자신을 발견하거나 자신의 삶을 상대화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아울러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독서를 통해 경험함으로써, 문제해결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해결의 가능성들은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서 자연스레 표현되어야지, 교육적 의도가 억지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도덕 교과서’로 전락할 수 있다. 청소년 독자들은 “문학이라는 또 다른 삶의 체험공간에서 갈등의 생성과 해결과정”을 통해 정서적 위안과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찾게 되는데, 이런 점이 바로 독일 청소년 문학 교육이 제공하는 의미 있는 교육적 가치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 4장에서는 독일 청소년 문학이 국내에 어떤 식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 몇 가지 수용의 통로를 제안함으로써 맺는 말을 대신하였다. 수용의 통로는 크게 (독문)학자와 교사 그리고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자의 입장에서는 우선 독일 청소년 문학작품을 번역과 강의를 통해 국내에 소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관심을 반영하면서도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작품을 선정하여 번역하고 학습자 중심의 청소년 문학 교수법 등을 개발하여 대학의 교과목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청소년 문학 연구에 있어서는 그 어느 학문보다 학제간의 공동연구가 필요하고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국문학과, 외국문학학과, 교육학과, 청소년학과 등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학제간의 공동연구와 공동강의를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중등교육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독일 청소년 문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외국문학 작품 선정에 관해 국문학자와 논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대학의 학자보다는 교사가 청소년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음으로,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이나 교사 재교육 기관에서 독일 청소년 문학을 소개하고 가르치는 일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교사의 경우에는 문학담당교사와 독일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독일어 수업시간에 독일어 학습 이외에 독일 청소년 문학 작품을 소개하여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문학에 대한 동기부여, 학생들의 문제와 고민 해결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독일 청소년이 쓴 쉽고 간단한 글을 독일어 학습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학생들은 단순히 언어를 학습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타문화를 접하고 낯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결국 교사 역시 외국어 교육자뿐만 아니라 외국문학의 올바른 전달자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독일 청소년 문학 수용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내에 청소년 문학이 창작되어 청소년에게 독서의 장을 마련해주는 데 있다. 그러므로 성인작가가 청소년에 관심을 갖고 청소년 문학을 창작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의 경우처럼 ‘청소년 문학상’과 ‘청소년 문학 번역상’을 제정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현재 언론사나 출판사가 제정한 청소년 문학상이 있지만, 그 대상은 청소년이 쓴 문학작품으로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성인작가의 창작과 출판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그 대상과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서식 4> 연수진행중간보고서
가. 연수진행중간보고 (현재까지 주요 연수내용)
나. 금후의 연수계획
다. 계획 대 진도표
라. 지도교수 의견서
<서식 5> 연수종료보고서
1. 연수일정
2. 연수활동 내용
가. 연수 수행결과
A. 연수목적
B. 국내외 연구활동 (연구배경)
C. 연수 내용 및 결과
나. 연수를 통해 발표된 세부논문 및 게재 학술지(논문은 별첨함), 학술활동(국제회의 감가 등) 사항
다. 기타 활동사항
논문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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