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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정 시에 나타난 ‘욕정’의 존재론 연구 = A study on the ontology of lust in Jin Yi-jeong's poetry
저자
최희진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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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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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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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33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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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진이정의 시에 나타나는 존재론의 양상을 ‘욕정’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명한다. 진이정의 시편에서 욕정은 그 자신의 존재가 육체에 복속되어 있다는 인식 및 그로 인한 좌절의 근원이 된다. 내가 애욕을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애욕에 내가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각하게 함으로써, 욕정은 인간으로서의 자기 존재에 대한 환멸과 절망감을 불러일으킨다. 차라리 욕정에 충실하겠다는 위악적 태도를 표방해 보지만, 애욕으로 인한 고통과 그로 인한 좌절은 진이정의 시에서 쉽사리 소거되지 않는다. 결국 절망의 근원으로서의 욕정을 끊어내기 위해 진이정의 시적 화자들은 ‘경전’에의 천착으로 표현되는 종교적인 수행, 금욕과 형이상학에 의탁한다. 그러나 번뇌를 끊어내고자 하는 화자들의 시도는 인간적 한계 앞에서 번번이 실패한다. 거듭된 실패는 육체에의 환멸을 넘어 자기 환멸과 자학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경전에서 제시되는 형이상학이나 경전이 요구하는 금욕의 수행에서는 구원의 방편을 찾지 못한다. 대신 그는 경전과 전승의 이면에서 인류 보편의 허망과 애욕을, 형이상학에 선행하여 인간 존재에 직접 육박하는 구체성의 세계를 발견한다. 그 자신의 존재를 구원하기 위해 탐색했던 형이상학이 도리어 인간을 억압할 수 있음을 발견하며, 구원은 금욕적인 형이상학의 세계가 아닌 구체성의 세계 속에서 모색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형이상학과 종교를 폐기함으로써 시인은 한때 자신이 혐오했던 인간을, 초탈하지 못하고 애욕과 그리움에 허덕였던 자신을 더 이상 환멸하지 않고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욕정과 환멸에서 출발하여 종교적·철학적 사유를 참조하면서도, 그러나 온전히 그것으로 귀의하지 않고, 불가지론이나 허무주의로 귀결되지 않은 채 독자적인 존재론을 구축하였다는 점에 진이정 시의 의의가 있다.
This paper examines the aspect of ontology that appears in Jin Yi-jeong's poem, focusing on the keyword "lust". Lust is the main root of the existential frustration in Jin Yi-jeong’s poem, due to the subjection to the physical instinct. Lust evokes disillusionment and despair of the human being by making him dominated by his instinct rather than managing it. The despair evoked by lust is not easily erased in Jin Yi-jeong's poem, despite his attempt at an evil-pretending attitude about love and lust. Therefore, Jin Yi-jeong’s poetic speaker makes devotion to ascetic religion due to severe lust. However, his attempt fails due to the human being’s finitude, which provokes self-disillusionment and self-destruction.
Metaphysics or religion cannot save the human being from the lust in Jin Yi-jeong’s poem. Instead, Jin Yi-jeong attempts to regard lust as humankind's universal topic and regard the physical world as prioritized over metaphysics or the religious scriptures. He notices that salvation can be groped only in this real world, not in the metaphysical world nor in religious asceticism. By abandoning metaphysics and religion, he can avoid disillusioning himself, who is still in the middle of the agony and the lust. The significance of Jin Yi-jeong's poem is that it built its ontology without resulting in agnosticism or nihilism nor completely subordinated to religious and philosophical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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