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시의 리얼리즘 연구
저자
고봉준 (釜山外國語大學校)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1996
작성언어
Korean
KDC
810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235-263(29쪽)
제공처
한국문학사에서 해방기 (1945.8.15-1948.8.15)문학은 80년대 후
반에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 연구에 대한
관심은 이데올로기의 해빙기류에 기인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분단극복의 민족사적 열망이 낳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일제 말의 암흑기를 거친 뒤 닥쳐온 해방은 결코 우리에게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해방을 맞은 우리 민족에게는 오
히려 통일된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의 건설, 근대적 민족 경제의 건설,
그리고 식민지 유산의 철저한 청산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부여되었다.
해방기는 이러한 과제의 해결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나 좌· 우익간의 견해가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혼란이 거듭된 하나의
격동기라고 할 수 있다.
시는 이러한 격동기에 가장 잘 부응하는 문학양식이라 말할 수 있
다. 때문에 해방기의 정신적 지형을 살피 기위해서는 당시의 시문학
을 살피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해방이라는 단어가 새로
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해방기는 기성시인 못지 않게
신진시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그러나 소위 ‘전위시인’ 내지
는 ‘문단의 돌격대’ 라는 이름으로 등단한 이들은 많은 작품들을 남겼
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의 민족사의 비극적 전개와 함께 우리의 기억
에서 사라져야만 했다.
해장 직후는 개별 시인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숨가쁘게 변화하는
격동기였다. 따라서 문학인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거나 뒤돌아 볼 겨
를이 없던 시기였다. 당시의 시문학적 성과면에서 오장환 · 이용악·
임화 · 김기림 등의 기성 시인을 제외하면 전위시인 5명(김상훈 · 이병
철 · 유진오 · 박산운 · 김광현)과 상민 · 최석두 · 배인철등이 주목된다.
임화를 비롯한 구카프 계열의 시인들이 정치적 활동으로 인해서 문학
적 활동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데 비해 이들 신진시인들이 해방기의
시문학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비교적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해방기 신진시인 그룹의 문학적 대표 역할을 한 사람이
김상훈(金尙勳, 1919-?)이다. 그는 시집『대열』『가족』을 발간하였
고『전위시인집』에도 참여하는 등 매우 정열적인 문학활동을 보였
다. 또한 그의 시는 해방과 더불어 시작 활동을 시작한 당대의 신진
시인들의 의식을 대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의 리얼리즘적 성취면에
서도 돋보이는 역할을 했다.
본고는 이런 점에서 김상훈 시의 리얼리즘적 특성에 주목하고자 한
다. 리얼리즘을 작가의 시정신(세계관)과 세계에 대한 리얼리티의 획
득의 형상화(문학적 형상화의 방법)라고 소박하게 정의할 때, 시정신
은 시인의 삶의 궤적과 이데올로기의 문제이며, 형상화를 통한 리얼
리티의 획득은 시적 담론을 비롯한 시의 형식적 문제일 것이다. 김상
훈은 해방공간에서 ‘문학가동맹’에 가담하면서 문학운동뿐만 아니라
정치적 활동도 열정적으로 한 ‘전위’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는 ‘전위’
의 시각에서 당대의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내는 문학적 실천이다. 또
한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특히 담시와 서사시를
통하여 리얼리즘에 접근하고 있다. 이상의 시정신과 형상화의 문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시에 있어서의 궁극적인 리얼리즘의 성패
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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