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미술가의 연구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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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13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KDC
609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7-39(33쪽)
제공처
이 글은 오랫동안 금기시 되었던 월북미술가를 연구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우리사회에서 ‘월북(越北)’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통용되었고, 그동안 월북미술가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월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기준에 따라서 나누어지는 경계를 지나 북쪽으로 넘어감”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월북’이라는 단어는 공간의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월북의 개념은 남과 북 두 체제의 대립에 의해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북쪽의 체제나 이념을 선택한 자만이 아니라, 규정 당하는 대상의 성격도 포함된다. 따라서 월북 미술가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 ‘북한의 정치체제를 선택한 남한 출신의 작가’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활동하다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 북쪽 출신의 미술가들’도 포함시켜야 한다.
월북미술가의 연구 현황은 1988년 해금조치를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전반적인 논조와 서술방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고찰하였다. 1950년대 이승만 정권과 1960, 70년대 박정희 정권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웠기 때문에 남한의 미술사 속에 월북미술가는 제외된 채 서술되어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 들어 전 세계적으로 불던 탈냉전 흐름으로 인한 남북대화의 모색,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월북예술가에 대한 해금조치가 이루어지면서 연구에 일대 전환이 일어났다. 월북작가 인명록과 연표 작성, 관련 문헌을 찾아내어 목록화 하는 등 한국 근대미술사 속에 월북미술가의 위치를 재정립시키기 위한 기초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월북작가의 작품이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미술 전문잡지에는 해방공간에서 미술인들이 펼쳤던 활동과 북한미술 등이 기획기사로 실리는 등 월북미술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1990년대 중반 들어 월북미술가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와 발굴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더욱 심도 있게 진행되었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개별 작가론으로 발전되었다. 가장 주목받는 월북미술가는 작품에 있어서는 이쾌대, 미술비평 분야에는 김용준을 들 수 있다. 1991년 대규모로 작품이 공개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이쾌대와 전집이 발간된 김용준에 대한 연구는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사실주의 미술과 미술비평계의 지형도를 다시 그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배운성, 김주경, 정현웅, 정종여, 박문원에 대한 학위논문과 서적이 출간되어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한편, 1991년 평양에서 발행된 미술가 인명사전인 『조선력대미술가편람』(리재현 지음)을 비롯해 북한의 미술문예잡지가 남한의 학자들에게 알려진 이후, 월북미술가들이 북한에서 펼친 활동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조명되었다. 자료 접근의 제한 때문에 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에 집중되었던 월북미술가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 들어 북한과 접촉이 많아지면서 북한 미술계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저서와 논문이 잇달아 나왔다. 그러나 월북미술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작품이나 저작이 대규모로 발굴된 일부 작가에 한정되어 있으며, 연보조차 불분명한 작가가 대다수다. 월북미술가들의 행적을 단순히 사실들의 나열에 머물지 않고, 사실로부터 추출된 의미 구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탈냉전, 탈이념적 시각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구술사나 시각문화 등 다양한 장르를 월북미술가 연구에 적극 활용한다면 한국 근대미술사의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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