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와 범패(梵唄)의 역사 - 신라‧고려 시대 금석문을 중심으로 - = A Study on Bumpae in the History of Korean Buddhism - Focusing on the Inscriptions of Silla and Goryeo -

국문 초록 (Abstract)

이 글은 한국불교 문화 가운데 범패를 중심으로 그 역사와 전개 양상을 살펴본 연구이다. 특히 신라와 고려 시대에 범패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불교사의 흐름 속에서 조명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범패 연구는 문헌 사료의 부족으로 인해, 그 전래 과정과 의례적 특징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강하였다. 그러나 범패는 한국불교사에서 불교 대중화에 이바지한 중요한 요소이자 불교 의식의 정점이므로, 그 역사를 체계적으로 밝히는 일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기존에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불교 관련 금석문을 중심으로 범패의 역사를 조사‧복원하고자 하였다.
신라 시대의 경우, 「미황사 사적비」는 경덕왕 시기를 전후한 당과의 활발한 교류 속에서 범패를 포함한 음악 공양이 유입된 배경을 전하며,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탑비」는 진감선사 혜소를 통해 범패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경주 숭복사비」 등에서는 범패와 같은 음악 공양이 국가‧왕실 의례 속에 자리 잡은 양상이 확인된다. 이러한 기록들은 신라 왕실이 불교 의례를 중시함에 따라 범패도 점차 확산되었고, 국가 차원의 행사와 왕실의 지속적인 후원을 기반으로 그 음악적‧의례적 위상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고려 시대에 들어서도 왕실 주도로 팔관회, 연등회, 백고좌 법회 등 주요 불교 의례가 거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범패는 정국 안정, 민심 위무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였다. 「광통보제선사비」에는 범패에 필요한 도구를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세 차례 법회를 거행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으며, 「보경사 원진국사비」에는 법회‧기우‧임종 등 여러 의례에서 범패가 사용된 사례가 나타난다. 「용수사 개창비」에는 삼만승재와 같은 대규모 법회에서의 범패가 활용된 기록이 보인다.이들 자료는 범패가 국가 불교 의례뿐 아니라 사찰 불사, 민간 신앙의 영역, 그리고 그 안의 다양한 법회와 재의식에서 폭넓게 쓰였음을 입증한다. 결국, 범패는 불교의 대중화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며, 한국불교 문화 속에서 중요한 위상을 확립하게 되었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This study is a review of the Bumpae among intangible cultural properties. In particular, I wanted to examine the a real image of the Bumpae in the history of Korean Buddhism during the Silla and the Goryeo Dynasty.
During the Silla period, the introduction and propagation of Dangpung Bumpae are closely associated with Jingam Seonsa(眞鑑禪師). Historical evidence suggests that Dangpung Bumpae was introduced around the reign of King Gyeongdeok, a time marked by increased cultural and religious exchanges with Dang(唐). As the Silla royal court came to emphasize Buddhist ceremonies, the practice of Bumpae flourished accordingly. By the reign of King Gyeongmun and especially toward the end of the Silla dynasty, Bumpae had become a widely practiced and popular ritual element.
During the Goryeo Dynasty, Bumpae functioned as a core element of ritual music in state-sponsored Buddhist ceremonies, much like in the Silla Dynasty. Beyond its liturgical function, it also fulfilled significant social roles, such as promoting national security, ensuring political stability, and serving as a means of public consolation. Bumpae was not limited to royal ceremonies; it was also widely practiced in temple ceremonies and Buddihist daliy life. In particular, epigraphic records and biographies of monks often portray Bumpae as a symbolic medium that expressed the spiritual connection between the Sangha and Buddhism.
Moreover, Bumpae operated as a practical form of Buddhist expression that the general public could directly experience and participate in. This reveals that in Goryeo society, Bumpae was regarded not only as the sacred sound of Buddhism but also as a popular musical form of religious faith. Consequently, Bumpae played a crucial role in the popularization of Buddhism, eventually securing an important place within the broader landscape of Korean Buddhist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