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에 나타난 계룡산의 성지화 연구 : 권력 투쟁의 역사와 공간적 역동성 = A Study on the Sacralization of Gyeryongsan in Ch?nggamnok: Historical Power Struggles and Spatial Dynamics
본 논문은 정감록에서 차기 권력의 중심지로 예언된 계룡산의 성지화 과정에 주목했다. 왕조와 민생의 길흉화복을 골자로 하는 정감록은 구체적인 지명을 사용하여 공간과 관련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계룡산에 대한 물리적이고 사상적인 지향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염원했던 실천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로 조선시대 반란 사건에서 계룡산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이처럼 예언을 향유하는 주체들에게 공간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간의 정감록 연구는 시간을 주로 다루었고, 공간은 사건의 배경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이분법을 극복하려는 ‘공간적 전회’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계룡산을 둘러싼 권력 투쟁의 역사 속에서 역동적인 공간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종교학과 공간적 전회 사이의 접점과 정감록에 나타나는 공간의 유형을 분석하였다. 성스러움에 대한 종교학의 논의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사회과학의 입장을 비교한다. 우선, 공간이 비균질적이라는 공통점을 도출할 수 있다. 범속한 공간과 성스러운 공간 사이의 층위가 있듯이, 사회적 관계에 따라 공간은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여기에 권력이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두 번째 공통점이다. 성별(聖別)에 관여하는 성스러움이라는 힘은 공간적 전회가 말하는 정치, 계급, 경제와 같은 세속적인 권력과 유사하게 기능한다. 이러한 관점을 정감록에 적용하여 예언에 등장하는 공간을 네 가지로 유형화하였다. 계룡산과 같이 후속 왕조의 도읍지인 신왕토(新王土) 형, 말년의 변란을 피해 몸을 보신할 십승지(十勝地) 형, 십승지의 확장판인 피장처(避藏處) 형, 망국의 징조가 발생하는 흉지(兇地) 형의 분포와 특징을 정리했다. 다시 길함과 부정함, 국운과 민생을 기준으로 비교하며 분석을 심화했다. 그러나 왕조교체라는 예언의 서사 속에서 조선 왕조와 경쟁하는 힘을 반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도출되었다. 이를 통해 정감록의 전개와 역사적 투쟁이 공간을 중심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유추한다.
이중 계룡산은 한양을 대체하는 공간으로서 반왕조적인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먼저, 조선시대 반란 사건을 통해 물리적인 투쟁에서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정감록 사건의 전형인 ‘정여립 모반 사건(1589)’을 분석하여, 권력 찬탈의 전략으로 계룡산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주도자가 정씨임을 강조함으로써 공간의 권위에 의탁하고 있었다. 이후의 반란 사건 역시 신왕토와 정씨라는 모티프를 모방하여 왕권 획득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고 있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정씨를 강조하는 모티프의 변용이 눈에 띄는데, 이것을 정씨의 땅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된 결과로 해석했다. 기록된 투쟁과 함께, 설화를 통해 기억된 공간 다툼을 발견했다. 특히 태조와 흥선대원군의 계룡산 천도 시도와 실패를 설명하는 설화의 내러티브에서 정감록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여기에서는 예언을 인용하여 왕실 권력에 밀리지 않는 공간의 잠재력을 재생산하고 있었다. 공간의 부각은 조선 왕실의 정감록 대응 방식의 변화로도 나타났다. 교화주의를 내세운 정조 대와 달리, 조선말에는 정감록을 불태우고 계룡산 출입을 금하였다. 계룡산으로의 천도 시도 등 공간을 압도함으로써 반왕조적 힘을 억누르려 했던 것이다.
계룡산과 중앙의 힘겨루기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조선의 멸망으로 실증된 정감록 예언은 국가 부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책으로 신비화되었다.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계룡산으로의 이주가 진행되면서 민족적 염원과 종교적 신앙이 결합되었다. 신도안 종교촌을 구성하는 신종교들은 교주를 정씨와 동일시함으로써 계룡산의 힘을 빌려 교단의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종교적 권력에 대한 지향은 구암(龜菴) 김연국(金演局)과 시천교의 집단 이주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교단 내의 경쟁에서 시천교가 승리하고, 미래의 지상천국을 대비하려는 목적을 확인했다. 또한 후천개벽사상을 따르는 증산교와의 사상적 차이에서 신도안을 선택한 동기를 유추하고, 권력 공간으로서 계룡산에 대한 인식이 종교촌의 다양한 계통 구성의 배경임을 살펴봤다. 공간의 구심력은 중앙 정부와의 여전한 투쟁을 통해 드러났다. 조선총독부는 어용학자와 언론을 동원하여 종교촌을 미신 취락으로 폄하하였고, 해방 이후에는 6.20 사업으로 해체되기까지 종교촌을 대상으로 수차례의 사회정화사업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신도안으로 돌아오거나 계룡산 주봉에 근접하려는 종교집단의 의지에서 성지 계룡산의 구심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계룡산이 정치적 권력의 중심지이자 종교적 성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사회 주체들의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직접적인 힘의 충돌이나 사상의 격돌을 야기했던 계룡산은 투쟁의 과정에서 특정 의미를 누적해 나갔다. 본 논문은 공간의 역동성에 주목하여 성스러움의 이면에 작용하는 다양한 힘의 관계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감록 연구의 성과를 공간을 중심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한국의 예언비결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종교학이 연구 대상으로 삼는 공간의 범위를 확장하는 작업이 후속 과제가 될 것이다.
This thesis focused on the process of sanctifying Gyeryongsan(鶏龍山), prophesied as the future center of power in Chŏnggamnok(鄭鑑錄). Chŏnggamnok(鄭鑑錄), outlined the fate of the dynasty and the people, offers specific toponyms that provide spatial guidelines. Specifically, it was crucial to direct our focus towards actions that aspired to the advent of a new era through physical and ideological orientation to Gyeryongsan(鶏龍山). Notably, emphasis on the space was prevalent in various rebellion incidents in Chosŏn(朝鮮) Dynasty. Thus, there existed a universal resonance among those who embraced prophecies. Aligned with the problematics of the "spatial turn," which seeks to transcend the binary of time and space, this thesis investigated the dynamic space within the history of power struggles surrounding Gyeryongsan(鶏龍山).
Chapter Ⅱ analyzed the intersections between religious studies and spatial turn, and categorized the spaces manifested in Chŏnggamnok(鄭鑑錄). Firstly, a commonality in the concept of space being heterogeneous was identified. Similar to a hierarchy between profane and sacred spaces, space underwent dynamic transformations based on social relationships. A second commonality lied in the influence of power in these distinctions. Applying this perspective to Chŏnggamnok(鄭鑑錄), there were four types of spaces mentioned in prophecies. A common thread emerged within the prophetic narrative of dynastic change, reflecting the competing power of the Chosŏn(朝鮮) Dynasty.
Chapter Ⅲ explored how space was utilized in physical struggles by examining the historical uprisings during the Chosŏn(朝鮮) era. Analyzing the Jeong Yeoryeop(鄭汝立) Rebellion in 1589, the emphasis on Gyeryongsan(鶏龍山) and Chŏngssi(鄭氏) as a strategy for power appropriation was confirmed. Subsequent rebellions also mimicked and transformed the motifs elevating the potential for royal authority. Conflicts around the Gyeryongsan(鶏龍山) were also reflected on the folk tales about moving the center of dynasty to the space. As a result of such struggles, there was a shift in the royal response from edification to a more direct attack on the space.
In Chapter Ⅳ, the struggle between Gyeryongsan(鶏龍山) and central authority persisted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and continued after liberation. The empirically proven prophecies of Chŏnggamnok(鄭鑑錄) became mystified as a means to remedy the absence of a nation. New religious movements constituting Sindoan(新都內) religious village aimed to secure the legitimacy of their sect by associating their leaders with the power of Gyeryongsan(鶏龍山). Perceiving such cohesion as a potential threat, the central authority attempted to undermine the religious village by labeling it as superstitious or through forced relocations, aiming to dismantle the spatial concentration. Above all, the potency of Gyeryongsan(鶏龍山) as a sacred space is palpable even after the dissolution.
Essentially, Gyeryongsan(鶏龍山)'s sacralization resulted from diverse social actions, often sparking power struggles and ideological tensions that imbued the space with unique meaning. This thesis holds value in revealing the intricate power dynamics underlying sanctity, spotlighting spatial dynamism. Furthermore, it lays the groundwork for reshaping Chŏnggamnok(鄭鑑錄) research, emphasizing space's role and expanding its relevance to the study of Korean prophecy and broader religious spatial inqui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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