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형사사법기관 판단 및 개선방안: 성인지감수성을 중심으로
저자
발행기관
발행연도
2020년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KDC
300
자료형태
국가정책연구포털(NKIS)
제1장 연구개요
□ 연구필요성 및 목적
- 성폭력범죄는 개인 간의 성적 접촉을 주된 범죄내용으로 하는 사건의 특수성으로 인해 범죄사실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적인 쟁점이 됨
- 법관의 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은 자유심증주의 하에서 사실판단자인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판단에 맡기고 있으나, 실제 진술내용의 합리성, 경험칙 상 부합 여부나 증인의 태도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정에서 “진짜 강간” 신화나 “진정한” 피해자다움에 대한 고정관념 등 법관의 젠더편향성이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
- 이에 본 연구는 성폭력사건의 판결에 성인지감수성에 기초한 경험칙이 어느 정도,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는 분석하고자 함
□ 연구내용 및 연구방법
- 본 연구는 첫째,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판단자의 젠더 편향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무죄추정원칙이나 증거재판주의의 기본적인 형사소송의 절차적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합리성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작동하는 방식을 판례연구와 판결문 분석을 통하여 살펴봄. 둘째, 나아가 성폭력 피해자 진술 과정 및 진술 내용에 대한 신빙성 판단의 요소 등을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판단자의 성인지감수성 혹은 젠더 편향성이 성폭력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하며, 이를 위하여 성폭력피해자 진술 신빙성 판단 실험연구를 실시함
- 연구방법은 세 가지로, 첫째, 국내 로스쿨 재학 중인 학생 약 600명을 대상으로 실험연구를 실시하여 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 즉 사건 요소 및 피해자 진술 요소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음. 둘째, 형사사법기관의 성인지감수성이 성폭력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친 8건의 대법원 판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성인지감수성의 관점에서 분석함. 셋째, 약271건의 강간사건 하급심 판결문 분석을 통해 법원의 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근거 및 요소를 유형화하고, 요소별 성인지감수성/젠더편향성의 적용 사례를 제시함
연구방법
분석/조사 대상
분석내용
실험연구
로스쿨 재학생
600명
형사사법기관의 성폭력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실증적 분석
사례
연구
판례분석
대법원 판례 8건
법원의 진술신빙성 판단 근거와 성인지감수성이 작동하는 방식
판결문
분석
하급심 판결문
271건
법원의 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근거 및 요소 유형화
요소별 성인지감수성/젠더편향성의 적용 사례 제시
제2장 성폭력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 및 판단자 요인: 실험연구
제1절 실험연구의 내용과 방법
□ 연구 내용
- 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 관련 요인
첫째, 피해자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게 유지되는지, 혹은 전체적으로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한지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고, 더불어 피고인의 처벌 및 피해자 책임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
둘째,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통상적으로 전형적인 ‘피해자상’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여부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신빙성, 피고인의 처벌 판단 및 피해자 책임 판단에서 차이를 가져오는지 살펴보았음
셋째, 피해자가 피고인과 처음 만난 사이인지, 아는 사람인지(연인 관계)에 따라 피해자 진술신빙성, 피고인 처벌 및 피해자 책임 판단에 차이가 있는지 조사함. 또한 연인 관계라고 해도 이전에 합의된 성관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신빙성 및 피고인 처벌, 피해자 책임 판단에서의 차이를 분석함
- 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판단자 관련 요인
연구참여자 성별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신빙성, 피고인의 처벌 및 피해자 책임 판단에 있어 차이가 있는지 분석함
연령의 경우 조사 참여자 중 20대가 약 70%인 점을 고려하여, ‘20대’와 ‘30대 이상’의 두 집단으로 나누어 피해자의 진술신빙성, 피고인 처벌 및 피해자 책임 판단에 있어 차이를 분석함
양가적 성차별의식과 강간 통념 수용도에 있어 성차 및 연령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조사함
- 조사내용과 구성
사건 관련 세 개의 요인(피해자의 진술 일관성 여부, ‘피해자다움’ 부합 여부, 피고인-피해자 관계와 이전 성관계 경험 여부)으로 구성된 총 12가지(2 x 2 x 3) 조건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신빙성, 피고인 처벌 및 유무죄 판단, 피해자 책임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함
판단자의 성별 및 연령과 함께, 양가적 성차별의식(적대적, 온정적)과 강간 통념 수용도를 함께 측정하여 판단자의 성과 관련된 태도가 피해자의 진술신빙성 및 피고인 처벌, 피해자 책임 판단 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함
□ 자료수집 및 연구참여자 특성
- 자료 수집 방법
전국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9월 8일부터 9월 22일까지 약 이주일에 걸쳐 자료수집이 이루어짐
- 연구참여자 특성
전체 600명 중에서 여성이 272명(45%), 남성이 328명(55%)을 차지함
연구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약 28.61세(표준편차 = 4.96)로 최소 연령은 22세이고 최대 연령은 53세임. 연령을 밝히지 않은 1명을 제외한 599명 중 20대가 420명(70%), 30대가 141명(25%), 40대 이상이 28명(5%)임
제2절 실험연구 분석 결과
□ 사건 및 판단자 관련 요인에 따른 차이
- 사건 관련 요인
피해자의 진술일관성이 높은 조건의 연구참여자들은 낮은 조건의 연구참여자들보다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높게 판단하였으며, 피고인이 유죄라고 판단한 비율이 더 높았고, 피고인의 처벌이 더 무거워야 한다고 판단함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다움’에 부합하는 조건의 연구참여자들은 부합하지 않는 조건의 연구참여자들에 비해 피고인의 처벌이 더 무거워야 한다고 판단함
피해자와 피고인이 처음 만난 사이인 경우 연인 관계인 경우에 비해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더 높게 판단하고, 피고인의 처벌수준을 더 무겁게 평가하며, 연인 관계에서도 이전에 합의된 성관계가 없는 경우가 있는 경우에 비해 피고인의 처벌수준을 더 무겁게 평가함
- 판단자 관련 요인
여성이 남성에 비해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더 높게, 피고인의 처벌수준을 더 무겁게, 피해자의 책임을 더 낮게 판단하였고, 피고인이 유죄라고 판단한 비율이 더 높았음. 남성이 여성에 비해 양가적 적대적 성차별의식, 온정적 성차별의식이 모두 더 높았으며, 강간 통념 수용도 또한 더 높았음
연구참여자가 20대인 경우 30대 이상에 비해 피고인이 유죄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으며, 피해자의 책임을 더 적게 인식함. 판단자가 30대 이상인 경우 20대에 비해 양가적, 적대적, 온정적 성차별의식 및 강간 통념 수용도가 모두 더 높았음
□ 성폭력 사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 및 판단자 요인 분석
- 상관분석 결과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이고 판단자가 여성인 경우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높게 판단한 반면, 피고인-피해자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판단자의 성차별의식 및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을수록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을 낮게 판단함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이고 판단자가 여성인 경우에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한 비율이 더 높은 반면, 판단자가 성차별의식 및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을수록 피고인을 무죄로 판단함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이고 피해자가 전형적인 ‘피해자상’에 부합하며 판단자가 여성일 때 피고인을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한 반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판단자의 성차별의식과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을수록 피고인의 처벌수준을 낮게 판단함
판단자의 나이가 많고 성차별의식 및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을수록 강간 사건 발생에 있어 피해자의 책임을 더 높게 판단한 반면, 판단자가 여성인 경우 피해자의 책임을 더 낮게 판단함
- 회귀분석 결과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일 경우와 판단자가 여성일 경우 높아진 반면,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낮게 평가됨.
피고인의 유죄 판단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일 경우와 판단자가 여성일 경우 높아짐
피고인 처벌 수준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이고 피해자가 전형적인 피해자상에 부합하며, 판단자가 여성이고 판단자 연령이 높을수록 높아지고,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낮아짐
피해자의 책임은 판단자가 여성일 경우 낮게 판단하였고, 판단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높게 판단함
□ 매개효과 분석결과
- 양가적(적대적, 온정적) 성차별의식 및 강간통념 수용도
양가적, 적대적 성차별의식은 판단자의 성별 및 연령과 피해자 책임 사이에서 각각 완전매개 역할을 함. 즉, 판단자가 남성일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양가적 성차별의식이 높아지고, 양가적 성차별의식이 높아질수록 피해자의 책임을 더 크게 판단함
온정적 성차별의식은 판단자의 성별과 피해자 책임 사이에서 완전매개 역할을 함. 즉, 판단자가 남성일수록 온정적 성차별의식이 높아지고, 온정적 성차별의식이 높을수록 피해자의 책임을 높게 평가함
강간 통념 수용도는 판단자의 연령과 피고인 유무죄 판단 사이, 또 판단자 연령과 피해자 책임 사이에서 완전매개 역할을 함. 즉, 판단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아지고,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을수록 피고인을 무죄로 판단하고 피해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평가함
- 피해자 진술신빙성
피해자 진술신빙성은 피해자 진술일관성과 피고인 유무죄 판단 사이, 피고인-피해자 관계와 피고인 유무죄 판단 사이에서 각각 완전매개 역할을 함. 즉,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일수록 진술신빙성이 높아지고, 진술신빙성이 높아질수록 피고인의 유죄 판단 가능성이 더 높아짐. 피고인과 피해자가 가까운 관계일수록 피해자 진술신빙성이 낮게 평가되며, 진술신빙성이 낮아질수록 피고인의 무죄 판단이 더 높아짐
피해자 진술신빙성은 피해자 진술일관성과 피고인 처벌수준 사이, 피고인-피해자 관계(2단계)와 피고인 처벌수준 사이에서 완전매개 역할을 함. 즉,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일수록 진술신빙성이 높아지고, 진술신빙성이 높아질수록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림.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인 관계일 경우 진술신빙성을 낮게 평가하고, 진술신빙성이 낮아질수록 피고인에게 더 가벼운 처벌을 내림
피해자 진술신빙성은 피해자 진술일관성, 피고인-피해자 관계, 판단자 성별과 피해자 책임 사이에서 각각 완전매개 역할을 함. 즉,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일수록, 판단자가 여성일수록 진술신빙성을 높게 평가하고, 진술신빙성이 높아질수록 피해자의 책임을 더 낮게 판단함. 더불어 피고인과 피해자가 가까운 관계일수록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낮게 판단하고,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낮게 판단할수록 피해자의 책임을 더 높게 판단함
제3장 성폭력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의 근거와 요소: 사례연구
제1절 대법원 판례분석
□ ‘성인지 감수성’ 강조 이후의 성폭력 사건 판례분석
-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한 이후의 8건의 성폭력 사건, 주로 하급심 법원과 상급심 법원의 유죄 판단이 다른 사건을 대상으로 하여, 상급심 법원의 판결문에서 나타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기준, 근거를 구체적으로 요약·분석함
- 각 판결에서 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근거로 고려한 구체적인 사정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보고, 각 유형에 관한 법원의 판단 태도를 분석
□ 판례분석 결과
-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 진술 자체의 사정, 성적 행위 이전의 정황, 성적 행위 당시의 정황, 성적 행위 이후의 정황,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그 밖의 사정으로 분류할 수 있는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
-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에 구체성이나 일관성 또는 합리성이 없는 경우에는 바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단순하게 피상적으로 보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다소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사정이 발견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발생한 경위나 이유 등과 같이 그러한 사정에 관련된 추가적인 사정과 피해자의 개별적인 특별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함께 고려하여, 그러한 사정이 피해사실과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임
- 분석한 사건 중 다수의 경우에서, 하급심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사정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였으나, 상급심 법원은 그 발견된 사정과 함께 관련된 추가적인 사정, 피해자의 개별적인 특별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였는데, 이러한 상급심 법원의 판단 태도가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음
제2절 하급심 판결문 분석
□ 판결문 분석 방법
- 271개의 강간사건 하급심 판결문에 대한 사례분석을 통하여, 법원의 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근거 및 요소를 유형화하고, 각 유형별로 성인지감수성/젠더편향성의 적용 사례를 제시
진술신빙성 판단요소
진술 내적 요소
진술내용의 일관성
진술내용의 구체성
진술내용의 합리성
진술내용의 객관적 상당성
진술 외적 요소
진술의 동기나 이유 및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진술에 임하는 피해자의 모습이나 태도 및 진술의 뉘앙스
진술의 진실성 및 신뢰성
반복질문, 유도질문으로 인한 진술 오염 가능성
성폭력범죄의 특수성
반영 요소
피해자다움, 피해자의 저항정도, 이전 성관계, 신고 시기
□ 진술내적요소에 대한 판단
- 법원은 진술내용의 일관성과 구체성,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등 진술의 내적요소를 성폭력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사용함. 1) 피해자가 공소사실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당시 및 그 전후의 상황, 당시의 심리상태, 범행방법, 범행이 이루어지게 된 과정 등에 대하여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2) 진술내용에 비추어 피해자가 실제 그 상황을 경험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경험하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을 진술하는 경우, 3) 그 진술에 모순되거나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되지 않는 경우, 4) 피해자의 진술내용이 ‘객관적 상당성’을 가지며,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다른 진술과의 일치’하는 경우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봄
- 그러나 피해자 진술이 일관성과 구체성,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경우보다는,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의심할만한 모순이 있거나, 부분적으로 일관성이 없거나, 일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가 더 많으며, 이는 성폭력 사건 자체와 성폭력 피해자의 특수성에서 기인됨. 성폭력피해자등이 경험하는 강간의 두려움과 공포, 수사기관에서의 반복적인 진술로 인해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기도 하고, 특히 오랫동안 성폭력이 지속되는 경우 피해자는 모든 피해를 정확하게 기억하여 진술하기 어렵고, 피해시점으로부터 시간이 경과하여 수사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진술의 구체성이 부분적으로 저해될 수 있음. 또한 강간범죄의 특성상 물리적 증거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해야하나, 피해 당시 피해자가 주취상태인 경우 역시 많아 피해자 진술내용이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을 가지는 것 역시 쉽지 않음. 이 경우 판단자의 성인지감수성에 따라, 혹은 판단자가 판단근거로 ‘합리적 일반인의 경험칙’을 적용하였는지, ‘성폭력피해자의 특수한 사정(경험칙)’을 고려하였는지에 따라 진술신빙성 판단이 상이해짐. 분석 결과 법원은 대체로 피해자 진술이 부분적으로 일관성, 구체성,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성폭력 피해자들이 처한 특수성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진술신빙성을 인정함
- 반면 1) 핵심적인 범죄사실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변화하거나,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찰, 검찰, 법정의 단계별로 진술내용이 늘어나고 구체화되어 신빙성을 의심하는 경우나, 2) 진술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구체성이 부족한 사건, 3) 피해자의 진술내용이 합리적 논리칙과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아 진술신빙성을 의심한 판례, 4) 피해자 진술내용이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지 않거나 진술내용에 부합되는 진단서 또는 제3자의 진술이 없어 진술신빙성을 의심한 사례 역시 있고, 그 일부는 판단자의 성인지감수성 부족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음
□ 진술외적요소에 대한 판단
- 법원은 피해자가 무고할만한 명확한 진술의 동기나 이유가 없는 경우나 진술에 임하는 피해자의 모습이나 태도 및 진술의 뉘앙스가 거짓이 없는 경우 진술신빙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임. 피해자가 다방종업원이거나 성매매종사자의 경우에도 유사한 판단을 내린 사례도 있음
- 법원은 피해자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단지 피해자의 기억이 어느 정도로 정확한지 여부를 밝히는데 그치지 않고,나아가 피해자가 자신이 기억하는대로 진실을 말하는지 여부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판단근거로 언급한 사례 역시 다수 있음
- 피해자의 주변사람이나 진술조력인의 반복적인 질문이나,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행위로 인해 피해자 진술이 오염될 여지를 근거로, 진술신빙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있으나, 반대로 그러한 오염의 가능성이 없다는 근거로 진술신빙성을 인정하는 사례 역시 많음
□ 피해자다움
-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에 대한 편견을 가능한 배제하고 개별 피해자가 처한 사정이나 상황을 고려하여 판결을 내린 다수의 판례가 발견되었는데, 특히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 개별 피해자가 처한 사정이나 상황을 고려한 판결이 많음
- 그러나 ‘합리적 일반인의 경험칙’에 기초하여, 피해자들의 피해 당시 혹은 피해 이후 행동과 진술시 태도를 전형적인 피해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아 진술신빙성을 부정한 사례들이 일부 발견됨. 대표적인 예는 성폭력 피해자가 그 즉시 피해 사실을 경찰 등에 신고하지 않거나, 사건 이후 일상생활에서 평소와 크게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밝은 표정을 짓거나 웃는 등의 행위, 음식을 먹는 행위, 가해자와 일상적 행위를 하는 모습 등을 전형적인 강간피해자와 상이함을 근거로 진술신빙성을 의심한 사례라 할 수 있음
□ 피해자 저항 및 폭행협박의 인정
- 일부 사례의 경우 협의의 폭행ㆍ협박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배척하기도 하였으나, 많은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특수한 경험칙에 근거하여, 피해자의 저항이나 폭행ㆍ협박에 대해 폭넓게 인정함. 이러한 판단은 피해자가 유흥업소 종사자인 경우에도 적용되어지며, 특히 피해자가 이전에도 성폭력피해를 입은 여성인 경우,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관찰됨
□ 가해자-피해자 관계, 이전 성관계 여부에 대한 판단
- 선행연구에 따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람들은 강간의 성립을 부정하며, 강간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하고, 피해자의 권리가 침해된 정도를 낮게 평가하며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도 덜한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
- 그러나 본 조사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까운 사이이거나 혹은 이전에 성관계를 가진 경우라 해서 강간 성립을 부정하는 판례는 발견되지 않았고, 성행위의 동의나 피해자의 성경력에 대한 해석 면에서도 분석 대상 판례는 피해자 관점에서 진술신빙성을 논의하였음
□ 신고 시기 및 신고 경위에 대한 판단
- 많은 판례는 피해사실의 신고 시기를 신빙성 판단의 근거로 검토하고 있는데, 신고가 피해 직후 이루어진 경우 피해자 진술을 신뢰하지만, 신고가 피해시기로부터 상당 시간 흐른 후 이루어진 경우에도 판례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이를 이해하고,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배척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음. 특히 성폭력피해자와 그 가족의 태도나 대응 방식은 사람마다 그리고, 범죄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사후적 관점으로 상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진술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판시함
- 피해자가 신고를 한 경위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경험칙을 고려하고 있으며, 일부 사례는 합의를 고려하다가 합의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자 신고한 경우에도 신고경위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아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배척하지 않음
제4장 성폭력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함의
□ 실험연구 결과 나타난 제도개선 함의점
- 양가적 성차별의식과 적대적 성차별의식은 판단자의 성별 및 연령과 피해자 책임 사이에서 각각 완전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남. 즉, 성폭력 피해자 책임 판단에 있어 판단자의 성별과 연령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판단자가 남성이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양가적, 적대적 성차별의식이 높아지고, 양가적, 적대적 성차별의식이 높아질수록 피해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평가한다는 의미임. 피해자에게로 그 책임을 돌리는 경향은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질문이나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등 이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형사사법 기관에서 피해자에 대한 부당하고 부적절한 처우를 막고 궁극적으로 이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성 관련 차별적이고 편향적인 태도에 대한 교육과 인식 개선이 시급함
- 여성을 우대하고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온정적 성차별의식은 판단자의 성별과 피해자 책임 사이에서 완전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남. 즉, 판단자의 성별이 직접적으로 피해자 진술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판단자가 남성일 때 온정적 성차별의식이 높아지고, 온정적 성차별의식이 높을수록 피해자의 책임을 높게 평가. 본 연구결과는 과거 전통적 성역할 구분을 강조하는 적대적 성차별적 의식에 주목해오다가 최근 일견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칭찬이나 호의의 형태로 보이나 보다 은밀하고 교묘한 형태의 온정적 성차별의식에 대해 보다 주목하고, 그 성편향적 특성에 대해 경계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함
- 강간 통념 수용도는 판단자의 연령과 피고인 유무죄 판단 사이, 또 판단자 연령과 피해자 책임 사이에서 완전매개 역할을 함. 판단자의 연령이 피고인 유무죄 판단 및 피해자 책임 판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판단자가 연령이 높을수록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아지고,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아질수록 피고인의 무죄 판단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피해자의 책임을 더 크게 판단함. 높은 강간 통념 수용도는 피해자들에 대한 편향된 시선을 통해 이차 피해로 연결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거나 신고를 꺼리는 원인으로 작용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성폭력 재범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를 요함
- 피해자 진술신빙성은 피해자 진술일관성과 피고인 유무죄 판단 사이, 피해자 진술일관성과 피고인 처벌수준 사이에서 각각 완전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검증됨. 즉, 피해자 진술일관성은 피고인 처벌 판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일수록 진술신빙성이 높아지고, 진술신빙성이 높아질수록 피고인 처벌도 더 무겁게 한다는 것을 의미함. 따라서 성폭력 피해자 조사 및 신문 시에 최대한 정확하고 진실한 진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조사 기법 및 절차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단과 법집행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것을 시사
- 피해자 진술신빙성이 피고인-피해자 관계와 피고인 유무죄 판단 사이에서 완전매개 역할을 한다는 결과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가까운 관계일수록 피해자 진술신빙성이 낮게 평가되며, 피해자 진술신빙성이 낮게 평가될수록 피고인의 무죄 판단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가리킴. 결국, 피해자의 진술신빙성에 대한 판단이 피고인 유무죄 판단과 직결되는 핵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결과인 동시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라는 요소가 성폭력 사건 판단에서 가져올 수 있는 편향의 위험성을 보여줌.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 확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도록 법원에서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피해자상’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기 위한 교육과 인식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됨
-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판단자의 성차별의식이나 강간 통념 수용도가 피해자 진술신빙성 및 책임 판단, 피고인 유무죄 및 처벌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본 실험연구 결과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강간 사건의 성립이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실무자들의 편견이나 피해자에 대한 직관적 인상, 법관이나 배심원의 주관적 판단과 자의적 해석에 따라 부정당하고 배척받을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줌. 따라서 피해자들을 직접 접촉하는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성편향적 태도를 지양하고 강간 및 강간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인식 개선을 통해 이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함. 특히 피해자 조사 및 증언 과정에서 경찰, 검찰,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 종사자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차 피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신문 지침 마련 및 관련 교육 진행, 이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등 관리의 필요성이 절실함
- 본 연구결과는 ‘전형적인 피해자상’이나 성편향적 태도와 관련된 편견으로 인해 피해자의 행동이나 진술을 왜곡되게 해석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함. 따라서 형사사법 절차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이차 피해나 부당한 비인격적 처우를 방지하기 위해, 형사사법 기관에서 조사관 등 실무자 및 배심원, 판사 등의 성차별의식에 대한 인지 및 개선 교육이 요구됨
□ 판례분석 및 판결문분석을 통해 나타난 제도개선 함의점
- 법원은 성폭력 피해자 진술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진술내적요소와 진술외적요소, 그리고 성폭력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한 요소(피해자다움, 저항정도, 이전 성경력, 신고시기 등)을 판단근거로 사용하고 있음. 성인지감수성에 기초한 관점에서 이러한 판단요소의 적용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대체로 합리적 일반인의 경험칙보다는 성폭력피해자의 특수한 사정과 경험칙을 고려하여 진술신빙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남. 다만 일부 판결문의 경우 성폭력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에 대한 편견 등에 기반한 판단들이 적시되어있는데, 해당 사건의 유무죄판결이나 양형과 무관하게, 이러한 판단들이 판결문에 적시되는 것은 아직까지 일부 판사의 성인지감수성을 의심하게 함
- 법원은 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적용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던 기존의 관념들에 관하여 비판적으로 재검토하여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발견되더라도, 그와 함께 피해자의 개별적인 특별한 사정을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고려하여야 함
- ‘성인지 감수성’이 강조되기 이전에 ‘피해자다움’을 강조한 관념들에 의한 판례가 오랜 기간 축적되었던 만큼, 기존의 관념들을 깨는 새로운 논리를 적용하는 판결을 함에 있어서는 피고인 및 변호인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증 과정을 판결이유에 기재할 필요가 있음
- ‘성인지 감수성’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을 하는데 적용되는 구체적인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주요 판례들에서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판단에서 적용한 논리도, 해당 사건에서 피해자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을 전제로 하여서만 인정될 수 있는 논리이지, 모든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움
- 따라서 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기존의 관념들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여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오랜 기간 판례로 축적된 기존 관념에 익숙해진 피고인과 변호인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나 ‘성인지 감수성’을 근거로 주관적인 느낌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을 스스로 방지하기 위해서, 판결이유에서 충분한 논증 과정을 기재할 필요가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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