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현장>에 나타난 소리의 수사학
저자
임보람 (서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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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작성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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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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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3의 현장〉에 나타나는 제재로서의 소리에 주목하여 작가 이청준이 소리를 어떻게 형상화했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소리의 특성을 살피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제 3의 현장〉에서 소리가 핵심적인 수사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작가가 소리에 방점을 두고 있음은 이 소설의 제목이 세 차례나 바뀌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1984년 발표 당시의 소설 제목은 ‘제 3의 현장’이었다. 그 후 1988년에 제목은 ‘이교도의 성가’였고, 1993년에는 ‘그 노래 다시 부르지 못하네’였다. 그리고 1999년에는 원래 제목인 ‘제 3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바뀐
제목들에는 ‘제 3의 현장’을 제외하면 ‘성가’와 ‘합창’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이 단어가 가리키는 것은 운율(韻律)을 지닌 언어라는 점에서 노래이며, 음(音)을 지닌다는 점에서 소리이다.
소리를 포함한 제목이 여러 번 등장했다는 것은 소리에 대한 작가의 애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던 고심의 흔적은 그의 소설에서 소리와 관련된 제목과 소리의 모티프가 꾸준히 등장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따라서 이청준의 소설들에서 반복해서 사용되어 온 소리는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요약할 수 있는 한 방편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청준은 〈제 3의 현장〉에서 소리에 의미를 부과하기 위해 추리기법을 중요한 서사적 장치로 삼는다. 추리기법은 한 사건을 추적해가는 서술자의 위치를 강조한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전제로 서술자의 진술방식을 문제화 한다. 〈제 3의 현장〉은 중심 사건의 희생자인 ‘나’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으며, 그 서술 과정이 서사를 이룬다. 희생자를 서술자로 삼은 것은, 그가 사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희생자의 위치는 서사 전개 양상에서 감정을 쉽게 드러냄으로써, 독자가 그의 감정에 쉽게 휩싸이게 만든다. ‘나’의 진술방식은 추리기법이 요구하는 직선적인 서사논리에 문제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독자는 ‘나’의 내면 독백과 같은 사건 전개 방식에서 ‘나’가 겪은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추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소리는 서사의 틈을 메우는 장치로서 기능하면서, 진술될 수 없는 서사의 영역까지 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 영역이란 바로 ‘나’의 감정이다. 그리고 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수사적 장치가 소리이다. 즉, 소리는 서술자인 ‘나’의 감정을 이끌어내고, 그 감정은 서사적 상황들과 맞물려 의미화 되면서, 소설의 주제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즉, 독자는 작가가 구축해 놓은 소리의 이미지를 따라 그 의미를 구성해가면서 소설의 주제에 닿게 된다. 이러한 수사적 상황이 소리를 통해 소설의 주제를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소리의 수사학이다.
본론에서는 ‘나’의 반복적인 진술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소리의 양상인 노랫소리, 총소리, 침묵의 소리의 의미를 살피고, 궁극적으로 이 소리들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고찰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제 3의 현장〉의 제재인 소리가 궁극적으로 논리와 이성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 세계의 다양한 현상들, 특히 현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심리적 경험을 해명하기 위한 수사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음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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