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균열 시대의 유동하는 적대와 정치의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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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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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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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C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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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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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전통적인 유대와 공동체가 해체되었지만 대안적인 사회통합의 길은 생겨나지 않은 위기상태에 있으며, 그런 가운데 개인들은 서로 고립되고 경쟁하는 관계로 파편화되어 소통과 관계가 소멸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실제로 한국사회는 세계사적으로 드문 고속성장과 압축적 근대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된 산업사회들 가운데 최악의 자살율과 재해사망률, 최저의 사회적 신뢰와 출생율, 최장의 노동시간, 최소의 복지규모 등 여러 지표가 보여주듯이 불행한 각자도생 사회의 극단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 상황을 모래알갱이처럼 흩어진 개인들의 집합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을 간과할 수 있는 일면적 진단이다. 개인들의 문제와 사회적 긴장을 반영하고 해결할 제도의 성숙은 지체되는 가운데 정치, 이념, 계층, 지역, 젠더, 동성애 등 점점 더 많은 이슈에서 집단화된 분쟁과 적대가 날카로워지고 있다. 그에 따라 여러 차원의 균열들이 마치 ‘칡과 등나무가 얽힌’ 듯 교차하고 있는 문자 그대로의 갈등(葛藤)사회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의 과정을 빠르게 겪어가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공동체와 집단적 규범・가치가 약화되었지만, 복지국가나 정당정치와 같은 현대사회의 사회통합과 갈등조정 제도들이 성숙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중적인 사회문화적 균열들이 돌출적인 집단행동과 일상에 편재하는 분쟁들로 분출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이처럼 유동하는 적대들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 글은 이 같은 사회현실의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관점과 그에 따른 연구 어젠더들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⑴ 먼저 로칸-립셋의 균열(cleavage) 이론에서 출발하여 최근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들에서 정치사회적 균열 변화의 방향에 관한 네 가지 입장을 유형화한 뒤에, ⑵ 바우만의 ‘액체 현대’(liquid modernity) 이론을 비판적으로 도입하여 복지자본주의와 정당민주주의 제도가 사회균열을 반영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 오늘날 집단적 정체성과 갈등의 새로운 양상을 서술하고, ⑶ 정치가 이런 시대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이유를 교차균열(cross-cutting cleavages) 이론의 재구성을 통해 설명한다. ⑷ 끝으로 균열 조정의 제도가 작동하지 않은 채로 분쟁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사회통합의 방법론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단상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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