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과거청산과 소수자 인권운동 : 형제복지원사건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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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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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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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민주화 이후 과거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과거청산운동이자 민주화 이후 등장한 소수자 인권운동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운동을 다루었다. 형제복지원사건은 1987년 1월 부산의 부랑인수용시설에서 벌어진 천인공노할 인권침해 사건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에서 회자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원장의 구속, 시설의 폐쇄 이외에 이렇다 할 해결마련 없이 묻히고 만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정치민주화를 필두로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서 민주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도 오랫동안 형제복지원사건은 주변화되어 잊혀져 있었다. 소수자운동이 활성화됐고 과거사 진상규명운동으로 과거사위가 발족하여 활동했지만 25여년 동안 여전히 형제복지원사건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 관련 활동가, 연구자 모두의 관심밖에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2012년, 잊혀졌던 형제복지원사건이 돌연 언론지상에서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진상규명운동으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첫째, 1987년은 민주화의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형제복지원사건이 전체 민주화운동에 포괄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당시가 군부독재주의 시기였고 따라서 소수자는 물론 다수자도 억압받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활성화되어 있었던 민주화운동의 목표는 모든 시민을 억압하던 ‘독재’의 타도, ‘체제변혁’에 집중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당시는 형제복지원사건이 진상규명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한 정치·사회적 기회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으며 내부 운동주체도 형성되어 있지 않았고 외부 운동단체로부터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둘째, 민주화된 사회에서 그것도 25여년 동안이나 형제복지원사건이 주변화되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자는 ‘소수자 속의 소수자’였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민주화는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장시키고 소수자운동이 발생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한국전쟁기 혹은 군부독재 시절 발생했던 국가범죄에 대한 진상규명운동이 성장하고 그 결과로 과거사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 사회적 기회구조는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운동이 등장할 가능성이 됐다.
그러나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생존자는 ‘부랑인’ 혹은 부랑인시설수용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구적인 ‘낙인’이 찍힌 소수자다. 더구나 이들은 경제적, 문화적 자원도 낮은 하층민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지만 그러한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활용할 능력 역시 제한되어 있었다. 외부에서 알아서 도움을 주기를 바라기에는 부랑인/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매우 나쁘다. 그렇기에 내부주체형성, 도움을 줄 만한 외부 활동가의 등장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운동이 2012년 비로소 시작된 계기는 무엇인가? 운동 주체 형성이 2012년에 비로소 가능했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운동은 인지적 해방을 겪은 피해당사자 주체와 지식인 조력자가 만났을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다. 이후 결합한 지식인 활동가 대책위 주도의 에드보커시운동 단계를 거쳐 현재는 피해당사자운동 단계로 진입했다.
향후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운동은 피해당사자운동을 기반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피해당사자운동은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핵심목표인 특별법안 제정은 여전히 요원하다. 진상규명운동이 지속되어야 하며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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