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와 베르그송에 있어서 시간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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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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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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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하이데거와 베르그송의 시간개념을 비교함으로써 하이데거의 존재사유가 함축하고 있는 독특한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흔희 『존재와 시간』에서 전개된 존재사유의 독창적인 의미는 하이데거가 이성 중심주의를 해체하여 전통 이성개념이 간과했던 삶의 다양한 논리를 회복시키는데 있다고 해석되는 데, 이러한 해석은 사실상 단편적이다. 왜냐하면 하이데거 이전에 이미 베르그송 역시 자신의 삶 철학에서 이러한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데거 사유의 독창성은 이성과 대비되는 삶에 대한 강조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실존론적으로 파악된 하이데거의 삶 개념과 진화론적으로 파악된 베르그송의 삶 개념의 구분에서 찾아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은 구 철학자의 시간개념의 차이를 통해 극명히 드러난다.
하이데거와 마찬가지로 베르그송의 삶 철학에서도 "시간"개념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시간은 동질적 계기들로 이루어진 추상적이고 "공간화된 시간"과는 구분되는 "지속"이다. 그리고 이 "지속"은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며 흘러가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의식에서 과거와 현재가 부단히 함께 하며 흐르는 시간이다. 부단히 흐르는 "지속"에서만 인간 정신은 물질화되는 것을 피할 수 있으며, 또한 추상적인 과학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이러한 "지속"은 오직 의식에서만 찾아진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하이데거는 "시간"개념을 "의식"너머에 있는 "세계"에서 구성한다.
『존재와 시간』에서 하이데거는 단지추상적인 시간개념뿐만 아니라, 삶 철학에서 개진된 구체적인 시간개념도 비판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시간개념들은 보다 근원적으로 세계에서 개시되는 실존적인 시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개별적인 의식에서 느껴지는 지속되는 시간은 이미 역사적인 세계로 향해 뻗쳐나가며 상호주관성을 구성하는 탈자적인 시간성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하이데거는 이러한 역사적인 세계에서 드러나는 탈자적인 시간성에서만 진정으로 이성에 귀속되지 않는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정신 내지는 삶을 정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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