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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익명출산, 신뢰출산 - 끝나지 않는 논쟁 = Boîte à bébés, accouchement sous X, accouchement confidentiel -débat sans c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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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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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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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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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19(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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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한 종교기관에 의해 서울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되고 2012년에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후 우리사회에서는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에 관한 논쟁이 시작 되었다. 이 논쟁의 중심에는 ‘자녀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와 ‘자녀의 생명권’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두고 가는 것을 허용하거나 의료기관에서 익명출산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경우 친생부모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자녀는 ‘자신의 친생부모를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베이비박스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유기되는 영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베이비박스와 같이 생모의 익명 성을 보장하는 시설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상담을 받으며 출산을 할 수 있는 익명출산은 산모와 아기의 건강,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이 영아유기나 영아살해를 방지한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오히려 유기를 조장할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현실적으로 더 타당한가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2001년부터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사례는 이 문제에 관한 해답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출간된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에서 익명출산이 도입된 후 영아 살해율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다고 한다. 물론 오스트리아의 경험이 다른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일정한 사회적 조건하에서는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이 자녀의 생명을 보호하는 장치로써 기능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중요한 근거임에는 틀림이 없다.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을 이용하는 여성들에게는 서로 다른 다양한 동기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여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은 자녀의 생명을 보호하는 창구가 될 수도 있고, 손쉬운 영아유기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 중에서 어느 하나만이 존재하고 다른 하나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다고 보는 것은 인간사회의 일반적인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우리사회에서는 베이비박스와 익명출산의 도입 여부에 대하여 적지 않은 논쟁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한 논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면, 우리사회에서 베이비박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조사와 분석이 이루 어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여 베이비박스가 자녀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그에 맞는 정책적 판단과 입법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단계까지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전제한다면, 사견으로는 우리사회에서 베이비박스는 익명출산으로 대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베이비박스가 사실상 존속 하도록 수수방관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사회에서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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