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시 연구 : 에코페미니즘적 특성을 중심으로 = The Study on Kim Sun-u's poems
저자
발행사항
청원군 :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2012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석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 국어교육학과국어교육전공 2012. 2
발행연도
2012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충청북도
형태사항
v, 108 p. ; 26 cm
일반주기명
한국교원대학교 논문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지도교수 : 임수만
심사위원 : 나병철, 임수만, 오윤선
참고문헌 : p.102-105
소장기관
김선우는 참신하고 육화된 언어를 사용하여 유년 시절 고향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여성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에코토피아를 구현한다. 나아가 남성 중심의 위기적 상황이 초래한 당대의 역사적, 사회적 문제들과 그 속에서 고통 받는 타자들의 아픔을 다룸으로써 자칫 관념적, 신비주의적으로 흐를 수 있는 에코페미니즘 문학의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여 구체적 실천성을 갖추었다. 본고는 김선우의 작품이 에코페미니즘 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보고, 이러한 그의 시세계를 살펴보는 것에 그 목적을 두었다.
제Ⅱ장에서는 김선우 시를 분석하기 위한 토대가 되는 에코페미니즘 이론의 흐름과 특징, 국내 에코페미니즘 문학의 현황에 관하여 알아보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에코페미니즘을 기본 인식으로 하여 문학을 연구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선우는 그의 작품에 에코페미니즘 담론을 깊이 있게 사유하여 수준 높은 결과물을 창조하였다. 에코페미니즘의 이론적 시도는 형성 중에 있기에 에코페미니스트의 수만큼 다양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김선우의 작품은 자연과 여성을 동일시하는 에코페미니즘의 본질주의적인 측면과 함께, 자연과 여성에 대한 억압을 다른 타자들에 대한 억압으로 까지 확대하여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는 사회를 구현하려는 후기 에코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이상향 까지도 잘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Ⅲ장은 김선우 시의 에코페미니즘적 상상기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에코페미니즘은 단순히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의 결합이 아닌, 여러 담론을 결합해 놓은 잡종적인 이론이다. 즉, 에코페미니즘은 이론적으로 정교화 되는 과정에서 많은 방법론의 영향을 받게 된다. 마찬가지로 김선우의 작품에서도 에코페미니즘적인 시세계가 구현되는데 영향을 주었던 방법론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김선우의 작품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 만물이 순환하는 과정 속에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과 비움을 통해 완결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태학과 불교 담론, 노장 사상 등을 자양분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본고는 이것을 크게 생태학적 감성과 불교 담론의 영향,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 의식 이라는 3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생태학적 감성은 김선우에게 만물을 영성이 깃든 존재로 파악하게 하고, 이러한 만물이 서로 교감하고 순환한다는 상상력을 제공한다. 이는 에코페미니즘적인 김선우의 시에서 ‘순환하는 몸’의 모티프가 되고 더불어 순환의 일부로써 ‘죽음’에 관한 그의 인식은 Ⅳ장에서 ‘노년의 어머니의 몸’에 대한 강한 긍정성을 담보한다. 생태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반자연적이고 비순환적인 세계에 대한 반성은 에코페미니즘적인 그의 작품에서 현대문명에 의해 자연이 파괴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 생명포태가 불가능한 시적 상황으로 까지 제시된다.
불교 사상과의 관련성은 크게 방법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방법적 측면에서 불교와 관련된 소재나 화두를 작품에 끌어들이는 패러디와 인생의 깊은 깨달음의 순간을 직관적 통찰로 드러낸다. 내용적 측면으로는 불교의 연기론과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생태주의적 차원의 ‘순환’이 보여주지 못했던 타자들의 아픔과 희생을 돌아본다. 그 중 직관적 통찰과 같은 불교의 ‘이성적 언어의 거부’는 에코페미니즘적인 그의 시에서 여성화자들이 구사하는 ‘여성적 언어’와 상통하고, ‘업의 논리’ 와 ‘자비의 발현’은 그가 Ⅳ장에서 ‘사랑’을 통해 타자에 대한 '연대의식'을 표명하는 밑바탕이 됨을 알 수 있다.
한편, 에코페미니즘은 가부장제적 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런데 김선우에게 있어 이러한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 의식은 담론의 영향 이전에 유년기 가족사적 상처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러한 상처는 그의 작품이 ‘부성이 부재’ 하고, ‘모성성’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Ⅳ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김선우의 에코페미니즘 시세계를 살핀다. 이는 본질주의적 측면, 미학적 측면, 실천적 측면으로 나누어 보았다.
먼저, 김선우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의해 핍박받는‘자연’과 억압받는 ‘여성’을 동일한 관점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에코페미니즘 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본질주의 차원의 특징이다. 그의 작품에서 자연과 여성은 ‘모성성’을 공통적으로 발현하고 만물의 근원이 된다. ‘남성성’을 속성으로 하는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현대 문물들은 이러한 자연과 여성을 파괴하고 시인은 이를 강하게 비판한다. 나아가 이러한 억압구조에서 타자화 된 자연과 여성은 ‘여성성’을 통해 자신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타자화 시켰던 남성문명까지도 치유하고 회복시킨다.
김선우의 작품은 기본적인 세계관에서 뿐만 아니라 미학적 감성이나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에코페미니즘의 입장과 일치한다. 에코페미니즘은 근대의 이성 중심적인 사고로 억압되었던 ‘몸’의 ‘감각’과 ‘영성’을 중시한다. 정신과 육체를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대상으로 보고 ‘몸을 사유하는 주체’로 인식한다. 이에 김선우의 시는 감각의 총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감각적 체험들을 재현해 내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사물이나 사건의 내력을 인식하는 주체로서 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김선우의 작품에서 여성은 육체를 통해 자연과 연결된다. 자연은 여성의 관능적인 신체에 비유되고, 관능성을 모성화 하여 관능성이 극대화 될수록 모성성은 증폭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몸은 주로 모성성을 환기하는 ‘어머니의 몸’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강한 성적 메타포를 내재함으로써 노년기 여성의 몸과 증상들에 건강한 활력을 부여한다. 또한 김선우는 여성의 유방, 성기, 자궁, 월경 등이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하여 여성의 몸에 강한 긍정성을 부여한다.
그의 작품에서 여성의 몸은 삶과 죽음의 통로가 된다. 생태학 사고와 불교의 윤회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김선우의 작품에서 ‘몸’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순환은 ‘자궁’을 통해 이루어진다. 월경(月經)하는 자궁은 몸을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월경(越境) 할 수 있도록 하기에 여성의 몸은 삶과 죽음의 통로인 것이다.
실천적 차원의 측면으로 김선우 시의 에코페미니즘적 요소가 현재적 관점에서 주는 의미와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김선우의 작품 중에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토대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도 있지만, 과거의 아픈 역사나 당대의 황폐한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많다. 이 작품들에는 남성중심 사회가 초래한 현재의 위기 상황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타자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이 때 이와 관련된 작품들의 지배적인 정서가 바로 타자들에 대한 ‘연민’ 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인이 제시한 실천적 강령을 ‘사랑’ 이라고 보았다. 이에 김선우 시의 에코페미니즘적 요소가 갖는 실천적 의미를 연민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주제어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김선우의 작품은 ‘어머니’를 주요 모티브로 하여 시인 자신이 어머니의 몸과 삶을 닮아가는 과정을 육화된 언어를 통해 잘 형상화 하고 있다. 진보적인 색채를 띄는 그의 작품은 자연과 모성이 갖고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파괴와 부정의 세상을 회복하고 치유한다. 만물들의 관련성과 공감을 중요시 하는 그의 작품은 죽음을 뛰어넘어 생의 궁극적인 경지를 얻으려는 자기 구도의 산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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