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사회구성체 이론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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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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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KDC
305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111-124(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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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마르크스주의는 마르크스 당대의 현실에 대하여는 상당한 적실성 (遭實性)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의 사회문제에 대하여는 적실성올 상실했다는 것이다. 둘째, 마르크스주의의 관심영역이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경험적으로 타당한 설명을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마르크스주의가 설명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영역에 대하여는 상당한 설명력올 지니고 있을지라도 개념장치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과학적 사회이론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들은, 마르크스주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따라 시비(是非)가 달라질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최근의 ‘탈근대적’ 비판들은 마르크스주의가 ‘이성중심주의’ 라는 ‘근대적 존재론’에 입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근대주의 (postmodernism)’는. 마르크스주의와 같이 진리의 개념과 객관적 실재의 개념올 주장하는 ‘근대적 관점’올 배격하고 대체로 상대주의적 입장을 취한다 . 예컨대 료타르는 ”정신의 변중법, 의미의 해석학, 합리적 주체나 노동주체의 해방, 부의 창출과 같은 거대설화에 의거하여 정당화를 시도하는 모든 종류의 과학”에 사망선고를 내리고 있다. (Lyotard 1984. xxiii) 푸코 역시 ‘진실올 통한 해방’이라는 ‘낭만주의적’ 해방 개념을 거부한다 : “진실이 해방올 주는 것도 아니며 오류가 예속올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Foucault 1976. 81) 그러나 진실을 통한 해 방의 관념을 거부할 경우 . (해방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따라서 해방의 이념 자체를 포기하는 길 밖에 없다.
일단 인간 해방의 이념을 받아들이게 되면 진리의 개념은 필수적이다 ‘한 사회의 착취적 혹은 억압적 성격은 보기에 따라서 다르다‘는 관점을 취할 경우 어떠한 사회비판도 성립하지 않는다. 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모든 이론은 그 체제를 정당화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진리 개념에 의거하여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비판 자체도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탈근대적 관점은 어떠한 진리의 개념도, 어떠한 객관적 실재의 개념도, 어떠한 인간주체의 개념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진리 개념을 완전히 거세한다면. 모든 ‘해방적 관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그와 더불어 모든 사회비판도 사라진다. 이것은 결국 허무주의를 부를 뿐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이론구조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고전적인‘ 비판들은 마르크스주의가 ’경제적 환원주의‘라는 것과 인간의 자율성올 부정하는 ‘결정론‘이라는 주장. 사이비(似而非)설명을 시도하는 ‘기능주의’라는 주장, 턱없이 역사의 목적을 설정하고 역사의 법칙을 선언하는 ‘역사주의‘라는 주장 등이다 이러한 주장들 각각에 대해 간략한 응답을 마련해 보기로 하자.
(1) 만일 ‘환원주의’라는 말이 어떤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는다는 것, 즉 인과적 설명을 추구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모든 과학은‘환원주의’이다 그러나 ‘경제적 환원주의’가 사회현상의 모든 원인을 오로지 경제적 요인에서만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마르크스주의는 결코 경제적 환원주의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에서 , ‘(경제적) 토대’는 ‘사회구성체’의 구조를 구성하는 추상화된 이론적 요소(개념적 실재충)일 뿐. 인과관계에서의 ‘원인’ 개념이 아니다.
(2) 사회적 실재에 대하여 제시된 (존재론적) 구조가. 구조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만일 개인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한다면. 또한 구조의 변형조차도 구조 내부의 모순에 의한 것이라면, 그 구조 속에서 움직이는 인간은 구조의 목두각시가 되고, 역사는 ‘주체 없는 과정’이 되고 만다. 그러나 그 구조가 오직 개인들의 반복적인 실천 (practice)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것이라면. 그리고 바로 그 재생산의 과정 속에 변형의 가능성이 들어있는 것이라면, 구조가 존재한다고 해서 개인의 자율성(구조를 바꿀 수 있는 인간의 힘)이 부정되고 있다는 비판은 근거를 상실한다.
(3) ‘기능적 설명’이란 사회현상들을, 무엇이 혹은 누가 결과적으로 수혜자가 되었는지에 따라--그러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의도의 유무에 관계없이--그 현상의 존재를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 (Elster 1986 . 22) 마르크스주의를 이러한 기능적 설명 형태로 재구성 (Cohen 1980) 할수는 있지만, 이것이 마르크스주의의 핵심도 아니고 , 목표도 아니다 . 기능적 설명은 과학적 설명이 아니라 주어진 현상에 대한 일종의 서술이다. 마르크스주의는 논리적 규칙에 따라 검증 가능한 경험적 명제 들(인과적 설명)올 산출할 수 있는 이론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
(4) 역사에 목적( telos) 을 설정하고 그 목적을 향해 가는 어떤 보편적 발전법칙이 존재한다고 선험적으로 주장하는 역사철학과 , 일정한 관념구조를 바탕으로 사회현상의 법칙성/경향성과 역사적 진행의 방향성올 규명하는 사회이론은 서로 다른 것이다 마르크스의 사회구성체 이론은 사회현상에 대한 인과적 설명과 그에 따른 예측/처방/통제를 시도하는 사회이론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르크스주의가 만능(萬能)의 이론일 수는 없으며 , 또한 성 (性)문제나 인종문제, 민족문제와 같이, 마르크스주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마르크스주의만으로 사회현상을 바라볼 수도 없다 그러나 여전히 마르크스주의는 폭넓은 적용범위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새로운 연구의 축적에 따라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질 수 있는 풍부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오늘날의 해석은 바로 이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글은 마르크스의 사회구성체 이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하여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가능성, 그 중에서도 특히 인과적 설명을 추구하는 과학적 사회이론으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해 보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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