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독일사회철학과 마르크스와의 관계(중간보고서2)
현대독일사회철학을 대표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가들은 학파형성초기부터 마르크스주의를 수용해왔고 또한 자신들을 일종의 마르크스주의자로 생각했다.그러나 구동구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비판이론이 마르크스주의를 벗어난 반공주의의 한 변형태로서 평가했으며 일부 비마르크스주의자들조차도 비판이론이 마르크스주의를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므로 본연구의 목적은 비판이론과 마르크스주의간의 참된 관계를 해명하는 것이다.
동구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마르크스주의의 본질로서 사적유물론,이데올로기개념,변증법적 유물론,프롤레타리아트혁명 등으로 규정하고 비판이론은 이것들을 포기하거나 변조했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를 벗어났다고 주장한다.이에 근거하여 본연구자는 본과제의 연구계획을 전체 3년차로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우선 1년차 연구계획은 (1)동구마르크스주의자들의 비판이론에 대한 평가와 (2)사적유물론의 재구성문제이며,2년차 계획은 (1)이데올로기개념의 해석과 (2)변증법적 유물론과 부정의 변증법을 비교하고 3년차 계획은 (1)실천과 주체의 문제와 (2)위의 쟁점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이 경우에 위 논쟁들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해당 주제에 연관된 마르크스자신의 견해에 근거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본연구자는 동구마크스주의자들의 비판이론에 대한 평가를 분석하였다.그들에 의하면 크게 다음과 같은 점들 때문에 비판이론은 마르크스주의를 벗어나 있다.첫째,비판이론은 사적유물론을 부정함으로써 혁명의 역사적 필연성을 포기했다.마르쿠제는 생물학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를 구분하지 않았으며 사적유물론의 계급투쟁을 도덕적 급진주의로 변형시켰다.더구나 비합리적 본능구조의 해방은 해방의 물질적 실천적 토대를 무시하는 것이며 이는 단순한 도덕적 요청에 불과하다.하버마스도 계급투쟁을 인간의 유적갈등으로 파악했으며 개인들간의 갈등이 사회적으로 제약되어 있다는 것을 무시했기때문에 인간소외의 사회경제적 근원을 파악할 수 없다.둘째,이데올로기개념을 부정적인 의미에서만 파악함으로써 이를 왜곡했다.그러나 이데올로기를 부정적으로만 규정해서는 안된다.이데올로기의 양측면을 구별해야하고 부정적 측면의 긍정적 측면으로의 이행도 있음을 주목해야한다.이럴 경우에만 자본주의하에서의 노동자의 이데올로기투쟁이 이해될 수 있다.셋째,관념론적인 부정의 변증법을 주장함으로써 변증법적 유물론을 포기했다.후자의 변증법이 필요한 이유는 현존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이해와 동시에 그에 대한 부정적 이해,즉 지양의 원리를 포함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아도르노의 변증법이란 잘못된 역사적 상태에 대한 객관화에 불과하다.변증법을 잘못된 상태에 대한 존재론으로,모순이 없는 올바
른 상태자체가 변증법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으로 본 부정의 변증법은 사실 변증법의 부정에 다름 아니다.넷째,비판이론은 자본주의모순에 대한 해결을 프롤레타리아혁명에서 찾지 않는다.따라서 프롤레타리아의 역사주체로서의 역할을 부정하고 오히려 비생산계층으로부터 실천의 주체를 찾는다.
연구자는 이상의 동구마르크스주의자들의 비판이론에 대한 평가에 대한 개괄이후 첫 번째 연구결과로서 사적유물론과 비판이론의 역사이론과의 관계를 논문으로 발표하였다.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마르쿠제를 비롯한 초기비판이론가들은 역사를 의식의 소외역사로 보는 근거로서 경철수고의 헤겔비판노트를 거론하였다.헤겔적 마르크스주의자인 마르쿠제에 의하면 마르크스가 헤겔 정신현상학에서 자기의식의 역사로서의 인간역사의 원천적 의미를 발견했다고 선언하고 그 자신의 역사관으로 수용하였다.본고는 이 주장의 논거가 된 경철수고의 분석을 통해 다음의 결론을 도출했다.수고의 헤겔비판노트는 마르크스가 사적 유물론의 토대로서 이용하고자 헤겔철학을 비판한 것이 아니다.경철수고 “서문”에 나와 있듯이 이 비판은 청년헤겔학파인 브루노 바우어의 자기의식의 철학을 비판하기 위해 이 철학의 직접적 원천인 헤겔철학을 비판하는 것이었다.경철수고는 포이어바하철학이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헤겔이 아니라 포이어바하주의자인 모제스 헤쓰도 마르크스에게 수고의 중심개념인 “소외된 노동”의 개념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이 경우 마르쿠제의 기대와는 달리 수고에서의 헤겔영향은 많이 감소된다.논의의 전개를 위해 바우어의 자기의식의 철학이 간단히 소개되었고 마르크스가 지적한 헤겔철학의 부정적 측면은 바우어철학의 결함으로 가정하였다.그 결과 바우어는 헤겔처럼 추상적 정신적 노동만을 알고 있으며 구체적 “인간”을 “자기의식”과 동일시한다.인간소외의 극복도 추상적인 자기의식안에서 실현된다.마르크스가 헤겔변증법의 긍정적 측면으로 제시한 구절을 분석한 결과 포이어바하 유물론의 용어로 변조되어서 본래의 헤겔관념론적인 성격대신에 유물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따라서 의식의 소외 역사를 자신의 역사관으로 마르크스가 동의한 적이 없었다.따라서 마르쿠제의 테제는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으며 초기비판이론의 역사관 또한 마르크스의 견해와는 상당히 멀다고 할 수 있다.(하버마스의 사적유물론의 재구성은 사실상 사적유물론의 폐기이기 때문에 이 논문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그 다음 이데올로기개념에 대한 비판이론과 마르크스의 관계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비판이론가들은 기술적 합리성을 사회적 정치적 합리성 또는 지배의 합리성으로 해석하고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생각했다.이들은 19세기의 이데올로기와는 달리 현대자본주의 이데올로기들은 대중조작 및 정치선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문화산업,의식산업,현대음악,획일화된 언어 등을 그런 조작과 선전의 주요수단으로 규정했다.심지어 19세기의 정치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이같이 생각한 하버마스도 오늘날의 이데올로기는 대중소비문화채널을 통한 정신적 정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대중기만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규정한다.따라서 이데올로기는 역사속에서 부정적인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동구마르크스주의자들은 대중의식조작현상은 현대산업사회의 특징만은 아니라고 비판한다.이러한 조작은 과거 모든 지배계급과 착취계급의 특성이었다는 것이다.지배계급의 사상은 학교,교회,언론 등의 기구들을 통해 전파되어 왔으며 지금은 단지 이데올로기적 영향력 행사의 형태와 기술적 수단만이 변화했을 뿐 부르죠아 이데올로기의 근본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그들에 의하면 이데올로기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 구체적인 현상이다.즉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혹는 비과학적 이데올로기,진보적 혹는 반동적 이데올로기,사회주의적 혹는 부르죠아적 이데올로기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존재한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데올로기를 부정적으로만 규정해서는 안된다.이데올로기의 양측면을 구별해야하고 부정적 측면의 긍정적 측면으로의 이행도 있음을 주목해야한다.이럴 경우에만 자본주의하에서의 노동자의 이데올로기투쟁이 이해될 수 있다.
이상의 논쟁은 통해 우선 드러난 것은 비판이론가들은 전반적으로 이데올로기개념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에 동구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데올로기개념을 부정적이고 동시에 긍정적인 (혹은 중립적)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는 어떤 의미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가이다.물론 이데올로기개념의 이런 양의적 성격을 둘러싼 논쟁이 아주 복잡하지만 연구자의
예비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마르크스자신은 수미일관하여 이데올로기개념을 부정적 의미에서 사용하였으며 이데올로기개념에 긍정적 의미가 부여된 것은 마르크스 사후 플레하노프,카우츠키,특히 레닌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이들의 해석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개념은 경제적 토대에 의해서 결정되
는 포괄적인 상부구조적 수준과 동일한 것이다.즉 이데올로기를 사회적 의식형태의 총체성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한다.
긍정적 이데올로기개념을 지지하는 자들의 주된 유일한 논거는 1859년의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비판서문』에 서술된 다음의 구절이다.이들은 이 구절로부터 마르크스가 특정한 역사적 시기의 상부구조에 포함되는 의식형태의 총체성이란 의미에서 이데올로기개념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마르크스에 의하면,“경제적 생산조건에서의 자연과학적으로 엄밀하게 규정될 수 있는 물질적 전복은,법적,정치적,종교적,미학적 혹은 철학적,간단히 말해,사람들이 이런 갈등을 알게 되고 이 갈등과 싸우는 그런 이데올로기적 형태들로부터 구별되어야 한다.”그러나 이 구절은 긍정적 이데올로기개념을 지지하는 자들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즉 과학은 이데올로기적 형태들과 분리되어 있으며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형태들에서는 사람들이 그런 갈등(생산력과 생산관계의 갈등)을 진정으로 알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이어지는 마르크스의 언급을 보면 이것은 더욱 더 명백해진다.“우리는 독일철학의 이데올로기적 관점과는 대립되는 우리의 공통된 견해로부터 출발해야만 했다.”여기서 부정적 이데올로기개념이 여전히 서문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결국 마르크스는 모든 의식형태들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인 법적,정치적,종교적,미학적 혹은 철학적 의식형태들만이 과학과 대립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에 의하면 어떤 계급사회의 상부구조에서 지배적인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다.그러나 이것으로 마르크스가 지배계급의 모든 사상이 항상 이데올로기적이라고 말했던 것은 아니다.마르크스는 부르죠아 사상 전체를 결코 이데올로기적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마르크스가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상부구조사이에 구별을 분명히 했다는 증거가 마르크스의 『잉여가치학설사』의 한 구절에서 쉬토르히의 이론을 비판할 때 명백히 드러난다.여기서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적 사상과 이데올로기적이지 않은 사상들을 명백히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이점에서 비판이론과 마르크스와의 관계는 부분적으로는 이론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상의 이데올로기개념에 대한 연구성과를 본연구자는 금년 하반기에 국내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그 다음에 변증법을 관한 비판이론가들,특히 아도르노의 부정의 변증법과 마르크스와 관계를 3차년도 실천과 주체문제에 대한 연구성과와 함께 3차년도 안에 논문으로 작성할 계획이다.
실천과 주체의 문제는 비판이론이 처음부터 관심을 기울였던 이론과 실천의 통일이라는 과제와 연관된 문제이다.비판이론가들은 현대의 불행의 원천을 이성개념의 변질에서 찾았고 이것을 비판함으로써 이성의 부정성의 회복을 희망했다.따라서 그들의 해방적 실천은 비판,부정 혹은 거부,해체 혹은 파멸, 반성 등의 형식을 가진다.따라서 마르크스주의적인 계급투쟁은 거부된다.호르크하이머는 자본주의모순의 해결을 개인의 자발성,합리성 등에서 찾는다.그러나 그는 현대의 기술적 합리성이 지배자체의 합리성으로 고착된 이 자체를 인간소외의 현실로 보았기 때문에 과학과 기술의 역할이 증대하는 현대사회에 서 이 소외를 제거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보았다.마르쿠제도 선진산업사회에서의 혁명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그 이유로서 그는 이데올로기로서의 기술적 합리성에 의해 대중들이 소외되었을 뿐 아니라 탈정치화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따라서 그는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전면적 부정, 위대한 거부 그리고 새로운 감수성을 주장하며 구체적으로 예술적 저항,문화혁명,지적혁명,종말론적 혁명,생물학적 혁명,본능에로의 혁명 등을 열거한다.하버마스는 후기자본주의사회에서 탈정치화된 노동대중들이 의사소통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기반성과 의사소통능력의 회복 또는 억압없는 의사소통행위를 해방적 실천으로 생각했다.비판이론가들은 프롤레타리아계급이 아닌 비생산계층에서
실천의 주체를 찾는다.호르크하이머는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주체,아도르노는 부정하고 반역하는 정신을 그 주체로서 파악한다.마르쿠제는 체제외부에서 기존체제에 타격을 가할 세력,즉 추방된 자,국외자,인종과 피부색이 다른 피착취자와 피박해자,실업자와 취업불가능자,부정적 사유의 주체로서의 청년지식인층,게토주민,소수민족,룸펜프롤레타리아 등을 실천의 주체로 주장하였지만 나중에는 이들은 혁명의 기폭제로 규정하고 신노동계급인 기술적 지식인을 그 주체로 규정하기도 했다.그러나 실제로 마르쿠제는 그들에게도 어떤 현실적 희망도 가지지 않았다.비판이론은 오로지 부정적인 것으로 존재할 뿐이라고 한다.하버마스에 의하면 실천의 주체는 현존국가내에서의 여론형성을 관장할 수 있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는,혁명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로서의 인텔리들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명백해진 것은 비판이론가들의 견해가 프롤레타리아계급을 주체로 하여 사회주의혁명을 실천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정통마르크스주의자들의 그것과는 명백히 틀린다는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선결되어야 할 점은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특히 마르크스가 어떻게 어떤 의미에서 이 개념을 수용했는가는 지금까지 논란으로 남아있다.혹자는 비판이론가들의 추상적인 실천의 주체 못지 않게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개념이 추상적이고 철학적이라고 한다.이같은 문제들을 명확히 하기 위해 루카치의 프롤레타리아에 관한 견해,그가 비판이론가들에게 끼친 영향,비판이론가들의 프롤레타리아개념의 이해,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개념을 단계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마찬가지로 마르크스의 실천개념도 혁명개념과 더불어 재조명되어야 할 것이다.마르크스의 이 개념들에 관한 연구를 위해 마르크스의 전집을 전체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 요구된다.왜냐하면 마르크스는 특정개념을 집중적으로 서술한 단행본이나 논문을 저술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 네 개의 항목에 걸친 연구의 결과를 통해 비판이론이 마르크스주의를 벗어났다면 어떤 의미에서 벗어났는지가 드러날 것이다.각 항목에 대한 마르크스의 원전의 독해를 통해 비판이론의 그것과 명백히 대비될 것이고 동구마르크스주의자들의 비판의 정당성도 드러날 것이다.이같은 과정을 통해 비판이론이 이른바 후속마르크스주의중에서 어떤 유파에 속하는지 잠정적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이것은 결국 마르크스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문제의 해결은 좀더 포괄적이고도 세밀한 연구를 필요로 할 것이다.그러므로 본연구과제는 현대독일사회철학과 마르크스와의 관계로 한정된 것이다.
I. 연구 개요
1. 연구 목적 및 배경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II. 연구 내용 및 실적
1. 2차연도 연구 계획
2.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내용 및 결과
3. 3차연도(앞으로) 수행할 연구 내용 및 학술지 발표 계획
4.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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