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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와 몸의 장소화 -나희덕, 김선우의 시를 중심으로- = Feminine Poetry and‘making the Body a Place’ –Focusing on the Poems of Na Hee-deok and Kim Seon-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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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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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20(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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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나희덕 김선우의 시를 장소로 읽어내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이천 년대를 전후하여 두 시인이 보여준 시적 상상력이 동시대 한국 여성시의 특징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였다. 이들의 시는 자연과 여성을 연계하면서 올바른 여성성의 의미를 확인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있다. 이 글이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작품 속에 삽입되어 있는 몸의 상상력이다. 나아가 몸을 장소로 전환하여 자연과 여성을 동일시하려는 의도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지는지, 그로인해 형성되는 사유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이 글은 관심을 갖는다.
‘몸의 장소화’는 ‘체화된 상호 주관주의(incarnate intersubjectivity)’라는 메를로-퐁티의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메를르-퐁티의 논리를 발전시킨 에드몬드 케이시의 ‘체화된 몸(embodied body)’ 개념 역시 논증에 유효한 힘을 발휘한다. 이들의 논리에 의하면 특정 장소의 경험은 장소에 의해 습득된 특성을 몸의 기억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나아가 몸을 그 장소로 전이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그러므로 장소 체험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몸과 장소를 연동하는 상상력이다. 장소를 여성의 몸으로 치환하거나 여성의 몸을 다시 장소에 덧입히는 연출 속에서 인간의 몸과 자연의 장소라는 두 대상의 일치가 가능해진다. 나희덕과 김선우는 이러한 ‘몸의 장소화’에 적극적이었다.
나희덕의 경우, 모성성의 핵심인 돌봄과 치유의 본성을 ‘젖 상상력’으로 전개했다. 그의 여러 시에서 ‘젖’은 생명을 돌보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사유는 곧 여성의 몸이 자연공간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김선우의 경우,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여성 존재의 의미를 ‘자궁’에 집중하여 형상화하였다. 특히, ‘자궁’을 다양하게 장소화하여 우주 자연의 순행이 신성하듯 ‘자궁’으로 대표되는 여성이 몸이 얼마나 신성한지를 보여주었다.
나희덕과 김선우는 몸을 장소로 전환하여 자연과의 혼연한 일치를 시도하였다. 마찬가지로 자연의 공간 역시 여성의 몸으로 치환되는 결과를 얻기도 하였다. 이 글은 이러한 몸의 장소화의 양상과 그 의미를 살펴보며 그들의 시가 지향하는 미학적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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