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구 수필 연구
저자
발행사항
경산 : 경일대학교 산업경영대학원, 2012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석사)-- 경일대학교 산업경영대학원 : 독서학과 2012. 2
발행연도
2012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경상북도
형태사항
71 p. ; 26cm
소장기관
문학은 자연에 속한 것이 아니라 문화 세계에 속한 것이다. 홉스와 더불어 최초
의 사회학자로 손꼽히는 비코는, 문화는 완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문화는 인간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빛이나 혹은
물질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코는 말한다. 그것들은 인간 밖에 기원을 둔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123) 박연구 수필은 수필이 내포하는 보편성과 진정성은
인간에 대한 목적성을 잘 아우르면서 그만의 고유한 영역을 개척했다. 그는 활동하
던 내내 수필이 문단에 제 위치를 자리매김하도록 고집스럽게 수필과 그 가치를
증명한 사람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수필가 박연구의 수필문학 탐구이다. 먼저 박연구의 수필 세계
를 분석하여 내용적인 측면과 형식적인 측면의 특징을 각각 규명하고, 이러한 특징
이 지니는 한국 수필문학사적 의의를 고찰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고는 수필가 박연
구에 대한 본격적인 작가론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필가 박연구는 1963년 월간 신세계 (9월호)에 제1회 신인 작품 수필 부문에
작품 <수집 취미>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1970년 ‘현대수필동인회’주간으
로 있으면서 현대수필 5집까지를 책임.편집하여 1970년대 한국 수필문학 부흥
에 중요한 계기를 만드는 등 여러 수필 전문지 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30
년대 이후 우리 수필은 현실에 밀착되지 못하고 관념화된 ‘예찬’과 ‘송( )’류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지적이고 고고한 작품은 수필이 교양 있는 자의 고급 취
미로 여기게 만드는 오류를 범했다. 이러한 고정된 인식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필의 장르적 특성은 원래 평범함을 지향한다. 꾸미거나 가식이 빠진 진솔한 삶의
자화상이 바로 수필이다. 이러한 수필의 기본적인 성격을 가장 잘 살린 수필가가
바로 박연구였다.
박연구의 수필관은 인간적인 진실한 삶을 표현해야한다는 신념으로 글쓰기에
임했다. 의도된 일관성 있는 박연구의 글은 그의 문학관이 되어 수필의 한 축을
미셀 오티에 피에르 레비 『지식의 나무』철학과 현실사 쪽
이룬다 수필에 대한 애착과 신변 중심의 일관된 글쓰기는 박연구의 문학의 . 특징으
로 자리매김하였다. 작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일상을 수필 문학으로 완성하였다.
생활의 발견이 곧 사랑의 발견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작품으로 승화하였다. 이는
누구나 속해있어야 지탱 가능한 생활을 사랑으로 풀어내는 수필에 대한 자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박연구 수필 세계의 내용적인 측면을 요약하면 ‘일상성의 수필적 형상화’로 정리
할 수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소재, 주제, 인간관계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첫째, 가족
과 신변 중심의 소재를 들 수 있다. 자연과 아내, 딸들, 아들, 손주들은 박연구 수필
의 핵심 소재였다. 박연구는 소재의 궁핍을 모르는 수필가였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상이 모두 수필의 소재였다. <외가만들기>, <바보네 가게>는 박연구의
수필적 소재가 만들어낸 쾌거라 할 수 있다. 둘째, 에코토피아적 글쓰기를 지향하는
주제를 들 수 있다. 박연구가 강조하고 실천한 글의 주제는 갈수록 탁해지는 도시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과 거칠어지는 마음을 정화하기 위한 글쓰기로 귀결된다. 수
필도 환경운동으로 생각했으며 시대를 탄력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작가의 책무라
여겼다. 셋째, 문학적 영향을 받은 인간관계를 언급했다. 7권의 수필집에는 많은
사람을 이야기 하고 있으나 다 언급하지 못함이 아쉽다. 박연구 수필적 삶에 영향
을 미친 김소운, 박균석, 법정, 윤형두, 피천득, 한승원을 중심으로 분석해보았다.
박연구의 수필 세계가 화려하지 않은 이유는 누구나 겪는 ‘일상’을 수필로 형상화
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연구의 수필 세계가 감동적인 것은 화려하
지 않은 ‘일상’이 문학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박연구 수필 세계의 형식적인 측면을 요약하면 ‘수필형식의 전범 확립’으로 정
리할 수 있으며,문체, 구성, 서사로 나누어 분석해 보았다. 첫째, 문체의 특징은 독
자들이 위로를 얻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완곡형 문장과 구술형 문장이다. 박연구
의 문장은 부드러우며 쉽다. 잘 읽히고, 읽고 나면 따뜻해진다. 마치 옛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아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짓게 하는 유머가 행
간 속에서 넘실댄다. 박연구의 긍정의 언어는 수필 문장으로 완성되는 밑거름이었
다. 오랜 시간 마음을 쏟고 정성을 기울인 문장은 완곡형과 구술형이라는 박연구의
독특한 문체가 되었다. 둘째, 구성의 특징은 결미쓰기를 강조하고 있다. 박연구는
글쓰기 구성에서 결미쓰기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으며 결미가 마음에 들지 , 않으면
원고를 넘기지 않았다. 교훈조나 당부투의 결미를 거부하고, 위트가 넘치며 함축적
여운을 남기는 결미에 큰 무게를 두었다. 박연구는 이러한 수필의 형식적 구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창작에 실천한 수필가라고 하겠다. 셋째, 서사의 특징은
아포리아에 집중하고 있다. 박연구 수필의 서사는 삶에 천착한 아포리아를 향한
끊임없는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박연구의 수필은 분명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민의 아픔을 가장 서민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던 이야기의 힘은 병약한 몸으로 가난한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현실
을 외면하지 않았던 용기에 있다. 박연구 수필의 서사는 그가 살아낸 사회의 단면
을 아로새겨 놓았으며 이는 문학적 가치 이상의 자료가 될 것이다.
박연구 수필의 문학사적 의의는 수필가를 직업으로 삼은 전문 수필가라는 점이
다. 수필을 여가활동으로 삼는 이들이나 신분의 격을 높이려고 고급취미로 여기는
이들이 넘쳐나는 문단 에서 유일하게 수필로 밥을 먹고 살았다. 수필은 그의 생업
이었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수필의 저변확대를 위해 전력질주 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수필은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또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통찰로
‘생활의 발견’‘사랑의 발견’이라는 수필의 특징에 가장 적확한 작가였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가 될 쉬운 단어를 골라 문장을 구사했으며 그런
노력은 작품이 쓰여진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또한 수필편집
인으로서 ‘범우에세이 문고’를 펴내어 대중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는 수
필이란 장르를 독자에게 익숙해지도록 했으며, 법정, 피천득등 베스트 셀러 작가를
배출하기도 하였다. 1988년 정부의 납·월북 작가에 대해서 내린 해금조치가 내려지
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발굴하여 작품집을 발간하였다. 이태
준· 김용준· 김동석 같은 작가의 발굴로 자칫 반쪽으로 치우칠 수 있었던 수필문학
사의 절반을 채웠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박연구 연구의 전체적인 동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학술적인 연구는 없었고, 저널리즘에 수필가나 비평가들이 작가에 대한 단편
적인 언급이 주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둘째, 그의 수필이 가지는 평범의 가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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