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에서 기억으로: 한국 개신교 종(鐘)의 생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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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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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어
KDC
200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17-5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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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한국 개신교의 종(鐘)을 단순한 기능적 도구가 아닌, 공동체의 희생과 염원이 응축된 사회적 생애의 주체로 규정하고 그 역사적 변천 과정을 추적한다. 그동안 한국 개신교사 연구는 주로 텍스트와 인물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왔으며, 개신교가 본질적으로 말씀 중심의 종교로서 물질성을 경시한다는 학문적 통념으로 인해 사물이 지닌 종교적 층위는 간과되어 왔다. 이에 본고는 이고르코피토프(Igor Kopytoff)가 제시한 사물의 문화적 전기 방법론을 활용하여, 종이 상품화와 특수화의 긴장 속에서 겪은 역동적인 지위 변화를 분석한다.
연구 결과, 한국 개신교의 종은 초기 미국 주조소에서 생산된 상품으로 유입되었으나, 한국 신도들의 자발적인 헌금과 노동, 그리고 헌종 예식이라는 의례적실천을 통해 신성한 봉헌물로 재탄생했다. 특히 신도들은 기념 종의 소리를 성령의 사역에 비유하는 등 주체적인 신학적 언어로 번역하며 외래의 사물을 교회의사물로 전유했다. 이렇게 특수화된 종은 소리를 통해 공공 영역에서 개신교의청각적 영토화를 시도했으나, 이 과정에서 비신자들과의 음향적 경합을 벌이며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제 강점 말기 전시 체제하에서 종의 생애는 강제된 종언을 맞이한다. 일제는종을 전쟁 물자인 고철(강제적 상품화)로 환원시키는 동시에, 교회의 사상적 전향을 증명하는 복속의 제물로 이용했다. 이에 교단 지도부는 종 헌납을 성전(聖戰) 완수를 위한 자발적 애국 행위로 포장하여 체제 협력의 도구로 삼았으나, 일부신도들은 종을 은닉하는 등 신성모독에 맞선 종교적 저항을 실천했다.
해방 이후, 종은 수난의 증인이자 저항의 상징이라는 강력한 서사를 획득하며기억의 기념물로 부활했다. 심지어 물질적 실체가 사라진 경우에도 공동체는 새로운 종에 과거의 생애사를 입혀 재봉헌함으로써 저항의 서사를 지속시켰다. 결론적으로 종의 생애사를 복원하는 작업은 개신교에 대한 해묵은 반물질주의적통념에 도전하고, 신도들이 구체적인 사물을 매개로 신앙을 감각하고 식민 권력과 경합했던 역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This study redefines the church bell in Korean Protestantism not merely as a functional liturgical tool, but as a subject of a social life upon which the collective religious aspirations and sacrifices of the community are intensely projected. Traditional scholarship on Korean Protestant history has predominantly focused on text-centric and figure-oriented narratives, often marginalizing the crucial material dimensions of religion due to the long-standing theological assumption that Protestantism inherently disregards materiality. To address this historiographical gap, this research employs Igor Kopytoff’s methodological framework of the cultural biography of things to meticulously investigate the dynamic shifts in the bell's status amidst the tension between commoditization and singularization.
The biographical findings reveal that early Korean Protestant bells, initially introduced as mass-produced industrial commodities from the United States, were rapidly singularized and elevated into sacred offerings through the devout financial sacrifices, physical labor, and performative bell-dedication rituals of Korean believers. By translating the imported meaning into their own theological language, believers actively appropriated these f oreign o bjects a s their own. F u rthermore, the reverberating sound of these bells functioned as an active agent in an acoustic territorialization of Christianity within the public sphere, which inevitably led to complex social conflicts with non-Christian communities.
The trajectory of the bell’s biography took a dramatic turn during the late Japanese colonial period under the total mobilization system. The imperial state enforced a forced commoditization, reducing sacred bells to mere scrap metal while simultaneously using the act of surrender as a symbol of the church's ideological submission. While the pro-Japanese church leadership framed this as a voluntary act of patriotism for the Holy War, some individual believers engaged in clandestine resistance by hiding the bells, viewing the requisition as an act of sacrilege. In the post-liberation era, these bells were reborn as monuments of memory, acquiring powerful new narratives as witnesses to suffering and symbols of resistance. Even in cases where the physical object was lost, the community sustained the narrative of resistance by transferring the biography of the lost bell to new ones through re-consecration. Ultimately, reconstructing the biography of Protestant bells robustly challenges anti-materialist stereotypes and reveals the concrete historical layers where ordinary believers sensorially experienced and practically lived their faith through objects in the face of colonial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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