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화된 도덕적 직관의 도덕교육적 의의에 관한 연구 = The Study on Moral Educational Meaning of Naturalized Moral Intuition
저자
발행사항
청주 :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2014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 윤리교육학과 윤리교육전공 , 2014. 8
발행연도
2014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충청북도
형태사항
viii, 279 p.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박병기
소장기관
인간은 진화의 과정 속에서 등장하였고, 인간의 마음 또한 진화의 산물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몸은 마음의 등장보다 앞선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도덕적인 마음을 갖기 전에 이미 자연선택을 통해 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진화의 어느 시점에 그 몸에서 지금과 같은 마음이 창발되었다. 따라서 마음은 몸에 묶여 있고, 그 몸에 기반하여 마음은 작동한다. 따라서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은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마음에 대한 자연주의적 시각에서 선/악, 옳음/그름에 대한 도덕적 직관, 곧 ‘자연화된 도덕적 직관(naturalized moral intuition)’을 규명해 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의 도덕교육에 갖는 교육적 의의를 밝히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목적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하위 연구들에 기반하고 있다.
첫째, 자연화된 도덕적 직관의 도덕교육적 의의를 밝히기 위해서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먼저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연화된 도덕적 직관은 자연화된 직관이 도덕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특수한(sui generis) 직관이다. 그러므로 자연화된 도덕적 직관에 인식론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자연화된 직관이 인식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본 연구는 자연화된 도덕적 직관의 상위 개념인 자연화된 직관의 인식적 의미와 정당화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2장에서는 기존의 인식론과 윤리학에서의 직관에 관한 논의를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비자연주의에 근거해 온 도덕적 직관 개념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그리고 진화인식론과 신빙론을 토대로 자연화된 직관 개념을 인지 기능, 인지 능력, 지적 수행의 관점에서 규명해 보았다. 자연화된 직관은 문제 사태에 대한 ‘비추론적인 즉각적인 믿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뇌가 지니는 정보처리기능이고, 인간은 그것을 통해 세계에 대한 비추론적인 즉각적인 믿음을 산출할 수 있으며, 그것은 세계에 대한 참된 믿음을 지향한다. 자연화된 도덕적 직관은 이러한 자연화된 직관이 도덕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둘째, 자연화된 도덕적 직관이 도덕교육의 맥락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것의 작동 메커니즘이 경험과학적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3, 4장을 통해 자연화된 직관과 자연화된 도덕적 직관의 인지 메커니즘을 추적하였다. 이중처리이론의 관점에서 인간은 직관(Type 1)과 추론(Type 2)이라는 두 유형의 정보처리 시스템을 통해 세계에 대한 믿음을 형성한다. 그리고 직관은 자동적이고, 비추론적이며, 암묵적으로 작동한다. Type 1으로서의 직관은 인지적 무의식 상태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처리하여 그 결과를 의식 위로 보낸다. 따라서 직관적인 믿음은 의식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직관의 암묵적 자동성으로 인해 우리는 그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산출되는지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의사결정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대부분의 일상적인 선택과 판단이 인지적 무의식 하에서 작동하는 직관의 산물이라는 심리학적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도덕적 의사결정의 맥락에서도 다르지 않다. 하이트(J. Haidt)는 인지과학에 기반한 사회적 직관주의 모델을 제안하면서 도덕적 인지가 직관의 산물이고, 이성은 직관적인 도덕 판단을 사후 합리화(post-hoc justification)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도덕적 직관은 인간종이 공유하는 본유적인 도덕적 감정 모듈에 기반하여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인지과학을 통해 밝혀진 직관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은 fMRI와 같은 첨단장비를 동원한 신경과학을 통해 지지되고 있다. 특히 그린(J. Greene)은 도덕 판단에 관한 신경과학적 연구를 통해 직관적인 도덕 판단과 추론적인 도덕 판단이 각기 다른 신경계의 활성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직관적인 도덕 판단은 인간의 감정과 관계된 편도체의 활성화와 깊은 상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도덕적 직관은 감정 모듈에 기반하여 작동한다는 것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하위 연구과제를 통해 본 연구는 자연화된 도덕적 직관을 생득적인 도덕적 직관과 후험적인 도덕적 직관으로 규정한다. 진화인식론,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 도덕적 직관은 그것이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인간종에게 갖추어진 생득적인 인지 기능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은 직관이 정확성, 완전성 보다는 적절성을 지향했기 때문에 비자연주의의 직관 개념과 달리 오류가능성을 내포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을 통해 인지적 무의식 하에서 작동하는 직관적인 의사결정이 일상적인 선택과 판단에 광범위하게 개입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카네만(D. Kahneman, 2011)이 지적하듯이 휴리스틱(heuristic)으로서의 직관은 체계적인 편향성을 보이는 인지적 한계를 지닌다. 하지만 그리고 인간은 오류가능성을 지니는 직관을 통해 일상의 수많은 도덕적 문제들에 대한 도덕 판단을 수행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심리학적 사실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도덕적인 마음에 대한 경험과학적 이해에서 출발하여 오랫동안 외면 받아온 도덕적 직관에 주목하며 그것의 계발을 주장한다. 이성중심의 콜버그적 패러다임(Kohlbergian Paradigm)이 도덕교육을 오랫동안 지배하면서 도덕적 추론이 강조되어 온 반면, 일상적인 도덕 판단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도덕적 직관은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해 왔다. 그것의 오류가능성, 인식적 정당화 문제가 핵심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도덕적 직관은 신빙론을 통해 인식적 정당성을 확보할 길을 찾을 수 있다.
인식적 오류가능성을 갖는 생득적인 도덕적 직관은 모종의 교정 과정을 거쳐 맥락적 적절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교정의 과정에 도덕교육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본 연구는 도덕교육이 직관 함양에 기여할 수 있는 4단계 모델의 제안해 보는 것까지 시도하였다. 도덕적 직관 함양을 위한 4단계 모델은 이론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에서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시론적인 수준에서의 제안임을 밝힌다.
자연주의의 관점에서 도덕교육은 도덕적인 마음에 대한 경험과학적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에게 도덕이 어떻게 경험되는가, 또 도덕적인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떠한 한계를 갖는가 등에 대한 경험적 이해에 근거하여 도덕적인 마음을 계발할 수 있는 의도적인 교육적 노력이 되어야 한다. 오늘의 철학이 인지에 관한 경험과학적 지식을 존중하며 ‘경험적으로 책임 있는 철학’이 되어야 한다는 레이코프와 존슨(G. Lakoff., & M. Johnson, 1999)의 지적처럼, 도덕교육은 도덕적 인지에 관한 인지과학, 신경과학의 성과를 직시하며 ‘경험적으로 책임 있는 도덕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덕적 인지에 대한 경험과학적 이해가 요구된다. 우리는 도덕적 인지가 추론과 직관을 통해 수행된다는 것을 수용하면서 도덕적 직관의 인식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적 인지와 직관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도덕교육은 오랫동안 외면해 온, 하지만 일상의 도덕 판단에 깊숙이 관여하는 도덕적 직관을 계발하기 위한 적극적인 교육적 노력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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