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상담을 경험한 한족 결혼이주여성의 삶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저자
발행사항
서울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2021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석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 상담학과 2021. 2
발행연도
2021
작성언어
한국어
발행국(도시)
서울
형태사항
; 26 cm
UCI식별코드
I804:11117-200000368087
소장기관
본 연구는 다문화 상담을 경험한 한족 결혼이주여성의 삶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족 결혼이주여성의 삶에 대한 경험을 보다 생생하고 세밀하게 이해하고자 하였다. Clandinin과 Connelly(2000)가 제시한 내러티브 탐구의 다섯 가지 절차를 적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한족 여성으로서 한국에 거주하며 10년 이상의 결혼생활을 해온 두 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연구자는 참여자들과 다문화 상담의 맥락에서 이미 관계를 형성했던 경험이 있으며, 본 연구의 자료수집을 위해 각 4 회와 5회의 개별 심층 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수집한 자료를 전사하여 반복해서 듣고 읽으면서 다시 이야기하며 다시 살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연구자는 한족 결혼이주여성의 결혼 전 중국에서 삶의 경험, 결혼 후 삶의 경험, 다문화 상담의 경험,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경험이라는 네 가지 경험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연구자가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을 풀어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연구 참여자 공리는 중국에서 어릴 적 외로운 강아지같이 할머니 집에서 자랐다. 가정 밖에서만 있던 아빠로 인해 약한 엄마를 지키고 싶은 힘센 남자가 되고 싶었던 공리는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노력하여 살아냈다. 집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던 아빠였지만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천사의 모습으로 공리에게 각인되었다. 결혼과 양육의 경험에서 낯선 한국에서 만난 자상한 남편의 따뜻함이 외로웠던 공리를 감싸주면서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엄마가 되는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공리에게 양육은 힘든 숙제같이 다가왔다. 참기만 해왔던 마음을 다문화 상담을 통해 표현하고 드러내기 시작한 공리는 자신이 이 세상에 한 명 더 생겨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남편과의 갈등이 심할 때 상담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남편에게 처음으로 표현하는 계기가 되어 결혼 생활의 위기를 넘겼다. 적절한 도움을 받은 공리에게 그 당시 상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한국 사회에서 공리가 살아내는 경험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인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복지관에서 일할 때 그녀들의 천사가 되어 많은 도움을 주면서 살아갔다. 공리는 이곳에서 때로는 한국 사람이 되어, 때로는 중국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두 번째 연구 참여자 리안은 중국에서 어릴 적 외롭고 슬픈 아이였다. 형제가 많고 친척도 많았지만, 진정으로 리안을 알아주고 가까이하는 사람은 없었다. 늘 일만 하는 엄마와 남동생들과 남자아이를 좋아하는 아빠는 하늘 같은 존재로 바라보기만 했다. 아빠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리안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지만, 아빠는 리안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낯선 땅 일본에서 열심히 일하고 대학을 간 리안은 아빠의 부고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에서 일을 하다가 능력있고 열정적인 한국인 남편을 만나 어렵게 결혼을 결심하고 자신이 낳지 않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낯선 한국에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시댁에서 함께 살면서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남편의 지지와 격려로 견디면서 살아갔다. 그러다가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심해 다문화 상담을 접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답답함을 풀어내면서 상담 중에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리안의 답답한 마음이 상담에서 표현되기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슬펐던 마음이 가벼워졌고 시어머니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용기있게 말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경험을 했다. 한국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선생님의 칭찬이 너무 좋아 눈물까지 흘렸던 리안은 격려받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칭찬의 표현을 하며 긍정적 부모자녀 관계를 갖기 시작하였다. 중국에 있는 친구들이 자신을 ‘작은 한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한국의 결혼이주여성들과 친정같은 마음으로 함께 가까이 지내고 있다. 작은 커피숍을 열고 싶은 꿈을 간직 한 채 리안은 자유롭게 자신만의 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삶을 경험하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두 명의 참여자의 경험 이야기를 통해 연구자는 한국 내의 한족 결혼이주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닿을 수 없는 아빠를 향한 선망’, ‘조금씩 알아가는 엄마로서의 정체성’, ‘내 마음을 솔직히 드러낼 때 보이는 세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보람’으로 제시하였다. 어린 시절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공적 돌봄을 받았던 공리와 리안에게는 따뜻한 정서적 지지와 보살핌이 결핍되어 있었다. 엄마라는 양육자의 역할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모성 수행이 어려웠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애쓰면서 상담을 접하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정서적 보살핌과 공감을 경험한 두 참여자는 자기 안의 정서적 욕구를 알아차리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자신을 표현할 때에 만족스런 경험을 했던 공리와 리안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한 일원임을 깨달으며 자신만의 몫을 해내고 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한족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을 내러티브 탐구를 통해 보다 생생한 이야기로 이해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 연구 결과는 다문화 상담자 및 관련인들이 한족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보다 풍부한 맥락 하에서 이해하고 실질적 개입을 제공하는 데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다양한 형태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을 보다 다층적으로 이해하려는 후속 연구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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