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의 근대성 연구 : 등장인물의 내적 자아 발견 과정을 중심으로

국문 초록 (Abstract)

이광수의 무정은 근대 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내용과 형식면에서 근대적 업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작품의 근대성을 확인하는 접근 방법 역시 다양하다. 이 논문에서는 등장인물에 주목하여 내용적 측면에서 표현되는 근대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논문의 목적은 무정의 등장인물들이 내적 자아를 발견하고 근대적 개인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통해 작품에서 구현하고자한 근대적 인간관의 모습을 확인하고, 근대성의 의미를 밝히는 데 있다. 무정의 주요 인물은 형식, 영채, 병욱, 선형이다. 이들은 개별적으로 그리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근대적 개인으로 변모해 간다. 등장인물들은 근대적 개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속도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내적 자아의 발견이라는 공통적 단계를 거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식하며 자신의 내면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내적 자아의 발견이 이루어지며, 이후 근대의 문물을 수혈 받음으로써 내적 자아를 완성하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내적 자아는 사회에 대한 주체적인 해석을 가능케 한다. 세계에 대한 주체적 해석과 반응은 곧 인간으로서의 자아 완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광수가 추구한 근대적 개인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는다. 진정한 근대적 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과 세계의 관계를 인식하는 데에서 나아가 세계, 즉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자신이 속해 있는 민족을 위해 유의미한 역할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역할 획득을 위해 소설 말미에 삼랑진 수해라는 대단원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개인적 감정과 갈등을 사소한 것으로 만들며 단번에 해소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긴 서사 속에서 매우 자세하고 친절하게 묘사되고 있다. 소설의 상당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이 근대적 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것은 무정의 근대성이 등장인물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무정의 근대성은 결국, 근대적 개인이라는 이전에 없던 인간관을 제시하고, 그 개인들이 민족의 근대화를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을 인식, 수행하여 조선을 근대 문명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정당성의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