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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예술가와 청각의 예술가 =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장편소설에 나타난 예술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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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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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139(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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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념적 사색과 인간 영혼에 대한 탐색은 비단 러시아 민족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범인류적인 것이었고, 관심 영역 역시 문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철학자나 종교 사상가의 그것에 필적하는 것이어서 그들의 세계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후세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의 두 작가에 대한 비교 연구는 개인적 취향과 선호도에 경도되는 측면이 강한 편이어서 톨스토이의 경우에는 사상가이며 교육자적인 면모에, 도스토예프스키의 경우는 그가 보여준 영적 탐구에 상대적 중점을 두고 연구되어 왔다.
음악과 미술에 대한 두 작가의 특별한 관심은 상당한 대비를 보여준다.《크로이체르 소나타》라는 제목이 나타내듯이 톨스토이의 관심은 음악 쪽으로 다가가는데 비하여 도스토예프스키는 미술에 더 큰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반영하듯 우리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에서 홀바인의 충격적인 그림 <무덤 속 그리스도의 주검>을 만나게 되고, 톨스토이의《크로이체르 소나타》에서는 베토벤 음악의 무서운 힘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톨스토이의 음악적인 측면이 도스토예프스키의 미술적인 측면에 대비되는 것이다.
음악과 미술로 드러나는 두 작가의 판이하게 다른 기호는 두 예술의 일차적 인식기관인 귀와 눈이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대비 역시 드러나게 한다. 음악에 대한 관심과 기호가 그것의 매체가 되는 소리와 그것을 듣는 인체 기관, 즉 귀에 대한 작가의 관심으로 확장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서 눈과 미술은 강력한 의미를 지니며 해당 작품의 상징기능을 수행한다. 이에 비해 톨스토이의 음악과 청각적 요소의 활용법은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진실과 행복 찾기의 수단이 된다. 그리하여 도스토예프스키가 눈으로 영혼을 읽으려했다면 톨스토이는 귀로 영혼의 소리를 들으려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그림은 그 자체가 의미를 갖는 상징이자 주체가 되는데 비해 톨스토이의 음악은 궁극적인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것으로 서로 구별된다. 톨스토이는 진실을 듣는 귀, 도스토예프스키는 미를 보는 심미안을 강조한 작가로서, 시각과 청각은 오로지 내면을 읽고 진실을 추구하던 그들의 지칠 줄 모르는 영원한 노력을 알려주는 징표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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