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만 권기를 통해 본 임란 이후 재지 사족층의 동향
저자
발행기관
학술지명
한성사학(HANSUNG SAHAK (The Journal of the Hansung Historical Society))
권호사항
발행연도
2015
작성언어
Korean
주제어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3-25(23쪽)
제공처
15세기에 들어 본격적으로 농촌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양반 사족들은 적어도 16세기에 들어오면 그들을 중심으로 한 향촌 지배 체제를 어느 정도 성립시키는 듯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양반 사족 중심의 향촌 지배 체제가 16세기에 전국에 걸쳐 일원적으로 성립되었다고 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양반 사족들의 정착시기가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고, 주어진 여건들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연구자들 역시 사족 중심의 지배 체제가 성립된 시기를 16세기로 보기도 하고, 혹은 임란 이후로 보기도 한다. 이같이 임란을 전후한 시기의 재지 사족층의 동향은 수많은 연구성과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해명의 문제들이 남아 있다. 이는 내재적 발전론이라는 담론과도 일정하게 연관되어 있어 더욱 일정한 합의점에 도달하기는 요원한 듯하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임진왜란 전후를 살아갔던 한 인물에 주목하였다. 용만(龍巒) 권기(權紀)(1546~1624)가 바로 그이다. 용만 권기는 학계에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조선시대 부계중심 사회를 이루는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족보의 편찬자이면서, 동시에 읍지의 편찬자였기 때문이다. 족보는 문중의 결속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읍지는 군현내 사족의 결집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권기는 문중의 족보인 ..을사보(乙巳譜)..와 안동 읍지인 ..영가지(永嘉誌)..를 편찬함으로서 당시 안동 사회가 자신에게 요구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임진왜란은 조선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인명과 전답의 손실 등 심각한 사회 경제적 피해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경제적 혼란은 재지 사족층에게 향촌사회를 자신들 중심의 지배 질서로 복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하였다. 그 구체적인 움직임은 향사당·향안의 중수, 동계의 실시 등과 같은 향촌 지배 체제의 정비 뿐만 아니라 각종 개간 사업, 노비에 대한 지배권 강화 등을 통한 농업 기반의 복구 등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재지사족들은 친족간의 결속을 다지거나 거주지역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하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읍지와 족보 편찬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권기는 안동권씨 족보인 ..을사보.. 16권을 8년, 영가지 8권을 7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하였다. 도합 15년간의 노력을 쏟아 부은 것이다. 이러한 편찬 작업 결과 그는 두 눈의 시력을 잃어버렸다. 이는 그가 이들 작업에 쏟은 정열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책들의 편찬은 그 개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당시 양반 사족들이 적극적인 후원과 참여로 인해 가능했다. 또한 두책의 편찬에는 세 인물의 적극적인 지원과 도움이 있었다. 유성룡과 정구 그리고 권율이다. 이들이 이 사업을 지원한 이유는 문중 혹은 지역 연대를 통한 사족 중심의 사회 안정을 도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사족들의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향촌사회의 안정과 함께 양반 사족 중심의 사회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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