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기산업의 기술혁신패턴과 전개방향
통신의 기반구조는 망(network)의 구성이며 그 기본은 두 지점간을 연결하는 회선의 구성에서 출발한다. 이들 회선 상호간에 유기적으로 구성된 망에 대하여 연결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경제적 구성을 가능케 하는 것이 교환망이다. 즉 불특정 다수의 가입자가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가입자간에 통화로가 필요한데 이러한 통화로를 접속하는 장치가 교환기이다. 따라서 교환기는 정보통신산업에 있어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한국의 교환기 자체개발은 80년대 초 극심한 전화적체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정부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기술발전의 단계는 정부주도로 全電子교환기 TDX-1X, TDX-1, TDX-1A가 개발된 초기단계와 본격적으로 기업이 참여 공동개발이 추진되었던 1980년대 중반 이후의 TDX-1B, TDX-10 개발시기, 그리고 종합정보통신망에 필요한 차세대교환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는 90년대 이후로 나눌 수 있다. 특히 TDX-10을 기반으로 협대역 종합정보통신망에 필요한 TDX-10 ISDN, 인공지능망에 활용되는 TDX-10 SSP을 개발하였고, 이러한 기술적 축적을 바탕으로 ATM 교환기의 개발이 추진되었다. 한국의 디지털 교환기 기술은 기술후발국으로서 기술도입 → 기술내 재화 → 기술추격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한국의 디지털 교환기 개발은 1982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화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환기의 구매가 시급했다. 따라서 자체개발과 해외구매를 병행하였다. 해외구매는 핵심기술도입의 교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스웨덴 Ericsson과의 기술도입계약으로 한국의 디지털 교환기개발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후 기술내재화를 거쳐 1986년 TDX-1A, 1988년 TDX-1B, 1991년 TDX-10을 개발하게 된다. TDX-100 교환기는 TDX-10 단점을 개선하여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개발이 추진되었고, 기존의 공동연구개발에서 탈피하여 단일 회사기종을 선정하여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ATM 교환기는 G7프로젝트의 광대역 종합 정보통신망 연구개발인 HAN/ B-ISDN에서 교환부문으로 추진되었고, TDX-10 계열의 연구개발방식과 같은 정부출연연구기관, 통신사업자, 기업체 등의 공동연구개발체제를 통해 개발이 추진되었다. 한국 교환기산업의 기술혁신패턴 특징은 첫째, 막대한 연구개발자금과 시장성 때문에 민간부문의 소극적 참여 속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였다. 둘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라는 매개기관을 통한 기술개발과 양 산단계에서 개발된 기술의 기업이전이라는 패턴이 지속되어 왔다. 셋째, 한국통신이라는 수요자(user)에 의한 학습이 이뤄졌으며, 이것은 구매와 연계된 통신시장의 독점성과 관련이 깊었다. 넷째,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기반으로 산학연 공동추진체제를 통한 기술자산의 집약을 통해 기술적인 도약이 가능하였다. 음성통화위주의 교환기 부문에 있어서는 국내 기업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록 뒤지기는 하지만 상당히 근접해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교환기 제조업체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교환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케팅력, 품질, 상표인지도 등에서 선진 기업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에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선진 교환기 제조업체들은 교환기 시장을 수확회수 시장으로 규정하면서 최근 대대적인 가격인하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신규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세대교환기술인 ATM기술과 광교환기술은 국내의 HAN/B-ISDN 기술개발사업 등에 의해 진행되고 있지만 선진국과 상당한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 차세대 교환시스템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초고속/대용량 처리능력이 요구됨에 따라 ATM교환기술과 광교환기술이 필수적이고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밀도 실장기술 및 ASIC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향후 교환기 구조가 생산성, 신뢰성, 유지 보수성 등을 증진시킬 수 있는 계층적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조로 발전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기술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교환기 산업의 기술현황을 보면 ATM관련 기술은 상당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나 광기반기술이 부족하여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소프트웨어 기술 측면에서도 선진국과 상당한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어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교환기 시장은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대우통신, 한화 등 4개사가 각각 20∼30%에 이르는 시장점유율을 보여, 안정적으로 시장분할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그러나 한국통신의 TDX-100 입찰과정에서 대우통신이 유일하게 테스트에 통과하면서 안정적인 시장분할 구도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더욱이 대우통신을 제외한 기타 업체들이 대우통신에 후속조달 참여를 위한 기술이전을 요구하였으나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이 보류되면서 국내 교환기 업체들의 구조조정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그러나 최근 대우통신이 TDX-100 관련 기술을 다른 교환기 3사에도 이전키로 함으로써 국내 교환기업계 구조조정은 사실상 어렵게 되고 4사 정립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대우사태에 따른 대우통신의 해외매각 문제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되고 있다. 또한 국내 국설교환기 시장은 앞으로 한국통신의 조달시장이 미국뿐아니라 EU, 캐나다 등에도 개방됨에 따라 선진국 교환기업체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이 진입할 것으로 보여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과 Lucent 등에 의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분할상태에 있었던 국내 국설교환기 시장은 국내 4사와 더불어 많은 외국 기업들의 진입이 예상됨에 따라 개별 기업의 시장점유율 축소와 가격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1998년 EDCF자금 동결로 인하여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교환기 수출은 1998년 후반 자금지원이 재개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국내 교환기 업체들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요 수출지역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현지에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ATM 교환기 생산은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대우통신, 한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ATM기술 측면에서는 비교적 선진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결과 한화, LG정보통신, 대우통신이 데이콤의 ATM교환기 공급업자로 선정되는 등 한국통신, 데이콤, 하나로통신의 ATM교환기 시장에 국내 업체들의 시장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교환기산업 구조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술혁신의 향후 방향은 음성교환기 사업의 축소와 차세대교환기의 개발로 수렴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ATM 교환기 개발의 문제점도 상존한다. 한국통신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그리고 교환기 4사가 초고속 통신서비스 상용화와 데이터 통신 장비의 국산화 토양 마련을 위해 지난 93년부터 6년여 동안 총 3,000억 원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 ATM 주 교환기(HANBit ACE 64)가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뒤져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수요예측전망의 잘못과 과도한 성능위주의 개발에 따른 문제였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터넷과의 연동문제였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의 완료가 2005년으로 앞당겨지면서 이 사업의 핵심요소인 ATM교환기의 개선작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아직도 선진국의 기술수준과 격차를 보이고 있는 멀티미디어 통합교환기술과 광교환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이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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