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 산업에서 활용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에 관한 연구 : 특히 특수한 손해배상으로서 체선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저자
발행사항
서울 : 고려대학교 대학원, 2022
학위논문사항
발행연도
2022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서울
기타서명
A study on liquidated damages and penalty in the shipping and shipbuilding industry : particularly regarding the legal nature of demurrage as special compensation for damages
형태사항
xiv, 250 p.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김인현
참고문헌: p. 234-245
UCI식별코드
I804:11009-000000268581
DOI식별코드
소장기관
해운사와 조선사를 비롯한 여러 해상기업은 운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분쟁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기업이 마주하는 다양한 분쟁 사안은 결국 손해의 배상을 통하여 마무리된다. 이처럼 손해배상은 회사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므로 해상기업은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본 연구를 통하여 검토할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 손해배상액 예정과 함께 우리 법상 위약금 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위약벌 약정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실무에서는 개품운송계약에서의 컨테이너 박스 반환 지체료 약정, 선박건조계약상 계약금액 조정 조항, M&A 계약상 이행보증금 납부 및 몰취가 문제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손해배상액의 예정 내지 위약벌 약정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해운 및 조선산업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약정이 활용되고 있는 양상을 살펴보고 그와 관련한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검토하겠다.
한편 본 연구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관련하여 특히 체선료에 주목하였다. 체선이란 정박기간이 지나도록 선박이 출항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항만 설비의 확충이 선박 성능과 운항 기술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COVID-19 사태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처럼 체선이 빈번히 벌어지는 상황에서 운임 상승에 따라 체선료 분쟁의 규모가 커지면서 해상기업의 체선료에 관한 관심도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런데 체선과 관련한 법률관계는 체선료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에 따라 실질적으로 달라지므로 이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체선료의 성질이 손해배상이라면 체선료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므로, 체선료 관련 법률관계에 우리 법상 손해배상액 예정의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체선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법정 특별보수설과 손해배상설이 대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설과 판례는 법정 특별보수설을 취하고 있다. 특별보수설은 정박기간이 경과하기 전 선적·양륙작업을 완료해야 하는 항해용선자의 의무는 법적 의미의 채무가 아니므로, 용선자가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체선 상태가 빠졌다 하더라도 이는 채무불이행이 아니고 따라서 체선을 원인으로 지급되는 체선료는 손해배상이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기간 동안 선주는 선박 사용 이익을 상실하게 되며 선박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비용도 지출해야 하므로 법이 형평의 관점에서 특별히 인정한 것이 바로 체선료라고 설명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체선료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반면 손해배상설은 위와 같은 용선자의 의무가 법적 의미의 채무에 해당한다고 본다. 따라서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한 체선은 용선자의 채무불이행이고, 이를 이유로 지급되는 체선료는 손해배상이며, 이처럼 손해배상인 체선료를 미리 약정한 것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된다. 둘 중 어떤 견해를 따르느냐에 따라, 선주가 입은 실제 손해가 약정 체선료를 초과하는 경우 그러한 초과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지, 만약 실제 손해가 약정 체선료를 하회하는 경우에도 채무자는 체선료를 전액 지급해야 하는지, 체선료를 약정한 경우에도 체선이 아닌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되는지, 약정 체선료는 재량감액의 대상인지 등에 있어 실질적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체선료의 법적 성질 검토는 해상기업에게 대단히 중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법원이 체선료의 법적 성질은 손해배상이 아닌 법정 특별보수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체선료와 체선료 약정의 법적 성질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였고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었는데 특히 손해배상설 중에서도 ‘특수한’ 손해배상설을 주장한 복수의 유력 학자가 있었다.
한편 법정 특별보수설과 손해배상설의 차이는 정박기간이 경과하기 전 작업을 완료해야 하는 용선자의 의무가 법적 의미의 채무인지에 관한 입장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채무의 의미와 구성 요소를 살펴본 후 실무에서 체선료 약정 시 사용되는 문구의 내용, 체선료를 약정한 선주와 용선자의 의사 해석, 해운 업계 종사자의 인식 등을 종합함으로써, 위와 같은 항해용선자의 의무는 법적 의미의 채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체선은 그러한 의무를 위반한 채무불이행이고, 이를 원인으로 지급되는 체선료는 손해배상의 성질을 가진다. 이러한 체선료를 미리 약정한 것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 그에 따라 체선료와 관련한 법률관계에 우리 법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내용이 적용되고 우리 법과 영국법의 차이가 최소화하여 충돌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체선료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므로, 선주가 입은 실제 손해가 약정 체선료를 초과하더라도 약정한 체선료의 지급과 수령으로 충분하고, 실제 손해가 약정 체선료를 밑도는 경우에도 채무자는 약정한 체선료 전액을 지급해야 하며, 체선이 아닌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도 인정된다. 이처럼 체선료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손해배상설을 취함으로써 법률관계가 간명하게 정리된다.
다만 이처럼 체선료 약정이 우리 법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난점도 있다.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 채무자인 용선자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약정한 손해배상액의 청구권이 발생하는데, 항만 사정으로 체선이 발생한 경우 용선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선주의 체선료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계약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으며 해운 업계의 실무에도 반한다. 따라서 체선료는 그 성질상 손해배상에 해당하지만, 일반적인 손해배상과 다른 ‘특수한’ 손해배상에 해당한다. 즉, 다른 모든 요소들은 우리 법상 손해배상 및 손해배상액 예정과 동일하지만 용선자의 귀책사유를 체선료 청구 요건으로 요하지 않는 특수한 손해배상 내지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하여, 법적 검토를 통해 얻은 결론인 손해배상설을 유지하면서도 당사자의 의사 및 체선료와 관련한 업계의 현실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우리 법상 ‘특수한’ 손해배상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며 허용되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체선료는 일반적인 손해배상과 다른 ‘특수한’ 손해배상이라고 주장한 학설(西島 설)과 ‘특수한’ 손실보상이라고 본 일본의 학설(山戶 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우리 대법원이 판결을 통하여 ‘특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개념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 법상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하여 단 하나의 차이점만 가지는 ‘특수한’ 손해배상 개념이 도입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이 체선료 약정의 법적 성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임을 확인한 후 그 외에도 최근 해운사 및 조선사의 활동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액 예정이 활용된 사례를 정리하고 법률관계를 살펴보았다. ① 컨테이너선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개품운송계약에서 선사가 컨테이너 박스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데, 최근 컨테이너 박스의 회수가 지연되어 선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선사들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가지는 컨테이너 박스 반환 지체료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그와 관련한 법률관계를 검토하였다. ② 신조선박을 건조하려는 선사는 조선사와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는데 신조선 건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므로 이와 관련한 분쟁으로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성이 크다. 이에 선사와 조선사는 선박건조계약에 다양한 손해배상액의 예정 조항을 삽입하고 있다. 한편 건조자인 조선사가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 발주자인 선사가 계약을 해제하지 않을 시의 계약금액조정 및 계약을 해제할 경우의 약정에 따른 선수금 반환 역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 ③ 선사와 조선사 등 해상기업 역시 M&A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이때 매수인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유도하기 위하여 거액의 이행보증금을 수령하고 계약 위반 시 이를 몰취하기로 약정한다. 이러한 이행보증금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문제된다. 대법원은 대우조선해양 M&A 사건에서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의 구별에 관한 자세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계약서상 위약벌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판단하였다.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위약벌 약정을 인정하는 최근의 판례 경향에 동의한다. 하지만 M&A 거래와 같이 대등한 당사자들이 높은 수준의 법률 조력을 받아 신중하게 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달리 보았어야 한하므로, 계약서상 위약벌이라고 명확히 기재하였다면 그 문언 그대로 위약벌로 인정하였어야 한다고 본다.
이처럼 본 연구를 통하여 선사와 조선사를 비롯한 해상기업이 손해배상액의 예정 및 위약벌 제도를 활용한 실제 사례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법률관계상 문제점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특히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선박의 체선과 관련하여 체선료 및 체선료 약정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기존 통설·판례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여 통설·판례와 다른 결론을 내놓았다. 물론 대법원 판례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곧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온 사항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가 이어지고 그러한 고민이 향후 입법에도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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