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30년대 경향시의 전개과정 연구
저자
고봉준 (釜山外國語大學校)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1999
작성언어
Korean
KDC
810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137-170(34쪽)
제공처
문학의 역사는 재발견과 재해석의 역사이다. 이 말은 문학이 당대의
역사와 현실을 반영함은 물론 오늘의 문학과 역사적 상관관계를 지니
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특정한 시대의 문학은 영구불변의 고정적이고
객관적인 대상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과 연속 · 길항의 역동적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러한 입장에 기초하여 특정 시기의 문학을 고찰할 때,<문
학과 역사> <문학과 현실>의 관계는 연구의 커다란 두 축으로 작용
한다.
그러나 과거 문학의 연구에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오늘의 이
데올로기만으로 당시의 문학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
하면 카프의 문학을 연구함에 있어 식민지의 역사와 현실이라는 당대
적 의미망을 제거하고, 오늘의 입장에서 그 미학적 성과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럴 경우 우리가 과거의 문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성과는 극히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예술)의 정신이 근본적으로
<자유>를 지향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시대의 요구에 대한 부응과, 끊
임없이 그 시대의 제약으로부터 탈주하려는 경향을 동시에 지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자유의 의지 역시 시대적인 상관물이며, 따라서 시사
(詩史)의 체계는 개별 작가나 작품론뿐만 아니라 정신사·운동사적인
측면의 접근도 중요하다. 이상의 지척은 전적으로 문학작품의 내용에
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문학은 다양한 기능과 문학적 담론들을 내
포하고 있다. 이 기능과 담론은 그 시대의 요구와 지배적인 가치관에
따라서 그 서열과 체계가 바뀌게 마련이다. 장르의 문제 역시 마찬가
지이다. 이는 역사상 특정한 장르의 유행과 몰락이 그 사회의 발전과
정과 직·간접적으로 맞물려 있음을 통해서 명증하게 확인된다.
우리의 역사는 자생적인 근대화의 움직임을 그 내부에 가지고 있으
면서도 결국 일본 제국주의의 등장과 소멸 속에서 기형적으로 근대를
경험하였다. 특히 일제는 19세기 말부터 급속한 자본주의화의 길로 접
어들었으며, 그 경험을 패권주의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빠르게 제국주의
화 되었다. 일제의 한반도 강점은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나타
난 사건이다. 우리의 문학사를 살펴보면 일제의 파시즘적인 권력, 즉
외부의 힘에 의한 강압적 근대화의 경험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이상(李箱)을 필두로 한 모더니즘·다다이즘
적인 경향이며, 다른 하나는 1920-30년대에 전개되었던 경향문학이다.
전자를 근대의 파시즘적인 권력 하의 분열증(schizophrenie)적 현상이
라고 칭할 수 있다면, 후자의 경우는 편집증(paranoia)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규정이 적절한 것이라면 식민지 시대의 경향시
가 보여준 극단적인 정치투쟁적·아지프로적인 경향은 작가 개인의 차
원보다는 오히려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해명되어야 할 것이다.
본고는 1920-30년대를 전후하여 카프를 중심으로 활동한 일군의 현
실참여적인 시를 ‘경향시’라고 칭하고, 그 형성과 전개과정을 살펴보고
자 한다. 특히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경향시의 창작방법론의
변화와 시적주체(poetic subject)의 변모과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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