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의 근대성과 우생학-19세기말 20세기초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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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07년
작성언어
Korean
자료형태
한국연구재단(NRF)
본 연구는 영미, 중국, 일본, 한국에서 이루어진 선행연구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특히 재미 중국문학 연구자인 징추의 저서를 꼼꼼하게 재점검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될 것이며, 또한 한국문학 연구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생학적 사유와 유관한 성과에 대해서 보다 면밀한 검토를 진행할 것이다.
본 연구는 중국 문학/문화의 근대적 기획이 최초로 이루어지는 19세기말 20세기초로 제한한다. 본 연구는 중국 근현대문학에서 우생학적 사유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장기적 연구의 시작에 해당한다. 한편의 소논문 속에 중국 문학의 근대성과 우생학의 문제를 전면적, 포괄적으로 다루기에는 편폭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현재까지 이루어진 연구성과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기별로 나누어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장기 연구의 첫 번째 과제로써 19세기말 20세기초 중국의 근대성 형성과 우생학적 사유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주요 연구 대상은 사상가로서는 嚴復, 康有爲, 梁啓超를 주로 하고 易鼐, 唐才常을 포함한다. 嚴復의 {天然論}은 중국에 우생학적 사유를 처음으로 소개한 번역서이며, 康有爲의 {大同書}는 우생학적 사유를 대동 기획에 접목시킨 저서이다. 이들은 사상가라고 하지만 포괄적으로 '문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은 제도로서의 근대문학에 대한 탐문이 비로소 시작되어 '문학'이라는 게 자율적인 영역으로 자립하기 전에 활동하였으므로 문사철이 통합된 '文'에 종사한 '문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설계 혁명을 주도한 이론가로 유명한 梁啓超가 이른바 '신소설'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서 쓰고자 했던 {新中國未來記} 구상에는 우생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문학가로서는 번역의 대가였던 林緖와 {蘖海花}의 작가 曾樸 등을 주로 살펴볼 것이며 魯迅의 19세기말 20세기초에 대한 회고담을 참고할 계획이다. 특히 曾樸의 대표적 작품이자 4대 견책소설의 하나로 유명한 {蘖海花}는 구체적으로 문학작품에 반영된 우생학적 사유를 살펴보기에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蘖海花}의 주인공 傅彩雲의 신체는 19세말 20세기초 문인들이 제시했던 '중서 통혼'의 이상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구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① "바다 속에 가라앉는 '適者'와 {天演論}의 우생학:
劉鶚의 {老殘游記}의 제1회에는 주인공 老殘이 방향을 잃은 거선을 구하려다 도리어 바다에 빠져 침몰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 에피소드는 우생학을 지탱하는 원리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적자'의 멸종과 '부적자'의 생존을 은유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아래에서 {天演論}은 단순히 진화의 원리를 가르쳐준 책이라기보다는 우생학적 근대기획을 소개한 책으로 수용되었을 법하다.,
② '중서통혼'이라는 이상:
19세말 20세기초 중국의 문인들은 중국인 남성과 서양 여성 사이의 "교합"을 통하여 "유라시안 혼종"을 생산함으로써 중국 종족을 개량할 수 있다고 보았다. 曾樸의 {蘖海花}의 주인공 傅彩雲은 유럽남성들과 자유로운 연애를 한다. 傅彩雲은 서양과의 결합을 통하여 문명 향상의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중국인 남성 주체의 대리인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③ '신체'의 새로운 구축:
중국 근대초기의 문인들은 조혼의 풍속을 만혼으로 바꾸고, 일상생활 습관을 서양인처럼 개조하여 서양인의 피부색깔과 체격을 갖게 되기를 희망했다. 요컨대 그들은 전통 중국인의 '신체'를 개조하여 서양인과 흡사한 새로운 '신체'를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蘖海花}에는 양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傅彩雲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를 바라보는 남편 金雯靑의 시선에는 신체의 새로운 구축에 대해 불안해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욕망하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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