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독립성에 관한 연구 = A Study on Independence of the Central Bank
저자
김승학 (안동대학교 경제학과)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2000
작성언어
Korean
KDC
325.000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61-85(25쪽)
제공처
소장기관
중앙은행은 한 나라의 발권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여 통화량을 조절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 보장을 위해 일반은행에 대한 각종 규제 및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 거의 모든 나라들은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으며 중앙은행과 관련된 논의는 항상 화폐금융론의 중요한 주제였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려니와 전세계적으로 중앙은행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우선 대외적인 요인부터 보면, 옛 소련과 동구가 붕괴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시장메카니즘이 전면에 부상하게 되었고, 아시아에서도 중국, 베트남 등이 시장경제를 지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급변하는 경제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회주의 통제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려는 구 소련 및 동구나 중국 등 모두 금융개혁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이미 시장기구를 정착시킨 서구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거래의 이면에 돈의 흐름이 수반되므로 돈 흐름의 통로를 제공하는 금융제도의 개혁을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범세계적으로 금융혁신이 진행되고 금융시장이 통합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금융개혁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을 상기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 금융제도 개혁의 일차적 책임을 중앙은행이라는 제도에 맡기려 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구 공산권은 통제적 계획적 계획경제체제로부터 이탈하면서 금융제도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은행제도의 정비와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EU제국도 통합 후 통화가치안정을 실현할 강력한 중앙은행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처럼 서구사회와 사회주의권 국가 모두에서 중앙은행은 금융개혁 논의의 핵심을 차지한다 하겠다. 대내적으로 외연적 성장을 청산하고 내연적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관치금융 시대의 폐습을 일소하고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중앙은행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 논의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계속 논의 중에 있는 실정이다. 그 과정에서 중앙은행 제도에 관한 경제학자 및 일반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단순히 법제적 독립성이나 인사상의 독립성만으로는 규정지워질 수 없는 많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즉 은행들의 경영상태, 기업의 자금조달행태, 정부의 재정적자상태 등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따라서 경제환경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 없이 중앙은행의 독립성만을 부르짖는 것은 자칫 독립성 그 자체만이 문제해결의 관건이라는 식으로 우리의 인식을 호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이 건실하지 못한 경우 은행들은 중앙은행으로부터의 수혈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에 따라 화폐증발의 필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또한 부실기업도 중앙은행의 팽창적 정책을 선호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건실한 경제적 토대 없이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실이 중앙은행 독립성의 당위를 희석시키지는 못한다. 중앙은행 독립이 건실한 경제운용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구조의 개혁과 더불어 보장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은행과 기업의 건실한 경영을 유도하여 안정적 토대 위의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는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적응될 수 있는 특정의 기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독립성의 정도는 우선 각국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거 인플레이션의 역사, 정부의 재정적자상태, 은행제도의 상태, 산업의 상태 등을 염두에 두고 동학적 입장에서 금융제도에 최대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성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경제 구조적으로 엄격한 독립성의 보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맹목적으로 독립성만을 추구할 경우 경제는 파행적 운행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중앙은행 독립성이 특정총재나 소수의 인사에 의해 영향 받지 않고 중앙은행의 체계적인 통화관리 체제 내에 굳건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정 총재나 정치권력의 철학에 의해 어느 시기에는 독립적이었다가 총재가 바뀌면서 독립성이 상실된다면 그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제도로서 정착되었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이런 문제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은행가나 정치가들의 공식, 비공식적인 교섭상황, 협상제도 등에 대한 세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는 그 자체로서보다는 전반적인 경제구조 개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파악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중앙은행의 절대적 권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보다는 화폐정책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면서 다른 정부부처와 정책상 협조를 통해 파악될 필요성이 있다 하겠다. 특히 우리 나라와 같이 실물과 금융부문이 심각히 왜곡되어 잇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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