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I등재
La relation mère-fille dans les écrits autobiographiques de Gabrielle Roy et Pak Wanso
저자
발행기관
프랑스문화예술학회(Association d'Etudes de la Culture francaise et des Arts en France)
학술지명
프랑스문화예술연구(Etudes de la Culture Francaise et des Arts en France)
권호사항
발행연도
2010
작성언어
French
주제어
등재정보
KCI등재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353-377(25쪽)
DOI식별코드
제공처
20세기 퀘벡의 대표적인 여류작가 가브리엘 루아는 휴머니즘과 리얼리즘의 색채를 띤 작품세계로 주목받았다. 1980년대 페미니즘 이론이 활발한 시기의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본다면 작가의 작품은 새롭게 조명될 수 있다. 특히 자전적 작품 속에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낸시 초도우, 도로시 디너스타인, 뤼스 이리가레이 등의 페미니스트 이론과 여성작가 특유의 글쓰기를 상기시킨다. 본고에서는, 1955년 출간된 『데샹보 거리』, 1966년 출간된 『알타몽의 여정』, 1984년 출간된 『에블린, 무엇 때문에 권태롭나요?』 라는 가브리엘 루아의 자전적 소설을 중심으로 모녀관계의 양상을 살펴보았으며 가브리엘 루아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한 점을 드러내는 한국의 여성작가 박완서의 자전적 작품, 『엄마의 말뚝』 연작에 나타난 모녀관계를 비교, 고찰하였다.
페미니즘 이론에서 본다면 특히 前-오디푸스 단계에서 형성된 독특한 모녀간의 유대관계 가 여성의 정체성의 원천을 이룬다. 실로 가브리엘루아와 박완서의 자전적 작품에 드러나는 모녀관계는 아버지가 부재한 모 중심의 서사 구조를 이루며 어머니, 딸 사이의 원초적인 유대감과 친밀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은 갈등과 반목을 거치며 형성된다. 우선 사회적으로 주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딸의 입장에서 보면 전통적 사고에 갇힌 어머니는 무기력한 존재, 더 나아가 걸림돌이 되는 존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루아 작품의 주인공인 딸도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와는 반대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어머니와의 단절을 감행한다. 그러나 작가가 된 딸은 글쓰기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죄의식을 벗고자 내밀한 말걸기를 통해 어머니와의 끈끈한 유대감을 되찾고 새롭게 소통한다. 딸은 어머니와 대화하면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재현하고 어머니의 삶을 복원시킨다. 딸은 어머니의 삶을 단순히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목소리를 통해 어머니의 삶과 정체성을 복원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도 회복한다.
박완서의 작품을 보면, 딸은, 지식과 자유에 대한 피맺힌 원한과 갈망을 딸을 통해 실현하고자 딸로 하여금 ‘신여성 되기’를 강요하는 어머니에 대해 반항하며 갈등한다. 그러나 작가가 된 딸은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하며 갈등과 반목의 서사를 결속과 유대로 바꾼다. 가령 『엄마의 말뚝1』에선 소녀 화자의 엄마에 대한 거부와 단절이 주로 표현되었다면, 『엄마의 말뚝2』에선 화자가 엄마의 희망을 이해하고 엄마의 한을 공유하게 된 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하여, 엄마의 일방적 말걸기가 쌍방 간의 말걸기로 바뀌어 엄마와 딸의 원초적 유대와 공생을 유도함으로써, 딸을 통한 어머니의 삶, 요컨대 딸의 서사가 아닌 어머니와 딸의 서사가 실현된다. 『엄마의 말뚝3』에선 더욱 구체화되어, 특히 모녀관계가 비석을 세우는 일에서 화해와 이해의 정점에 도달한다. 비석을 세움으로써 딸은 당신의 삶 속에서 잃어버린 엄마의 이름을 찾아준다. 이는 엄마와 딸 사이에 존재했던 타자성이 비로소 극복되며 엄마의 정신과 숨결, 정체성이 딸의 글쓰기 과정에서 확보됨을 의미한다.
결국 두 작가의 자전적 작품은 어머니와 딸 사이의 거리를 극복하고 前-오이디푸스 관계의 원초적인 친밀감, 유대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 회복을 추구하는, 이른바 모녀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여성의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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