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윤리학(Ethica)이 실과교육학에 주는 함의 : - = Implications of Spinoza’s Ethica for Practical Arts Education
저자
발행사항
청주 :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2026
학위논문사항
학위논문(박사) --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 실과교육학과초등실과교육전공 초등실과교육 , 2026. 2
발행연도
2026
작성언어
한국어
주제어
발행국(도시)
충청북도
형태사항
viii, 168 ; 26 cm
일반주기명
지도교수: 최지연
UCI식별코드
I804:43012-000000043983
소장기관
이 연구의 목적은 스피노자의 윤리학(Ethica)을 토대로 실과교육학을 재조명함으로써, 실과교육이 학습자의 심성 함양과 바람직한 삶의 실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해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초등 실과교육학 관련 연구와 국가 수준 교육과정 문헌, 스피노자의 저작 및 국내외 스피노자 관련 연구와 교육학 이론에 관한 선행연구를 대상으로 문헌 분석을 수행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실과교육학에서 제시되어 온 교육 목표, 교육 내용, 교육 방법에 관한 논의를 체계적으로 검토하였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 실과교육은 생활과 교과, 이론과 실제, 교과와 흥미 사이의 질문에 놓여 있으며, 이는 교과로서 실과의 성격을 정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이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이를 각각 실과교육학에서 말하는 아동상, 지식의 성격, 수업과 실천의 문제로 연결하여 스피노자의 일원론적 세계관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였다.
이에 스피노자 윤리학이 실과교육학에 주는 함의를 도출하기 위한 이 연구의 연구 문제는 첫째, 실과교육학이 지향하는 아동상, 즉 교육받은 인간으로서의 학습자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 둘째, 실과교육에서 다루는 지식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셋째, 실과수업에서 학습자의 자연적 본성은 어떻게 바람직한 삶의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연구 문제에 대한 탐색은 기존 실과교육학 담론을 철학적으로 해석해보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과교육학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충분히 이론화되지 못했던 아동상, 지식관, 수업의 성격을 스피노자 윤리학이라는 일관된 철학적 틀 안에서 재구성함으로써, 실과교육을 기능 중심 교과나 생활기술 교과로 환원하는 기존 이해를 넘어설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신(자연)과 세계를 하나의 실체의 필연적 전개로 파악하는 일원론에서 출발한다. 개별 사물은 실체가 일정한 방식으로 드러난 양태이며, 인간 역시 자연 밖의 예외가 아니라 자연의 인과적 질서 안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이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은 자기 존재를 보존하고 증대하려는 노력, 곧 코나투스로 규정되며, 우리가 ‘욕망’이라 부르는 것은 이 코나투스가 구체적인 대상과 관계 속에서 표현되는 양상이다. 스피노자는 정신과 신체를 분리된 두 실체로 보지 않고 유일한 실체가 서로 다른 속성 아래에서 표현된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정신과 신체는 동일한 질서를 따른다고 말한다. 인간의 인식은 상상에서 이성, 더 나아가 직관으로 심화되는 경로를 통해 자연의 필연적 질서를 점차 적합하게 파악해 나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정서(affectus)는 외부와의 만남 속에서 인간의 코나투스가 증대하거나 감소하는 이행을 가리키며, 그 이행에 대한 관념을 포함한다. 이에 자유란 외부 원인에 끌려다니는 예속 상태를 벗어나 적합한 관념에 의해 자기 본성의 필연성으로 살아가는 상태, 곧 능동성을 확장해가는 삶의 형식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틀에서 교육은 지식을 통해 인간이 더 적합한 인식으로 나아가게 하고 능동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실과교육이 지향하는 아동상은 코나투스를 지닌 존재이자 동시에 우주적 조망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동은 단순히 흥미의 주체가 아니라 코나투스를 지닌 존재로 자기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동의 코나투스 속에는 교과를 통해 구현하고자 종착점으로서 마음이 내재해 있으며, 이는 교육내용으로서의 교과 지식을 통해 비로소 명료하게 일깨워진다. 실과교육을 교육받은 아동의 모습은 생활 기술을 습득한 유능한 생활인이나 실천적 문제해결자를 넘어, 자신의 코나투스를 일깨워 욕망을 우주적 질서 속에 자리하게 하고, 신체와 정서, 그리고 이성이 조율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능동적 존재로 이해된다.
둘째, 실과 지식은 생활로 비치는 사태 이면의 필연적 질서를 드러내는 ‘교과 지식’이며, 사실과 당위가 결합된 두 겹의 지식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인공세계를 자연과 분리된 우연적 영역이 아니라 동일한 실체의 표현으로 이해함으로써, 생활사태에 관한 사실과 당위가 분리되지 않는 앎의 구조를 갖는다. 실과 지식은 감각적 경험(상상지)과 더불어 인공세계를 필연적 질서 속에 파악하는 ‘적합한 인식(이성지)’을 지향한다. 인공세계를 부적합한 관념이 아니라 적합한 인식 속에서 자연의 질서로 파악할 때, 실과의 지식은 사태에 대한 ‘사실’을 아는 것이 곧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가’라는 ‘당위’를 깨닫는 일이 되는 일원론적 구조를 갖는다. 즉, 실과 지식은 객관적 지식인 동시에 바람직한 삶의 기준이 되는 두 겹의 지식임을 확인하였다.
셋째, 스피노자의 정서론과 심신평행론에 따르면 실과의 노작활동은 학습자의 코나투스가 깨어나는 심성 교육의 장으로 이해된다. 실과 수업은 노작이라는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학습자의 코나투스를 고취하며, 적합한 관념으로서 교과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와의 교섭을 통해 능동으로서 삶의 실천을 도모하는 심성 교육의 장(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작은 아동의 코나투스를 내버려두지 않고 우주적 질서를 몸소 경험하게 하며, 자신의 존재론적 힘을 확인시킨다는 점에서 코나투스를 일깨우기에 적합한 교육 방법을 제공한다.
이때 노작을 포함한 모든 실과 수업이 단순한 기술 습득이나 생활 경험에 머물지 않고 교과 교육으로서 성립할 수 있는 것은, 인공세계를 ‘적합한 관념(이성지)’으로 파악하고 있는 교사의 실천적 개입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생활사태 이면에 숨겨진 필연적 인과 구조를 실과의 교과 지식이라는 적합한 관념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학습자가 능동의 삶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조력한다. 결국 실과 수업은 교과 지식을 통해 학습자의 욕망을 우주적 질서 속에서 자리하도록 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교육적 실천은 자신의 코나투스를 실현해 나가는 교사의 모범을 통해 그 의미가 온전하게 전달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새롭게 확인된 점은 실과교육의 핵심 개념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노자의 일원론적 세계관과 윤리학적 인간 이해 안에서 상호 연관된 구조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즉, 실과교육이 지향하는 아동상과 실과 지식의 성격, 실과 수업의 교육적 의미는 각각 분리된 요소가 아니라, 학습자의 코나투스가 인식의 심화를 거쳐 바람직한 삶의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하나의 순환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순환의 과정은 활동 역량의 증대를 의미하는 ‘능동적 기쁨’을 동반하며, 이는 실과교육이 추구하는 심성 함양이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존재의 긍정과 환희에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실과교육은 일상의 단편을 다루는 교과를 넘어, 생활사태 이면의 우주적 질서를 조망하게 하는 교과임을 알 수 있다. 실과의 교육 내용은 학습자의 욕망을 외부의 요구에 의한 규범이 아니라, 스스로 더 좋은 삶의 형태를 욕망하도록 이끄는 적합한 관념의 질서로 작동하며, 학습자의 실천은 내적 필연성의 인식으로부터 자발적인 기쁨으로 소산된다. 그러한 이상적 삶은 그 삶을 살아가는 실천에 의해 정립될 수 있으며, 이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교사의 시범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실과교육학의 제 담론을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비추어 재구성함으로써 실과교육이 사실과 당위, 감각과 이성, 삶의 현실과 삶의 기준을 통합하는 교과교육으로 이론화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는 실과교육의 정체성과 교육적 가치를 철학적으로 정초하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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