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사회과 교과서의 발해사 관련 내용 분석 : '동북공정' 이후를 중심으로
역사 교과서는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학생들에게 쉽게 알릴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특히, 학교 수업에서 역사를 처음 접하게 되는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는 아동의 초기 역사 인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동북공정' 논란 이전의 초등 사회 교과서에서 발해의 역사는 사료의 부족, 여러 나라에 걸쳐있는 영토 문제 등 여러 가지 한계점으로 인해 고조선이나 고구려 등 다른 나라들보다 소홀하게 다루어져 왔다. 따라서 동시대인 통일 신라보다 학생들의 관심 또한, 매우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본 연구는 2003년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언론에 밝혀진 이후인 7차 교육과정부터 현행 교육과정까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발해 역사 부분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7차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발해 역사 부분을 본 연구자가 선정한 6가지 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첫 번째, 단원명에 ‘남북국 시대’라는 용어가 쓰여 있으며 발해 관련 단원이 독립적으로 편성되어 있는지, 두 번째,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세 번째, 다민족․다문화 국가인 발해를 동아시아적 맥락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고구려와의 계승성만을 강조하였는지, 네 번째, 발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이 골고루 서술되어 있는지, 다섯 번째, 발해의 멸망과 발해 유민들의 동향이 서술되어 있는지, 여섯 번째, 발해 학습 보조 자료 등을 교육과정별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초등사회과 교과서의 발해사 관련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직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남북국 시대’라는 용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점차 통일 신라와 서술 비중은 균등해지고 있으나 용어면에서는 예전과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둘째,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알려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이를 의식한 듯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근거들을 비교하고 탐구하는 사료와 활동의 양이 많아졌다.
셋째, 고구려의 계승성만을 강조하는 북한 교과서보다는 객관적이지만, 고구려와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배우다 보니 발해만의 다민족·다문화·독자성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졌다.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입장에서만 발해를 바라보느라 발해 지배층의 고구려계 문화만 접하게 하는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이 되어버렸다.
넷째, 2007 개정부터 발해의 경제·사회 영역이 다시 서술되면서 2009 개정에서 영역별 가장 균등한 분포를 보였다. 특히, 이전에는 상세하게 다루지 않았던 발해의 기후, 농경 생활의 증거, 의·식·주 생활,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나라와의 교류, 천문령 전투, 산둥반도 공격 내용, 정효 공주 묘를 통한 독자적인 문화까지 다룸으로써 교육과정 이래 ‘남북국 시대’ 흐름에 가장 적합한 교과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2015 개정에서 역사 영역의 축소로 경제·사회 분야 서술이 삭제되고 다시 7차 수준의 분량과 서술로 돌아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다섯째, 발해의 멸망에 대해서는 내재적·외재적 요인에 대한 설명 없이 거란에 의해서 멸망했다고만 나와 있다. 발해 유민들의 발해 부흥 운동에 관한 서술이 없어 모두 고려에 흡수되었다는 느낌의 서술이 아쉽다.
여섯째, 발해 학습 자료 검토 결과 주목할 점은 위에서도 말했듯 2003년 '동북공정' 논란 이후 이를 의식한 듯 고구려-발해의 계승성을 보여주는 사료의 양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고구려 계승 사료뿐만 아니라 발해의 독자적인 문화와 활발한 국가 간 교류를 보여주는 중앙아시아 은화, 일본에 보낸 문서, 구름 모양 자배기, 이불병좌상, 정효 공주묘, 상경성터 등 다양하고 대표적인 문화재를 보여주어 진정한 해동성국의 발전상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처럼 초등학교 교과서의 발해사 서술은 '동북공정' 논란 이후 조금씩 더 발전해왔다. 예전처럼 너무 빈약하고 소홀하게 다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위에서 지적했듯이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역사 교육을 축소하면서 발해사 내용이 고구려 계승과 관련된 정치 부분에만 집중된 점도 아쉽다. 다시 7차 시기의 서술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해사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므로 최신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여 초등학생들의 역사 교육에 더욱 도움이 되고, ‘동북공정’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교과서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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