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실학, 시민인문학 발원지로서 수원
인문도시로서의 수원의 현재적 위상은 불확실하다. 무엇보다도 수원시민들이 수원을 인문도시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수원시가 수원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해 본 적이 있다. ‘수원 삼성’, ‘수원 갈비’, ‘수원 화성’의 순으로 조사의 결과가 나왔다. 이것이 수원의 현주소라면, 과연 수원을 인문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가?
화성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지만, 수원시민들은 그것에 담겨있는 인문정신과 인문학적 가치를 잘 모른다. 현재 수원시 인구는 거의 120만 명에 육박한다. 그 가운데 외국인은 3 만 명이 넘는다. 실제 수원 토박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수원에 거주하는 외국인 숫자 정도 밖에 안 된다. 구술사 연구로 누가 수원사람인가를 조사해 보니, 각자마다 정의하는 바가 달랐다. 언제 어떻게 수원에 살게 되었는지에 따라 수원에 대한 정체성의식은 다르다. 정체성이란 고정 불변이 아니라 시간 속에 변하고 만들어진다. 특히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이 가장 빠른 경기도의 중심에 위치한 수원의 시민 정체성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문도시 수원을 위한 시민인문학은 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기획되었다. 수원이 가진 인문학적 최고의 자산은 18세기 말에 건축된 화성이다. 근대로 이행하는 길목에 위치한 18세기는 오랫동안 문명사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중국이 서구에게 역전을 당하는 ‘거대한 분기(the great divergence)’가 일어난 시기다. 영․정조 시대로 일컬어지는 조선의 18세기도 근대로의 내재적 발전이 일어날 수 있었던 기회의 시간이었다. 이 같은 조선왕조 개혁의 정점에 위치한 것이 화성이다.
화성의 설계자는 실학의 대표자인 다산 정약용이다. 화성은 정조의 꿈과 다산의 이상이 구현된 장소다. 정조는 11세 때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8 일만에 죽는 것을 목격했다. 왜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그토록 처참하게 죽였을까?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붕당정치를 철폐하고 탕평책을 펼치려는 그의 정치적 비전의 총화로 조성된 것이 화성이고 수원이라는 계획도시다. 그는 세자에게 왕권을 양위하고 자신은 상왕이 되어 화성으로 내려가겠다는 ‘갑자년 구상’이라고 불리는 그의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지만 갑작스런 죽음으로 수포로 돌아간다. 그의 정치 개혁의 실패의 결과는 조선 왕조의 날개 없는 추락이었다.
도학(道學) 군주를 자처했던 정조는 송시열 이후 화석화된 주자학의 재성리학화를 통해 조선 왕조의 르네상스를 꿈꿨던 왕이다. 그의 꿈의 설계자가 정약용이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공부의 목표로 삼는 성리학은 그 자체가 인문학이다. 실학이란 과연 실체가 있는가 없는가의 논쟁은 있지만, 18세기 조선에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을 되살려서 성리학의 근대적 변형을 시도했던 지식인들이 있었다. 특히 성리학의 수기치인을 경학과 경세학의 종합으로 계승 발전시켰던 다산은 오늘날 도덕과 정치, 학문과 삶의 분리로 나아갔던 근대를 넘어서는 성찰적 근대 지식인의 원형으로 재조명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천문(天文)에 상대적인 말인 인문(人文)이란 사람의 결을 만드는 학문이다. 오늘날 사회문제 되고 있는 학교폭력은 사람의 결을 만드는 인성교육의 부재로부터 비롯했다. 따라서 교육의 목표를 지식에서 인성으로 인문학적인 방향전환을 할 때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18세기 정조의 꿈과 다산의 이상은 비록 현실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후손들에게 수원 화성을 남겼다. 수원 화성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가치와 인문정신은 당대에서는 실현되지 못한 ‘지나간 미래’다. 그들의 꿈과 이상을 오늘에 되살려서 오늘날 우리들의 피폐한 마음을 치유하고 수원 시민교육을 위한 인문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 ‘21세기 실학으로서 시민인문학’의 목표이며, 이 같은 시민인문학의 실행을 통해 수원의 인문자산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재창조하는 ‘수원학’을 정립하는 것이 본 사업의 추진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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