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의 상징론적 해석 = A Symbolic Study of 「메밀꽃 필 무렵」
저자
송준호 (우석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1996
작성언어
Korean
KDC
104.000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243-257(15쪽)
제공처
소장기관
지금까지 이 글에서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타나 있는 원형 상징성을 띠는 몇가지 모티프를 공간의 상징성, 구조의 상징성, 배경이나 사물이 상징성을 띠는 경우, 인물의 행동이 상징성을 띠는 경우 등을 고려하는 가운데 분석해 보았다.
「메밀꽃 필 무렵」의 중심 공간은 봉평이다. 그곳에는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관계를 맺었던 물방앗간이 있다. 그 관계 맺음이 허생원뿐만 아니라 처녀와 동이의 삶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봉평은 서사구조상 중심축에 놓이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허생원은 봉평을 중심으로 다른 장을 떠돌아다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의식의 중심은 언제나 봉평을 향하고 있다. 장과 장을 잇는 길은 허생원의 삶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 모티프이다. 길을 걸으면서 허생원은 죽음과 재생을 반복한다. 또한 작품의 서사구조상 봉평장을 파한 뒤 대화장으로 향하는 산길은 그 같은 죽음과 재생의 연속선상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한다.
달빛과 메밀꽃의 상징성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모티프이다. 허생원이 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달빛은 여성의 상징이며 처녀의 모습이기도 하다. 봉평에서 처녀와 처음 만나던 날 보았던 메밀꽃의 백색 이미지 역시 허생원을 시간에서 초월시키는 구실을 한다. 달빛과 메밀꽃의 순수한 백색 이미지는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자연 상징물이기도 하다. 또한 작품의 말미에 설정되어 있는 개울 역시 중요한 원형 상징물이다. 물은 죽음과 재생을 상징한다. 물에 빠짐으로써 허생원은 그리던 처녀와 함께 살 수 있는 삶의 이데아에 이르기 위한 마지막 세례 의식을 행한다. 그리고 친자 확인이 끝난 동이에게 업힘으로써 그 행위 자체가 하나의 상징성을 띠게 된다.
상징성이 소설 속에 드러나는 방식은 소설의 양식상의 특성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소설은 창작목적이나 반영된 세계의 특성 등에 따라 다각도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서사양식의 근대적 형태인 소설은 일반적으로 현실의 반영을 통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그 전망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왔다. 이는 근대 리얼리즘 소설의 발달사에 나타난 양식상의 주된 특징으로 지적되기도 한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소설은 한시대의 사회상을 영구히 보존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성을 찾아내는데에 있다는 견해가 엄존하고 있기도 하다. 소설의 상징성 연구는 그런 점에서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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