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와 오리엔탈리즘
저자
元智姸 (여수대학교 국제학부)
발행기관
학술지명
권호사항
발행연도
2002
작성언어
Korean
KDC
331.5
자료형태
학술저널
수록면
47-72(26쪽)
제공처
소장기관
근대 이후 일본은 식민지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을 생산함과 동시에 자기 인식에 있어서도 스스로를 대상화하여 왔다. 서양의 눈을 통해서본 자신과 뒤떨어진 동양의 타국들 사이의 차별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투가 그들의 인식을 더욱 기괴한 왜곡을 낳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니토베 이나조(1862∼1933)는 메이지유신 이전에 출생한 일본인으로는 드물게 다수의 영어권에서 출판된 저작을 통해 일본문화의 소개자로 많은 독자를 서양에 보유하였다. 초창기 국제연맹 사무국 차장을 역임하였으며 유네스코의 전신인 '知的交流協議會'를 주도하였기에 일본의 국내에서는 서구적 교양의 대표자이자 자유주의자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본의 침략적 아시아 정책에 대한 옹호적 자세로 인해 니토베의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아직 국가에 의한 교육정책이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도쿠가와 시대의 전통적 모습을 떨어버리고 서구학문의 조속한 수용을 최선의 목표로 삼던시기, 니토베가 받은 학교교육은 모든 수업이 외국어로 이루어졌고 일본의 문화나 역사와 관련된 수업은 최소한으로 제한되었다. 때문에 이들은 비교적 자유스러운 영어구사능력을 보유하면서도 일본의 전통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였다. 유학을 위해 건너간 미국에서 목격한 근대는 전세계가 도달해야할 보편적 목표로 각인되었다. 영어로 출판된 니토베의 저작들은 서양에 있는 철학, 사상등이 일본에도 존재함을 설명하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이미 서양인에게 형성되어 있는 '동양' 이미지의 역수출의 결과를 가져왔다.
국제사회는 철저한 위계서열의 세계였다. 문명화의 정도로 국제사회의 위계서열을 파악하는 니토베에게 일본은 '유사이전의 생활'을 하는 아시아를 지도할 사명을 가지고 있으며 식민지 정책은 유럽의 근대계몽군주의 사업에 비견되었다. 이러한 논리는 일본의 국내에도 적용되었다. 데모크라시가 세계의 대세이며 역사적 필연이지만 그 전제는 민중의 수준 높은 사상과 품성이었고 당시 일본 민중의 지적 윤리적 수준으로 데모크라시란 시기상조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니토베는 일본의 민중에 대한 정부의 우위와 계몽의 정당성을 진보성에서 찾았다. 국가와 정부는 '진보의 길'을 추진하는 주체이고 민중은 그 지시를 성실하게 따라야 하는 객체였다. 민중이란 철저하게 愚民 '사회의 열등자' '스스로의 힘이 없는 자', '하층사회에서 교육도 견식도 없는 자', '하층사회의 분별없는 계급'이었으며 민중이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매우 염려스러운 일이었다. 때문에 니토베는 초기 타이완과 조선에 대한 총독부의 식민정책에 관여한 이래 일본의 국내에서는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교양을 지닌 엘리트의 양성과 도덕적 품성을 갖춘 서민의 교육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 주력하였다.
도쿠가와 막부의 권위가 무너지고 대체된 전혀 새로운 가치체계인 '서양' 문화를 몸에 붙인 최초의 세대인 니토베에게 국제사회는 이미 완성된 세계였다. 그에게는 일본이 국제사회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 필생의 목표였으며 그 방법을 일본의 엘리트와 하층사회, 그리고 식민지에 알리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하여도 '국제사회'는 룰을 바꾸어 입장을 제한하였다. 니토베를 결정적으로 좌절·파탄시킨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격이 인정된 일본을 다시 황인종으로 구분하여 국제사회에서 배제한 '배일이민법'이었다. 학습을 통한 일본의 국제화라는 니토베의 평생의 과제가 근저에서 흔들리는 것이며 이 점에서 그의 좌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좌절은 현실의 권력관계를 부정하고 문명의 문제로만 접근한 그의 출발점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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