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해제의 귀책사유에 관한 국제적 동향과 우리 민법에서의 논의 = Voraussetzungen der Wandlung und Verschul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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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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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법정해제의 요건론을 둘러싼 국제적 입법 동향을 소개함으로써, 향후 국내에서의 입법논의와 해석론의 전개에 약간의 단서를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작성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해제의 요건과 관련하여 지배적인 학설은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요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요구하여
왔다. 즉, 계약해제를 손해배상과 수평선상에 있는 채무불이행의 효과로서 파악해 온 것이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 계약해제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을 구분하여, 전자에 대해서는 채무자의 유책성을 반드시 그 요건으로 삼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혼선은 현행 민법이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손해배상의 요건에 관하여는 통일적인 일반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제390조), 해제의 요건에 관하여는 이행지체와 일행불능을 각각 이질적인 개별규정(제544조, 제546조)에 의해 규율함으로써, 규범체계적 부조화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해제에 본질과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이해도 해석론의 변화를 주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흐름은 우리 민법의 고유한 법 발전의 귀결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는 UN 동산매매법(CISG)의 통일화 경향과 그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후 사법통일국제협회(UNIDROIT) 상사계약원칙, 유럽계약법원칙, 독일 개정채권법 등에서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해제의 요건에서 제거함으로써, 국내의 이론전개(귀책사유불요설)에도 탄력을 더해 주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이 해제 제도의 본지와 기능에 부합할 뿐 아니라 변화된 국제적 준칙에 부응함으로써 사법거래의 통일성과 유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한다. 다만, 국제계약규범상의 해제관과
해제요건에 터 잡은 해석론이 우리나라의 해제법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현행 급부장애법과의 관계에서 체계상의 부정합성이 우려되므로 신중한 논의와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즉, 해제의 요건에서 채무자의 유책성을 배제할 경우, 원시적 불능(제535조)의 개념은 더 이상 유지될 실익이 없어지고 채무자에게 귀책사유 없는 후발적 불능, 이행지체, 불완전 이행뿐만 아니라 담보책임의 효과로서 해제권의 행사 영역이 크게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사자 쌍방의 귀책사유 없는 후발적 불능의 경우에 우리민법은 채무자 위험부담주의를 취하므로(제537조) 해제권을 인정하여도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어 그다지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해제의 효과인 원상회복과 위험부담의 효과인 부당이득의 관계가 새롭게 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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