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시의 ‘꽃’ 연구 - ‘숭고’ 이론을 중심으로 = A Study on ‘Flowers’ in Yu Chi-hwan’s Poetry - Focusing on the Theory of the Sublime

국문 초록 (Abstract)

본고는 유치환 시집의 ‘꽃’ 시편들을 숭고 이론을 원용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유치환 시에서 ‘꽃’은 시적 주체의 자아를 고양하고 교란하는 ‘여성’ 혹은 어떤 ‘대상’을 암시한다. 시적 주체는 꽃과의 ‘계기적 충돌’이라는 사건을 경험하게 되고, 순식간에 꽃을 향한 감정에 미혹(迷惑)된다. 이는 ‘사랑’이라는 가장 뜨겁고 격정적인 외부의 힘이 시적 주체의 내면을 뒤흔들고 어지럽게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요(動搖)는 ‘지금, 여기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는 것’으로 존재하는 숭고의 의식이다.
또한, 유치환 시의 ‘꽃’ 시편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고통과 그 사랑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양가적(兩價的) 감정의 심리구조를 잘 드러낸 작품으로 해석된다. 꽃을 통한 시적 상상력은 고통과 쾌락 사이를 부유하면서 교차되고 강화된다. 이러한 강렬한 양가적 감정은 숭고 의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치환 시의 ‘꽃’ 시편들은 사랑의 고통과 매혹의 압박에서 벗어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초월 심리가 들어 있다. 즉, 사랑이 주는 심리적 억압에서 벗어나 그것을 극복하고 이성적·정신적으로 거듭나는 시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초월의식은 특히 ‘꽃’ 시편들이 다른 시집에 재수록 되면서 이루어지는 개작에서 잘 드러난다. 이것은 어떤 절박한 위험이나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오히려 고양됨을 느끼는 숭고의 논리가 된다.
이처럼 유치환 ‘꽃’ 시편들에서 ‘사랑’을 향한 압도적 과잉 의식과 그 의식이 변화하는 과정은 유치환 시에서 ‘숭고’의 의식이 진화하는 과정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꽃’ 시편들은 유치환의 이영도를 향한 특별한 ‘사랑의 시학’으로 검토될 만하다. ‘꽃’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는 유치환 시의 발화법은 사랑의 숭고 관점을 증명함은 물론 그것의 미학까지 확보하는 한국시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본고의 독해는 유치환 문학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에도 유용한 시각을 부여해줄 것이라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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