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사 <권주가>의 사설 형성과 변화의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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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연도
2012년
작성언어
Korean
자료형태
한국연구재단(NRF)
이 논문은 12가사 <권주가>가 구가에서 현행가로 사설이 변화되는 맥락과 그 의미를 검토하였다. 논의 결과 구가와 현행가에 공통되는 사설은 인생무상, 임에 대한 그리움 등 세월이 흘러도 가창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불릴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한 사설임을 알 수 있었다. 그와는 달리 구가에는 있었으나 현행가에는 탈락된 사설은 인생무상, 허무, 탄식의 정감을 드러내는 내용이고, 현행가에 새로 들어온 사설은 만수무강을 기원하거나 효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정리하자면 구가는 인간이 얼마나 불안하고 위험에 놓인 힘없는 존재인가를 새삼 확인시키는 사설들을 배치하여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우리의 공감대 속에서 술을 (너에게) 권하고 (나도) 마시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현행가는 ‘비나이다’ ‘누리소서’와 같은 송축적 사설이 대거 첨가된 데서도 확인되듯 주로 수연(壽宴)과 같은 자리에서 불려진 헌수음악(獻壽音樂)으로서 ‘(부모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술을 권하고 (나는) 효성스런 자식이 될 것을 다짐하는 노래’라 할 수 있다.
<권주가>가 기본적으로 술을 권하고 마시는 노래로서 현장성이 강한 가사라고 할 때, 이러한 구가에서 현행가로의 사설의 변화를 그 ‘연행 현장’의 성격 변화의 측면에서 논의해 보고자 하였다. 전통적으로 구가가 기녀를 대동한 술자리에서 풍류를 즐기며 연행되었던 노래라고 한다면, 그처럼 기녀에게 권주가를 불리며 술을 마시는 풍류의 쇠퇴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데, 풍류의 쇠퇴와 더불어 사설의 일부가 이미 획득했던 고정성을 상실하게 되고 새로운 연행 현장에 부응하는 사설이 첨가, 부각되는 방향으로 <권주가>가 변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행가는 수연의 자리를 통해 오랫동안 전승될 수 있었고, 이러한 현행가의 전승은 수연이라는 연행 현장의 지속성에 따른 레퍼토리의 수명 연장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기녀를 옆에 두고 술을 즐기는 자리는 줄어들었지만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회갑연, 고희연 등의 수연은 계속되었고 그러한 연행 현장에 부응하는 사설의 변화를 통해 현행가의 레퍼토리는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본 논문에서는 특정 단위 사설의 유지 혹은 탈락, 새로운 사설의 등장 등을 통해 전체적인 노래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논의하였다. 그 과정에서 『대동풍아』소재 <권주가>가 구가와 현행가를 매개하는 중간 단계의 이본일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 견해를 여러 연구자들이 동의한 점도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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