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열행록>에 나타난 복수(復讎) 정동의 이행과 서사 구조 = The Structure of Revenge and Affective Transition in Kimssi Yeolhaengnok

국문 초록 (Abstract)

이 논문은 복수(復讐)의 서사로서 <김씨열행록>의 구조를 복수 정동(affect)의 이행의 양상과 관련지어 분석해보고, 그것을 통해 ‘복선화음’이라는 표면적 주제에 가려진 복수의 양가적 성격과 근원적 한계에 관해 사유하고자 한 연구다.
복수란 내가 받은 피해만큼 피해를 준 상대에게 그것을 되돌려주려는 욕망에 근거하는 손실의 등가 교환 행위이다. 복수는 앙갚음의 행위가 완료된 후에도 피해의식, 분노와 원한, 불안, 생존의 위협과 공포, 굴욕적 기억과 트라우마, 통쾌함과 죄책감 같은 강렬한 정동을 그 주체와 대상에게 남기게 된다. 일단 복수가 한번 시작되게 되면 복수 정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이행하면서 새로운 폭력을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김씨열행록>의 서사는 계모와 전실 자식 간에 서로를 향한 폭력과 그에 대한 처벌 또는 보상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사를 이끌어가는 모든 폭력은 독립된 사건들이 아니라 이전에 일어난 폭력에 대한 되갚음으로 벌어지는 복수로서 벌어지는 것이다. 서사 내에서 폭력들이 이어지는 과정에는 복수 정동의 이행이 자리잡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복수 정동이 이행되면서 서사가 진행되는 방식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된다. 첫째, 복수 정동이 계모와 전실 자식 사이에서 교환, 순환되면서 폭력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만 뒤바꾼 채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둘째, 복수 정동이 축적되고 주변인에게 전염되면서 폭력이 지연되는 대신 그 강도는 점차 세어지게 되며, 셋째, 복수 정동이 확산되고 중첩되면서 폭력의 범위가 사적인 범위에서 공적인 범위로 확장된다.
이러한 복수의 서사 속에서 복수 주체와 대상은 모두 공격자인 동시에 희생자로 존재하게 되며, 복수의 행위는 자기치유적인 동시에 자기파괴적인 성격을 지닌다. 작품의 결론에서 서술자는 김씨의 복수가 성공하여 계모와 서모가 죽음으로 징치된 것을 ‘복선화음의 원리’라고 평가하지만, 복수 정동의 이행 구조와 복수의 근원적 양가성에 주목해서 이 서사를 읽게 되면 오히려 선악의 불분명함과 복수의 불완전성, 복수의 근원적 한계를 감지할 수 있다. <김씨열행록>에 대한 이러한 독법은 폭력의 연쇄가 일어나는 구조 자체가 전복되지 않는 한 복수라는 행위가 문제를 해결하는 근원적 방식이 결코 될 수 없으며 완전한 복수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In Kimssi Yeolhaengnok(The Chronicle of Lady Kim’s Virtuous and Chaste Life), crimes triggered by conflicts between a stepmother and children from a previous marriage lead to repeated cycles of punishment and compensation. All violence within the narrative forms a continuous chain of revenge in response to previous events. This paper examines how the narrative of Kimssi Yeolhaengnok is driven by the affect of revenge and explores the meaning of revenge as represented in the work.
Revenge is an act of equivalent exchange that seeks to return the harm inflicted by the victimizer in proportion to the damage received. However, even after the act of revenge is complete, affects such as resentment, anger and rancor, anxiety, the threat to survival, humiliation and trauma, as well as satisfaction mixed with guilt, remain with both perpetrator and victim. Consequently, revenge becomes an endless cycle, where the roles of victim and perpetrator may be exchanged repeatedly.
The narrative structure of Kimssi Yeolhaengnok unfolds in three ways: first, through the exchange and circulation of affect within the conflict structure of "stepmother vs. children from a previous marriage," initiating a chain of revenge; second, as accumulated and contagious affects delay revenge; and third, as the spread and layering of affects expand the revenge sought, driving the narrative forward. Within this process, the revenge depicted in Kimssi Yeolhaengnok exhibits two main characteristics: (1) by positioning both the subject and the target of revenge as both aggressors and victims, it blurs the boundary between good and evil, despite its appeal to moral conflict; and (2) it embodies an ambivalence, being both self-healing and self-destructive. This ambivalence underscores that, as long as the very structure that perpetuates the cycle of violence remains unchallenged, revenge cannot serve as a fundamental solution to the confli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