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유역은 한강에 연결되는 지류들의 면적을 포함하면, 한반도에서는 압록강 유역에 이어서 두 번째 규모에 해당하는데, 실질적인 성장 잠재력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백제는 한강에 인접한 한성에 도읍을 하였고, 6세기 중반까지 한성을 중심으로 백제와 고구려간에 치열한 각축이 벌어졌다.
기왕의 연구에서 한강유역으로 신라가 진출하게된 내용과 결과는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런데 신라가 한강유역으로 진출하는 550년대의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진출의 전단계에 해당하는 5세기 중반부터 6세기 중반 이전의 상황과 7세기 이후의 신라의 한강유역 영역화 과정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본고에서는 5세기 중반부터 7세기대까지의 전체적인 영역화 과정에 대하여 검토를 진행하였다.
신라는 중고기 이전에도 북방 지역을 안정화시키고자 동해안으로 북진을 시도하였고, 낙동강 동안으로 진출하여 가야 지역으로 서진을 준비하였다. 실성마립간기에는 고구려와 북방 지역에서 충돌이 반복되었지만, 지증왕이 즉위하면서 대고구려 관계가 안정화되었고, 이러한 틈을 노린 신라는 지증왕대부터 영역확장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하였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실직주를 설치하여 안정적으로 지배하였다. 남한강 상류 지역은 기왕의 견해와 다르게 신라가 죽령 이북의 단양 지역까지 진출하여 전진 기지를 확보하였음을 고고학 자료를 통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가야 지역의 경우에는 법흥왕대에 금관국과 탁순국을 복속하면서 낙동강 이동 지역으로 진출해 들어갔으며, 특히 낙동강 하구를 장악하면서 낙동강 수계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하여 확보한 물적, 인적인 자원을 바탕으로 법흥왕을 이어 즉위한 진흥왕대에는 본격적인 대외팽창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본고에서는 신라의 한강유역 영역화의 준비기로 설정하였다.
548년에 백제가 독산성을 고구려로부터 공격을 받는 사건은 한강유역으로 진출하는 기점이 된다. 일본서기에서는 안라국이 고구려와 결탁하여 백제에 대응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실제로 신라가 개입하면서 독산성 전투는 복잡한 상황으로 진행된 국제전이었다. 신라는 독산성 전투를 통하여 고구려를 공격하는 명분을 확보하였고, 동시에 고구려와 백제의 군사적인 허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550년에는 백제가 고구려의 도살성(증평)을 빼앗고, 고구려는 백제의 금현성(진천)을 빼앗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신라는 두 성을 모두 탈취하였고, 금현성을 되찾기 위한 고구려를 공격을 막아내면서 승세를 타고 국원(충주)까지 진출하였다. 고구려의 남방 전진기지인 국원의 확보는 신라의 입장에서 북진의 전진기지를 마련하게 된 것이었다.
551년에는 연호를 개국으로 고치고, 진흥왕은 낭성(청주)을 순행한 뒤에 본격적으로 한강유역으로 북상하게 된다. 백제가 한성과 남평양을 포함한 6군(한성, 남평양을 중심으로 용인, 광주, 이천, 안성 일대일 가능성이 높고, 한강 이북의 경우에는 파주, 양주 일대가 포함)을 점령하여 한강 하류일대를 장악하게 되자, 거칠부 등에게 명하여 승세를 타고 고구려의 10군(춘천, 원주, 제천, 가평, 양구, 화천, 회양, 김화, 창도)을 확보하여 북한강 상류 추가령 구조곡 일대까지 영역을 확보하였다. 이후 신라는 백제가 확보한 지역까지 장악한 뒤에 553년에 신주를 설치하였고, 관산성 전투에서 백제를 격파하였다. 진흥왕은 북한산을 순행한 뒤에 고구려의 남평양인 아차산 일대에 북한산주를 설치하였고, 한강 이북 지역 대한 영역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한강유역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 시기는 본고에서 한강유역 진출기로 파악하였다.
신라는 568년에 한강유역에서는 북한산주를 폐지하고 남천주를 설치하고, 동시에 비열홀주를 폐지하고 달홀주를 설치한다. 이러한 대대적인 주치의 변화는 대고구려 방어선의 변동과 관련된다. 특히 572에 다수의 전사자가 발생한 것을 짐작케하는 팔관연회가 개최되었다. 이를 통하여 568~572년에 대대적인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신라가 한강 이북 지역을 고구려에게 상실하였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고려사 악지 장한성가의 내용을 통하여 신라의 장한성(아차산성 및 아차산 일대 보루군 포함)을 고구려에게 상실하였다가, 신라가 탈환하였던 정황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아차산 일대 보루군에 대한 조사성과의 재검토를 통하여 고구려가 551년 이후에도 한강 이북에 군사를 주둔하였다는 것을 입증해 보았다.
한편 학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고구려 온달이 아단성을 공격한 사건을 주목해 보았다. 아단성 전투는 590~594년경에 발생한 것이며, 아단성의 위치는 서울 아차산성임을 재확인하였다. 단양 영춘의 옛 지명이 乙阿旦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온달산성에 비정한 견해와 소백산맥 일대까지 고구려가 남진하였다는 견해가 문제가 있음을 고고학적인 자료와 온달 전승의 유포와 전승 과정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밝혔다. 즉, 남천주 설치 단계는 고구려가 한강 이북 지역으로 다시 남진하고, 신라가 이를 막아내는 시기에 해당하며, 한강유역 영역화의 소강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604년에 신라는 북한산주를 재설치하였는데, 기왕의 연구에서는 이 시기를 포함하여 백제-고구려 멸망기와 나당전쟁기의 영역화 과정은 앞 시기와 단절적으로 다루어졌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단계를 한강유역 영역화의 완성기로 설정하였다. 신라는 603년 고구려의 북한산성(=아단성, 아차산성) 공격을 진평왕의 친정을 통하여 막아낸 뒤, 이듬해에 북한산주를 재설치하였다. 북한산주가 재설치된 이후의 내용은 사료가 소략하여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고고학 자료를 통하여 북한산주의 치소인 북한산성이 현재 아차산성임을 확증하였다. 또한 한강유역의 성곽과 고분의 조성을 분석하여, 앞 시기에 비하여 한강 이북 지역에 대한 지배가 안정화되었고, 낭비성 전투를 통하여 고구려와의 경계가 임진강 일대에 이른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한강유역의 남쪽 백제와 경계를 검토하면서 기왕에 논란이 많았던 가잠성을 청주 부모산성에 비정하였다.
한편 637년에 우수주가 설치되면서 북한산주의 관할범위와 운영에 변화가 발생하였다. 우수주가 북한산주에서 분리되면서, 북한산주는 한산주로 개칭되고 치소도 한강 이남의 이성산성 일대로 옮겨졌다. 한산주가 설치된 이후에 대고구려관계는 당과의 전쟁 여파로 소강기에 접어들었다. 638년에 신라가 고구려로부터 칠중성을 공격받았으나 이를 막아내었다. 643년에는 백제가 고구려와 연합하여 당항성 공격을 시도하였다. 신라는 고구려-당의 전쟁에서 당을 지원하면서 임진강 이북 지역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게 되지만, 655년 고구려와 백제가 연합하여 신라의 33성을 공격하는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면서 신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위기감에 신라는 당을 적극적으로 전쟁에 끌어들이면서, 660년에 백제를 멸망시킨다. 같은해 고구려에게 칠중성을 상실하지만, 이듬해인 661년에 북한산성(아차산성)에서 고구려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후 고구려가 멸망하고 신라는 평양과 고구려의 옛 영역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최종적으로 735년에 당으로부터 패강 이남의 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공인받게 되었다. 그 결과로 확정된 6~7세기 신라의 한강유역 영역화의 최종적인 결과로 파악하였다.
마지막으로 신라의 한강유역 영역화 과정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측면과 지방지배와 경제적인 측면의 역사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신라는 군사력의 동원 과정에서 왕권이 강화되고, 이를 통하여 중앙의 지배체제가 정비될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한강유역을 확보하여 고구려와 백제가 육상에서 연결되는 교통로를 차단하고, 남양만 일대에 대중국 항구를 확보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라는 대중국 외교가 활발하게 진행하였고, 결과적으로 백제와 고구려를 순차적으로 멸망시킬 수 있었다.
또한 한강유역 진출 이후 신복속지에서 재지민의 지배 방식과 융합의 의미를 살펴보고, 활발한 축성의 결과로 한강유역은 면적당 밀도가 높은 행정 구역이 설정될 수 있었다. 한강유역을 확보한 후에 농업 생산력이 증가하고 철 등의 자원을 확보하였다. 또한 한강 수계를 이용한 물류망의 발전은 신라의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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